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시대의 사도들이 처음 목격한 이교(pagan) 문화는 로마 문화였다, 고대 로마의 문화는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이어받은 것인데, 신화로 대변된다. 그리스 신화는 온통 아버지 살해, 욕정, 섹스, 질투, 분파, 폭력 그리고 전쟁 이야기들이다. 수많은 그리스 신들은 도덕적 성 규범을 초월한 “문란한” 신들이었다, 대표적인 신은 제우스로서 그는 상습적 강간자였다. 이러한 신들을 숭배한 고대인들의 남녀관계나 성도덕이 어떠했는지는 짐작될만하다. 그리스 철학자나 엘리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헤타이라라는 고급창녀의 주선으로 술과 음식과 섹스의 “향연”을 즐기면서 지혜와 아름다움과 에로스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행복으로 알았다. 현대 서구인들이 동경하고 찬양해 마지않는 고대 로마인들도 남녀로 구성된 만신(萬神)을 숭배하였다. 박카스축제도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축제를 계승한 것으로 방탕문화의 로마식 표현이었다.
초대교회 당시 이교에는, 고대 그리스 이래의 다신교와 그 각종 숭배제의는 물론, 갓 등장한 영지주의, 헤르메스주의(Hermeticism), 마니교, 등이 있었다. 당시 영지주의는 금욕을 주장하였다고는 하지만, 교부 이레네우스의 폭로에 의하면, 당시 로마 영지주의의 주류를 이루었던 발렌티누스 영지주의에는 내부적으로 비밀스런 성적 문란이 있었다고 한다.
중세에는 기독교에 의해 철저히 억압되었지만, 여러 교리 상의 이단들이 있었고, 이교로서 도 점성술, 연금술, 각종 마법(magic), 주문법(grimoire) 등이 은밀히 성행하였다. 그와 관련되어 성문란 행동도 있었겠지만, 워낙 그들의 행태는 비밀스러웠다. 중세 때 방탕은 표면적으로는 강하게 통제되었지만, 실제 관련 문화는 카니발과 정조대로서 반증된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방탕한” 그리스 신들이 다시 소환되었다. 당시 지식인들은 기독교 신앙을 무시하고, 고대 그리스의 이방신들의 이야기에 매혹된, 말 그대로 “이교적 로맨티스트”(pagan romanticist)들이 되었다. 화가들은 문란한 신들의 벗은 몸과 에로틱한 행위들을 그렸고, 작가들은 고대 신화적 이야기들을 재생산하면서 소위 “지배욕”(libido dominandi)이 신성화된 세계를 그렸다. 그들은 그리스 신들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하였다.
계몽시대에 이르면 지식인들은 드디어 인간의 이성을 신격화하고 예배하는 이신론(理神論 deism)을 내세우며 기독교를 공격하였다. 이교가 기독교 세계에 공개적으로 정치적 세력을 가지고 등장하였던 것이다. 덩다라 소위 “계몽주의 에로티시즘”이 등장하였는데, 사드후작 같은 작가들이 성적 방탕의 문학을 썼다. 에로티시즘은 낭만주의 시대에는 더 노골화되었다.
19세기 산업화된 서구 국가에서 공공연히 다양한 종류의 이교 운동들이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이교는 신지학(theosophy)과 강신술(spiritualism; medium-ism)이었다. 이들 이교들은 현대 이교, 신이교(neopaganism), 또는 현대오컬티즘이라 불리운다. 특히 신지학은 고대의 신성한 지혜를 전수 받는다는 사상으로,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 종교철학, 영지주의, 신플라톤주의, 르네상스 마법, 카발라(유대교 영성사상), 등 서구 이교들과 힌두교, 불교, 도교 같은 “낭만적” 동양사상, 등등을 “혼합”한 것이다. 당시 니체 같은 계몽적이거나 낭만적인 지식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신지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사상에 통합하였다.
초창기 페미니스트들도 영지주의와 신지학을 근거로 여신들 또는 소위 “신성한 여성성”(Divine Feminine)을 내세워 남녀평등 내지 여성우위를 주장하였다.
이교들의 제의는 비밀스럽고 마술적이라는 말을 듣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일종의 쇼 같다. 그리고 그 내부에 성적 혼돈(방탕)이 있다. 그러나 이교들은 성을 종교적 내지 영적 차원으로 높인 것이라고 은근히 선전하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심지어 남녀 신들의 신성한 결혼이라는 제의를 연출하기도 하도, 성행위를 신성시하여 노골적으로 제의나 교리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이교적 성문화는 조금씩 기독교 전통 성윤리를 붕괴시켜, 20세기 성혁명의 길을 닦았다. 우리 크리스천은 당연히 이교를 배격하며, 특히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섹스매직이나 혼란스런 성문화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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