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는 대한민국의 1세대 철학자로서 철학 연구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일평생 학문 연구와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다. 철학자로 살면서 동시에 그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 살아왔다.
이 책은 저자가 신앙의 문제, 즉 예수를 믿는 것에 대해 그가 겪은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의 신앙 기록인 동시에 그 근저를 이루고 잇는 종교적 진리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 총 4부로 ▲나는 어떻게 신자가 되었는다 ▲우리의 믿음은 어디서 오나 ▲예수를 닮아가는 삶 ▲예수와 그 주변 사람들이다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우리의 믿음은 어디서 오나’가 눈길을 이끈다.
김 교수는 “예수님의 여러 가지 비유 중에 두 아들의 비유가 있다. 이 비유에선 아버지 큰아들과 작은아들에게 포도밭에 가서 일하라고 말했다. 큰아들은 ‘예’라고 답했지만, 작은아들은 ‘아니오. 싫습니다’라고 답했지만, 뉘우치고 밭에 가서 일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믿음이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묻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믿음은 지식의 긍정이라고 생각한다. 배워서 알고 깨달은 바를 지적으로 긍정하면 그것이 곧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많다. 아울러 많은 신학자가 그것을 인정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믿음은 의지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믿음과 사랑의 실천이라면 신앙은 생활이어야 하고, 생활은 곧 행위를 뜻한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실천과 활동에만 치우치거나 그 일에만 열중한 나머지 신학적 깊이나 체계적인 기독교의 이해를 놓치게 되면 정신적 빈곤과 내면적 공허를 면치 못하게 된다. 또한, 신앙을 감정적 상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후진 사회나 지적 수준이 낮은 사회에 가면 두드러진다”라며 “본래 신앙의 기능에는 감정 요소가 다분하다. 하지만 지적으로 빈곤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적 흥분과 도취를 신앙으로 생각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그 정도를 넘어 망아 상태에 빠지거나 방언 등에 도취하게 되면 비정상적인 상태가 은총의 사실인 듯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흑인 교회를 방문하면 그런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성령 강림이나 예수의 재림을 강조하는 교파에서는 그런 성격의 신앙생활이 자주 눈에 띈다”라며 “어느 누구도 참다운 신앙생활에 대해 만족스러운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신앙은 인간의 지성·의지·감정을 모두 포함한 고요하고도 엄숙한 전인적인 인격의 과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실 기독교는 신(神)학이 아니라 신(信)학을 가진 종교이다. 신(神)학은 예전에도 있었고 기독교 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무신론자에게도 신(神)학은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을 어떻게 믿는가가 관건이다. 신(神)학과 신(信)학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철학자들의 신(神)학이 학문적 접근에 중점을 둔다면, 기독교의 신(信)학은 교회의 믿음이 그 중심을 이룬다”라고 했다.
이어 “믿음은 경건하고도 엄숙한 인격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나아가 그의 인격과 삶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리스도의 사명에 동참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편협한 인품이나 병든 인격을 가져서는 안 된다. 물론 병든 인격이 그리스도에 의해 새로고침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자신의 인간됨과 인격을 소흘히 여기거나 인격 완성의 책임을 경시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이면 누가 봐도 믿음직스럽고 언제 어디서 누구를 대하든지 정성과 진실을 느낄 수 있는 인품을 갖춰야 한다. 또한 모든 이웃이 마음으로부터 존경하고 기댈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이면서 그 위에 크리스천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우리는 아버지가 포도밭으로 가서 일하라고 했을 때 그러겠다고 대답해놓고 가지 않은 큰아들처럼 말만 앞서기보다는 처음에 잘못했을지언정 곧 잘못을 뉘우치고 일터로 가는 작은아들처럼 실천이 있는 신앙을 가져야 한다. 신앙 자체가 생활이기 때문에 우리는 말보다 생활, 요구보다 모범, 시키기보다 섬기는 자세로 교회생활을 이끌어가야 한다”라며 “믿음은 앎이 아니라 신념이며, 신념은 실천을 통해 얻는 확신이다. 그러므로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실천의 신념을 뜻한다. 삶의 결실을 이웃과 사화에 전할 수 있는 것이 신앙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