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방자인 갈릴리 사람 예수
서남동은 예수를 틸리히의 말처럼 faith가 아니라 belief로 고백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교리로서가 아니라 ‘실증적’으로 그러한 것입니다”라고 주장한다. 예수의 신성은 “고대 형이상학”이며, “신학적으로 말하면 사실 ‘사건’을 일으킨 하느님의 측면을 가리키는 것”에 불과하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나의 삶을 예수의 삶에 맞추어서 그에게서 자기동일성을 찾는 행위”이다. 그는 예수의 말씀전승보다 형태전승을 더 타당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그는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말씀보다 그의 행위에 더 가치를 둔다는 말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주장이다.
서남동에게 예수는 믿음(belief)의 계승자이며, 그 전통의 완성자이고, 그 목표인 “갈릴리 사람 예수”일 뿐이다. 그는 예수를 가난한 자, 포로된 자, 눈 먼 자, 눌린 자를 해방시키기 위해 온 해방자, “하느님의 나라의 선교활동에서 ‘힘의 정치’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은, 그리하여 “정치범으로서 십자가에 처형”된 사람이다. 그는 이것을 논증하기 위해 누가복음 4:18-19장을 든다. 그는 예수를 인간의 해방작업자로 본다. 예수는 개개인의 해방자라기보다 공동체의 해방자, 정신적・심령적 구원이라기보다 역사적・정치적 구원자로 본다.
예수는 민중을 위해 기도를 가르쳐주셨는데, “부자와 권력자는 ‘주기도문’을 드릴 자격이 없게 되어 있는 것이 기독교다. 크리스챤 부자들이 권력자, 장관들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베풀고, 또 그들로부터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국민에게 듣게 하는 것은 기독교도 아니고, 그 하느님은 하느님도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서남동에게 부자는 결코 천당(천국) 갈 수 없는 부류이다. 그는 이것을 자신의 기본적인 신념으로 보고 추호도 양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말하기를 “나는 부자는 사회적 양식에 따라 자기의 기업을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모순적인 논리를 편다.
서남동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 말씀을 자신이 십자가에서 처형당하신 그 실체 자체라고 본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신성모독죄 때문이 아니라 로마정부에 의해 정치범으로 처형된 것이다. 그는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관하여 “예수는 율법과 하느님을 자기 발언의 권위의 근거로 끌어내지 않고 자기 자신의 말로 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 자신 신이었고 또 사람이었다”고 하면서, 예수가 자기 말의 신적 권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은 신의 언어가 지배자의 언어이고 민중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남동의 이러한 예수 이해는 삼위일체 교리를 뿌리 채 흔드는 것이다. 한 분 하나님 안에 있는 세 위격의 휘포스타시스(ὑπόστασις, persona)와, 그리고 세 위격의 동일본질인 우시아(ὑπόστασις, essentia, subsistentia)는 전혀 관심 밖으로 보인다. 예수는 단순히 해방자인 갈릴리의 나사렛 사람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분은 제2위격의 하나님이시며, 말씀이신 하나님이시고(요 1:1), 인간의 구원을 위해 성령으로 잉태되시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독생하신 하나님이시다(마 1:20 ; 요 1:14,18). 그분의 신성과 인성에 관한 설명은 교회사의 신조들로 충분하다.
서남동은 약한 자들을 위한 해방자 예수를 설명하기 위해 누가복음을 천거한다. 누가복음 4장 18,19절은 분명 그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의 첫 번째 설교이다. 하지만, 다른 복음서에 의하면 그것은 예수님의 공생애 첫 번째 말씀이 아니다. 갈릴리에서 산상설교를 하신 후 나사렛에 들렸을 때 하신 말씀이다(마 13:53-58 ; 막 6:1-6). 예수님의 제 일성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마 4:17)이다. 예수께서 전하신 메시지의 주제는 ‘하나님의 나라, 천국’이다. 예수님은 이것을 공생애 첫 일성으로 시작하여, 갈릴리에서(마 13장), 그리고 십자가에서(눅 23:43) 전하셨고, 부활하신 후 40일 동안에도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셨다(행 1:3).
최철호 목사(예장 합동총신 직전 총회장, 한교연 공동회장 및 바른신앙수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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