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7000명대를 돌파하면서 우리 사회를 또 다시 코로나 팬데믹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800명대를 넘어서고 이와 함께 사망자도 급증하면서 확진자는 늘어도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진 않을 거란 기대가, 불과 한 달 만에 우려와 공포로 바뀌어 가는 분위기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연말 최대 확진자 수는 1200명대였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7000명대는 1년 만에 5배나 늘어난 충격적인 수치다.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져 한 달여 만에 3배로 뛰었다. 그런데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 3대 지표인 확진·중증·사망률이 한꺼번에 급속도로 악화하는 데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지금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로만 무려 117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코로나 사태 전체 사망자의 30%가 최근 한 달여 기간에 발생했다는 뜻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확진자 증가가 중증 환자·사망자 폭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방역 당국도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어느 정도 확진자 수가 증가할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 의료 대응 역량도 덩달아 한계치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시적인 ‘병상 대란’이 아닌 ‘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지게 되지 않을까 실로 걱정스럽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시행 초기에 하루 확진자가 5000명에서 1만 명까지 늘어나도 병상 대응 능력을 이미 갖춰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큰소리쳤다. 그 무렵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또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백신 접종률을 자랑하며 연신 ‘K-방역’을 치켜세웠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혼란을 보면 도대체 무얼 믿고 그토록 자신만만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일 국제 통계 사이트가 주요 국가(미국,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의 코로나 치명률을 조사 비교했는데 한국이 1.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영국(0.3%)과 싱가포르(0.32%) 치명률은 한국의 5분의1 수준이었고 독일(0.6%), 일본(0.94%)도 우리보다 훨씬 낮았다.
이들 주요 나라 중에는 지금도 하루 확진자가 수만 명씩 나오는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과 함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모두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지난 8월 OECD 국가 중 꼴찌였다가 불과 3개월여 만에 전 세계 4위를 기록했음에도 확진자와 위중증자, 사망률이 함께 치솟는 믿기 힘든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만 유독 이토록 갑자기 치명률이 높아진 이유로 델타 변이 출현과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 사이에서 돌파 감염이 늘어난 점을 꼽고 있다. 고령층에게서 돌파 감염이 증가하는데 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병상이 부족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왜 똑같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돌파 감염으로 이어지는데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걸까? 결국, 신속하고 체계적인 의료 대응과 백신 접종의 효과 말고는 다른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엉뚱한 방역정책으로 백신 확보에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효능이 채 검증되지 않은 AZ 백신 등을 서둘러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60대 이상 고령층에 접종한 결과가 오늘의 사태를 부른 원인 중 하나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만일 이것이 의학적으로 검증된 팩트로 밝혀질 경우 누군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문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는 증가해도 치명률이 늘어나는 국가가 거의 없는데 유독 한국만 증가하고 있는 1차적 원인을 정부와 방역 당국이 준비되지 않은 일상회복을 조기에 실시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날 줄 몰랐다는 방역 당국의 반응은 황당함을 넘어 무능을 자인한 방역 포기선언처럼 들린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날로 여론이 악화하자 사태를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 전가할 궁리를 하는 듯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미크론 국내 최초 확진자로 판명된 인천 모 교회 목사 부부에게 연일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방치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거의 혐오와 저주 수준이다. 이 부부가 입국시 당황한 나머지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오미크론 2·3차 감염이 발생하게 된 것은 그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는 잘못이지만 이 또한 크게 보면 정부의 안이한 늑장 대처가 빚은 참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와 방역 당국이 확진자 급증과 이에 따른 방역 패스 적용 대상을 둘러싸고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또 다시 교회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이유와 구실로 교회 예배 등에 지금보다 더 심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이는 확진자 급증과 오미크론 국내 유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한국교회 전체에 전가하려는 정치적 의도로밖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국가와 정부가 존재하는 첫 번째 목적과 사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있음을 생각할 때 정부의 방역정책 오판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단순 과오가 아닌 총체적 실패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한시라도 빨리 이제까지의 방역 정책과 조치에 중대한 흠결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역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온 국민이 영원히 코로나의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