과학과 신앙의 건강한 관계 정립을 위한 제9회 창조론 오픈포럼이 8일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조나단 에드워즈가 말했듯 하나님의 창조 목적이 과연 ‘하나님의 영광’인가?”, “여호수아의 기도로 태양이 정말 멈췄는가?” 등 민감한 주제들이 대거 등장했고, 발표가 마칠 때마다 질문과 반박이 쏟아졌다. 포럼을 주최한 조덕영 박사 등은 “논쟁적 주제들인 만큼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윤 씨(숭실대 석사과정)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하나님의 천지창조 목적과 하나님의 영광’을 주제로 강연했다. 무신론자였다가 늦은 나이에 기독교를 받아들였다는 허 씨는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물으면 대부분 ‘하나님의 영광’이라 대답하지만, 이러한 교리적 주장을 성도들은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 해도 현대 일반인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대인의 인식에서 하나님의 창조 목적과 인간의 삶의 목적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는 논리는 필연적 당위성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락=예정 부인하려다, 구속과 창조 목적 어긋나는 딜레마
|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대해 발표한 허정윤 씨. ⓒ이대웅 기자
|
허 씨는 “그 기초가 되는 고린도전서 10장 31절과 웨스트민스터 대소요리문답 제1조는 다만 ‘사람의 삶의 목적’을 제시할 뿐,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말하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하나님의 영광’을 하나님의 창조목적이라 하는 것은 인간에게 적용한 말을 하나님 쪽에 옮겨놓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하나님의 창조목적으로서의 ‘하나님의 영광’을 가장 잘 연구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조나단 에드워즈의 저서 <하나님의 천지창조 목적>을 살피면서 논지를 전개했다. 에드워즈는 이성적 방법과 철학적 수사, 수많은 성경 인용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논증하고 있지만, 그 성경적 의미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씨는 “에드워즈의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하나님의 사역에 종속적으로 보는 견해”라며 “이러한 관점은 하나님의 창조목적과 창조사역,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경에서 보면 창조를 마치신 하나님은 보시기에 좋았고, 창조목적은 타락 이전에 달성됐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목적에서 벗어난 아담의 타락으로 하나님의 구속사역은 시작됐고, 그리스도의 구속사역도 하나님의 뜻이었다.
여기서 아담의 타락이 아담의 자유의지인지, 하나님의 예정인지를 따지면서 청교도적 경건주의자 에드워즈의 딜레마가 시작됐다. 그리스도의 구원사역 목적을 창조의 최종목적으로 본다면 하나님이 인간의 타락을 창조 전부터 계획하셨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허 씨는 “그래서 에드워즈는 하나님의 창조목적과 그리스도의 구속사역 사이이 별개의 목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처럼 에드워즈의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고, 그같은 세계적 신학자에게 이런 미흡한 면이 남아있는 이유는 이 책이 미완성 논문이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는 에드워즈의 책을 읽는 동안 △창조주 하나님이 그가 창조하신 인간에 의해 그가 계획하신 목적이 실패할 수도 있다 △성경에서 아담의 타락에 이어 구원사역의 기록이 역사적 사실이다 △하나님은 인간들이 불순종하는 죄를 저지를 때마다 오히려 하나님은 그의 창조목적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으셨다 등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창조과학, 21세기의 종교재판이 되지 않으려면
|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대해 발표중인 이은희 박사. ⓒ이대웅 기자
|
이와 함께 천문학자인 이은희 박사(건국대)는 ‘갈릴레오 사건으로 본 종교와 우주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호수아 10장의 ‘태양이 멈춘 사건’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때 생기는 문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저는 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순전히 과학의 입장에서 말씀드린다”고 전제한 이은희 박사는 “여호수아가 멈추라고 한 것이 태양이라면 태양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지구가 자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러한 일은 일어날 수도 없지만 만약 일어났다면 전 지구적으로 관측돼야 하는 사건”이라며 “그러나 이런 엄청난 사건이 성경 외에 동서양 어떤 기록에도 없을 뿐더러 지구가 자전을 멈추는 ‘사건’에도 인류가 없어지지 않고 건재한,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 박사는 “오늘날에도 성경의 문자적 해석을 중시하며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을 경우 마치 믿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매도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며 “창조과학 관련 강의에서도 성경의 문자적 해석과 관련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데, 얼핏 듣기에는 정말 그런가 보다 하고 끄덕이는 이러한 강의가 과연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 지식에 기초했는지 한 번쯤 검토하고 넘어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근본주의적 창조과학자들의 활동과 관련해 일어나는 몇몇 일들은 코페르니쿠스가 죽던 해 출간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와 갈릴레오가 죽은 후 비석도 못 세우게 만들었던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의 사건을 되새기게 한다”며 “요즘 이러한 활동에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합류하고 있고, 그들의 이론에 동조하지 않거나 다른 의견을 제기할 경우 관련학회의 탈퇴 강요와 여러 방법의 마녀사냥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더 이상 침묵만이 답이 아님을 깨닫는다”고도 했다.
이 박사는 마지막으로 “맨눈으로 볼 수 없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올바른 우주관을 알리려 했던 갈릴레오는 보이는 진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권위와 외롭게 싸웠던 것”이라며 “성경의 문자적 해석과 관련된 진실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밝혀질 것이고, 왜곡된 성경 해석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성경의 왜곡된 해석으로 자연의 질서를 잘못 이해하고 갈릴레오 재판을 재현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청소년들이 겪게 될 종교와 과학에 대한 가치관 혼란과 창조주에 대한 오해는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들 외에도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가 ‘빛의 창조에 대한 신학적 이해’, 양승훈 박사(VIEW)가 ‘방사능 연대와 창조연대’, 주만성 박사(백석대)가 ‘기독교 학문의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참조점으로서의 창조 세계’ 등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