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남한공관에 들어선 때가 1992년 7월 6일. 남한공관은 탈북자에게 있어서 희망과 생명의 등대였다. 여기까지 오기는 여권 없이 아세아, 구라파 대륙을 거쳐야 했고 감옥을 비롯한 생사의 고비를 수 없이 넘어야 했다. 1990년11월 최초 중국으로 탈북하였다가 체포북송, 만에 하나의 확률로 재탈북 하여 중국에서 일 년 간 헤메었다. 당시는 중국에 남한공관이 없었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남한공관은 모스크바에 있기에 러시아로 가야 했다.
하여 흑룡강성의 수분하시의 강 따라 사흘 간 떠내려 가 도착한 곳이 우쑤리스크. 여기서 시베리아 행 열차를 타고 가다 하바롭스크에서 만난 한인목사와 함께 남한공관에 들어선 것이다. 정치일색의 북한과 달리 남한공관은 민속적인 사진만 붙어있어 너무 평온해보였다. 하지만 닥쳐 본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행색을 보아 분명한 북한사람(벌목공) 세 명이 먼저 들어와 있었는데 사색이 된 이들을 쫒아내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우리는 나가면 죽기에 여기서 죽겠다며 자해를 하려고 칼을 빼니 최모 공관원은 날렵하게 발로 차서 떨구어 버리고 ‘나가!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 이들을 내쫒고 우리에게 다가와 ‘북한사람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어요’ 한다. 한편 안쓰러웠는지 ‘북한에서 태어난 죄’라고 한다. 목사가 황급히 나서 이 사람도 실은 북에서 왔다고 하자 당황하면서 한편 받을 수 없는 난처한 기색을 한다.
훗날 신문기사로 확인된 사실이지만 ‘북한당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탈북자를 받지 않는다’는 정책 때문이었다. 이는 남북기본합의서(1992년)란 분위기와 한편 독일통일을 상상하며 대량탈북사태와 통일비용의 우려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권의식은 고사된 상태이다. 어려운 독일통일은 이루어졌고 할 수 있는 한국통일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바로 인권의식의 차이라고 결론 할 수 있다.
인권 결여 상태에서 오로지 북한통지자와의 대화를 통해 북핵을 비롯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대북정책 방향이다. 이는 30년이 지난 현재까지이며 그 정도는 보다 높아졌다. 그 대표적 실례가 이유가 어떻든 간에 남한까지 온 탈북자를 눈 가리고 결박하여 북한에 넘겨주고, 또한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도 할 수 없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증명된다.
인권을 외면하고 북한 통치자를 향한 대북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절대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근거가 있기에 말한다. 왜 북한통지자를 향한 대북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을까. 그것은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북한의 특징 때문이다. 대북정책의 상대인 북한을 모르고서는 올바르게 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 없는 북한의 특징은 신정과 폐쇄이다.
신정은 헌법 위에 있는 당 10대원칙으로 증명된다. 수령을 신격화, 그 교시를 무조건 받들어야 한다고 되어있다(1972년 제정). 수령을 신격화한 정치인 신정은 오류가 없다. 그러기에 전범과 각종 살인도발행위를 저질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편 30살 철부지에게 눈물 흘리며 만세 부르게 만든 이유이다. 하지만 수령신격화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격화의 근간은 일제타승 나라해방(8.15), 미제타승 나라수호(6.25) 업적이다. 일제타승은 미국, 소련이고 6.25전범은 수령이라는 진실을 가리기 전에는 수령신격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폐쇄를 하는 것이다. 라디오 인터넷 없는 유일한 곳이 북한이라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 되는 이유이다. 그들은 설사 핵을 놓으면 놓았지 폐쇄를 놓을 수가 없다. 또 거창한 남북관계개선은 고사하고 원초적인 인도주의와 비 접촉 개방도 허용하지 않는다. 즉 서신거래, 이산가족 화상 상봉, 항공로, 철도, 가스라인 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유이다. 한 두 해도 아니고 이것이 반세기 이상의 역사임에도 이것을 무시하는 것이 대북정책이다. 무시의 원인은 눈앞의 정치적 표풀리즘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다람쥐 채바퀴처럼 헛도는 결과의 원인이다. 이 속에는 인권이란 절대원칙이 존재할 수 없다. 있다면 눈속임 뿐들이다. 그 실례가 함부로 서독의 대동독정책을 왜곡하여 말한다. 대동독정책의 핵심은 인권원칙이었으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상대인 동독이 신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올바른 대북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지금껏 대북정책방향은 북한통치자를 통해서는 절대 안 됨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남은 대북정책의 대상은 통치자를 제외한 북한동포이다. 이 동포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모색하는 것이 새로운 대북정책의 방향이고 희망의 길일 뿐이다. 말이 아니라 필자부터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으로 행동하는 이유이다.
남한 땅에서 북한동포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것은 풍선이다. 그러기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풍선을 개발(특허)하고, 이혼까지 당하면서 대북풍선을 날리는 이유이다. 거창한 인권은 차치하고라도 인간의 원초적 권리인 알 권리를 도와주는 것이 대북전단이다. 라디오 인터넷 없는 폐쇄의 땅을 자유롭게 뚫고 가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며 풍향도 안 맞는 날 자극적인 전연지역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대국민사기극 전단행위는 척결해야 한다. 이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아니라 경찰직무집행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풍선은 레이더와 열, 소리, 육안으로 추적 불가능한 완벽한 스텔스기구이다. 따라서 조용히 하면 문제가 일어날 수가 없다. 북한통치자가 아니라 북한동포로 향하는 대북정책만이 유일한 성공의 길임은 틀림없지만 이것을 표를 먹고 사는 정치가들에게 바랄 게 못 된다. 그럼에도 깨어있는 선각자, 언론, 정치가들이 나서야 하고 시간이 걸려도 국민을 설득해 가야 한다. 광야의 메아리 같지만 진실이기에 인내하다보면 반드시 빛을 보리라 믿는다.
이민복 탈북민 선교사(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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