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선교학회와 (사)미션네트워크가 17일 오전 11시 30분 충남 아산시 소재 호서대(김대현 총장) 아산캠퍼스 대학교회에서 ‘탈종교 시대 기독교대학의 정체성과 방향성 모색 - 채플에 대한 도전과 응답’이라는 주제로 2021년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동계연수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먼저, 천사무엘 교수(한남대)는 ‘기독교대학 채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천 교수는 “한국 기독교대학의 대부분은 채플을 교육의 일부로 실시하고 있다. 이 대학들은 채플을 필수과목의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있는데, 학교에 따라 2학기, 4학기, 6학기 혹은 8학기를 이수해야 한다”며 “채플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따라 매학기 0.5학점이나 1학점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졸업 요건으로 정하여 Pass·Fail을 부여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대학의 채플은 설립정신과 학교의 정체성 유지 그리고 교육목표 달성이라는 관점에서 그동안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왔었다”며 “그러나 2021년 4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이하 인권위)가 광주보건대학교(예장 통합 총회 유관기관·학교법인 전라기독학원 소속)의 채플과 관련하여 결정한 내용은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채플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수업을 강제하고 해당 수업을 이수하지 않을 시 졸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인권위에 진정한 것에 대한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광주보건대학교는 ‘경건회(I)’과 ‘경건회(II)’라는 명칭의 교양필수과목을 개설하여 1학년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수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채플로 간주하고 문제를 삼은 것”이라며 “광주보건대학교의 경건회와 관련한 인권위의 결정은 기독교 학교의 채플 운영에 헌법을 위반하는 요소가 있고 이는 곧 시정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였고, 이에 반발하는 기독교계의 대응은 국가와 종교의 심각한 갈등과 불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비춰졌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사립학교의 채플 이수에 대한 법적인 문제 제기는 종종 있어 왔다. 즉 필수교과목인 채플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독교학교에서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는 기독교학교의 종교교육 권한과 학생의 학교선택권의 충돌의 결과”라며 “예를 들어, 1998년 숭실대학교 채플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8. 11. 10 선고)는 채플을 졸업요건으로 정하는 학칙이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적 요소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했다.
이어 “헌법상 자치권이 부여된 사립학교는 종교교육이나 종교선전을 포함한 일정한 내용의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채플 참여의 의무화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와 달리, 2010년 대광고등학교 채플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4. 22 선고)는 채플의 의무참여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학교선택권이 있는 대학과는 달리 강제배정제도 하에 있는 고등학교의 경우 교육부고시에 따라 대체과목을 개설해야 하고 학생에게 선택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채플의 의무참여는 위법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광주보건대의 채플과 관련한 인권위 결정은 대광고 채플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것으로, 대학에서 채플 의무 참여는 종교의 자유 침해 요소가 있기 때문에 대체과목을 개설해야 한다고 권고한다”며 “이 결정은 채플의 종교의 자유 침해 문제를 넘어서 헌법에 보장된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자주성 침해, 대학의 서열화 문제에 대한 사립대학으로의 책임 전가, 종교교육의 허용 범위, 학생의 학교선택권에 대한 책임, 입학선언의 교육내용 동의 여부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그리하여 채플을 운영하는 기독교대학은 이 문제의 해결 방법과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천 교수는 “채플 운영을 위해서 먼저는 채플의 목적과 방향을 기독교대학 스스로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기독교대학의 채플은 오랫동안 기독교 예배의 일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기독교인 학생들이 전체의 10~30% 정도 되는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총을 감사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예배를 채플에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것은 오히려 채플이 의도한 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채플을 설립정신에 맞게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교육하여 기독교적 인성을 갖춘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며 “이러한 시도, 예를 들어 인성교육으로서의 채플은 이미 많은 기독교대학이 실시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둘째로 기독교대학은 채플이나 기독교 관련 필수교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는지를 스스로 살펴보아야 한다”며 “이것은 인권위나 학생들이 지적하기 이전에 기독교대학 스스로 점검해야 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 기독교대학이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하거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채플도 기독교대학의 교육의 일부로서 우리나라 헌법과 교육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셋째로 고등학생들에게 학교를 홍보할 때나 홍보물, 홈페이지, 입학지원서 제시된 학교 설명서 등에 그리고 입학식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교의 기독교적 특성과 교육의 방향 그리고 채플 및 기독교 관련 교과목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이는 학생의 입학선서의 교육내용 동의 여부와 연관되어 있다. 또한, 이것은 채플을 포함한 교육의 내용의 일부를 학생이 거부할 경우 학생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넷째로 기독교대학은 학생들의 문화, 관심, 흥미 등을 고려하여 채플의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며 “물론 그 목적과 방향에 있어서는 기독교적 가치관 교육이나 인성교육이 되어야 하지만, 교육의 방법과 방식에 있어서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학 강의가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 중심에서 탈피하여 피교육자의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처럼, 채플도 학생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만족도와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채플을 담당하는 교목실의 인력과 재정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독교대학 교목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채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마지막 다섯째로 불가피하게 대체과목을 개설할 경우, 학교의 설립정신과 기독교대학으로서의 교육적 특성에 맞게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며 “채플은 교양필수교과목이기 때문에 학교설립의 정신을 반영하고 교육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교과목일 수 있다. 즉, 채플이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율성, 자주성, 다양성 등을 드러내는 유일한 교육과정일 수 있다. 따라서 대체과목은 채플과 무관한 교육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내용은 같지만 교육의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즉 기독교대학에 맡겨진 학생들을 기독교 정신에 따라 교육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대하면서, 학생들이 학교와 기독교적 인성교육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내적, 외적 모습도 이전의 학생들과는 매우 다르다. 또한, 우리 사회가 기독교대학에 요구하는 교육의 내용과 방향 그리고 교육을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따라서 기독교대학은 이러한 변화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채플도 이를 반영하여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교육목적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인권위 결정은 대내적으로는 기독교학교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대외적으로는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법적, 제도적 정비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오사랑 교수(명지대)와 정대경 교수(숭실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학 채플 결정문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및 대안적 제안’, 이정철 교수(국민대)가 ‘인성교육으로서의 채플에 대한 기독교교육적 성찰’, 양인철 교수(한남대)가 ‘MZ세대에 필요한 기독교대학 채플의 정체성과 방향: 한남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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