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산품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생산자물가는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올 하반기 물가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2.99(2015년 100기준)로 전월대비 0.5% 상승했다. 지수 자체로는 1965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이후 8개월째 사상 최고를 기록중이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9.6% 상승해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생산자물가가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09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9개월 연속 상승한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장 기간이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생산자물가는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전월대비 0.2% 상승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8.4% 상승했다. 식료품과 신선식품은 전월대비 각각 0.8%, 4.7% 상승했다. 에너지는 3.6% 상승했고, IT는 0.1% 하락했다.
최진만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 팀장은 "11월의 경우 지난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1차금속제품이 크게 오르는 등 전체 생산자물가가 13년 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며 "전력이나 가스, 수도 같은 경우에는 연료비 연동제로 인해 산업용 도시가스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올랐다"고 말했다.
11월 생산자물가 상승세를 이끈 건 공산품이었다. 공산품은 석탄및석유제품, 제1차금속제품 등이 오르면서 전월대비 0.5%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로도 16% 올라 2008년 10월(16.1%) 이후 1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림수산품 물가도 농산물 등이 큰 폭 올라 전월대비 1.5%, 전년 동월대비 5.8% 증가했다.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은 도시가스가 올라 전월대비 1.8% 상승했고, 전년동월대비 8.3% 올랐다.
서비스는 운송서비스 등이 올라 전월대비 0.2% 올랐고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했다.
세부품목별로 보면 전년동월대비 오이(125%), 마늘(47.9%), 돼지고기(24.8%), 닭고기(28.3%) 등 농축산물이 오름세를 보였다. 경유(101.3%), 나프타(108.5%), 벤젠(108.8%), 노트북용LCD(58.8%) 등 공산품도 올랐다. 전월대비로는 토마토(46.7%), 배추(53.5%), 돼지고기(13.5%)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최 팀장은 "올 겨울 낮은 기온으로 인해 생육부진이 지속되면서 오이와 마늘이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어 전년동월 대비 큰 폭 올랐다"며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경우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삼겹살 등 가정식 수요가 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닭 공급이 부족해 지면서 올랐다"고 말했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원재료가 6.3%, 중간재가 0.9%, 최종재가 0.3% 상승하면서 전월대비 1.2% 올랐다. 전년동월대비로는 15.9% 상승했다. 국내 출하외의 수출을 포함하는 총산출 기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총산출물가지수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0.4%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3.4% 올랐다.
최 팀장은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전년동월대비 11월 생산자물가가 석탄 및 석유제품, 화학제품, 제1차 금속제품을 중심으로 올랐는데 12월 들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추이를 더 봐야 겠지만 이번 달 생산자물가는 전달보다 조금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