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청소년 전문 사역단체 위미션 화요예배에서 브라질 마약촌에서 사역하는 박종필 선교사가 로마서 12장 15절을 본문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아프리카 선교사를 꿈꾸던 박종필 선교사와 중국선교에 대한 꿈을 가졌던 그의 아내는 5년 전 사역과 직장을 내려놓고 브라질 선교사로 나가게 되었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현지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기에 보통 선교사로 나가는 걸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교육전공인 박 선교사가 교육선교에 비전을 가진 것과 아내가 의사인 것을 참작해서 선교사로 파송받게 되었다고 한다.
박 선교사는 선교 초기에 가정이 겪었던 어려움을 나눴다. 그는 “아이들이 수업을 알아듣지 못해서 울면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었다. 아이들이 유급되지 않도록 아내와 제가 아이들의 교과서를 한국어로 설명해주고, 선생님들이 내준 모범답안을 통째로 외우게 해서 시험을 치게 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첫해를 무사히 통과하고, 5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브라질 억양 그대로 말한다”며 “하나님이 잘 케어해주시고 적응하게 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저는 현지인과만 사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년의 어학연수 과정이 끝나자마자 포르투칼어로 15분 원고를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설교했다. 브라질 선교를 권하셨던 목사님이 설교가 끝나면 3~4시간씩 교정해주고 훈련시켜 주셨다. 브라질에 간 지 2년 차부터 설교를 하기 시작했고, 3년 차부터는 다른 교회에 가서도 설교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전문의였던 아내는 브라질 의사 면허를 받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섬기는 브라질 상파울루 중앙장로교회에서 직선거리 1.2m 되는 거리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마약시장이 있다. 이걸 마약촌이라고 부른다. 한인들은 저에게 그곳은 너무 위험하고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근처에 가지 말라고 했었다. 성경은 분명히 즐거워하는 자들과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울라고 하셨는데, 지금 이 상파울루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누구와 함께 계실까를 생각했다. 이천 년 전 예수님은 오셔서 창녀, 세리, 죄인과 함께 사시고,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고 고치시고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우리는 이 땅에 선교사로 와서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그 땅에 모였다”고 했다.
이어 “처음엔 다른 선교사님들의 사역을 돕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사역을 분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원래 마약촌에는 보건소도 있고 의료진도 있었는데,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보건소도 문을 닫고 모든 의료인이 다 빠져 버렸다. 먀약촌 안의 사람들은 마약 중독에 빠져서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상처가 나도 그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계속 방치하게 된다. 상처가 썩기도 하고 심하면 손목이나 발목에 뼈가 보일 정도까지 상처를 발치한다. 항생제를 조금 쓰고, 상처 난 고름을 닦아 내고, 소독하고 연고만 발라도 해결될 것을 계속 키워서 심각한 상황까지 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는 “브라질은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천주교 나라였다. 지금은 기독교인 숫자가 25%까지 올랐다고 한다. 문제는 기독교인 개신교인으로 개종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복음으로 살지 않는 이들이 너무 많다. 브라질에선 친구를 만나서 뭔가 부탁할 때 ‘예수님의 사랑으로 좀 해주면 안 돼?’라고 표현한다. 헤어질 때는 ‘하나님과 함께 가’, 남아있는 친구에겐 ‘하나님과 함께 머물러 있어’라고 인사한다. 늘 예수님과 하나님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복음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간다. 심지어 마약촌 안엔 과거에 목사, 장로, 선교사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가 말씀을 전하면 이미 말씀을 다 알고 있고, 찬양을 부르면 다 따라 부른다. 그런데 마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며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복음이 예수가 생명이 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내 시간과 관심으로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 말고는 예수를 전하는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주일 오후마다 400명의 식사를 준비해 들어가서 음식을 나누고, 영적인 양식인 복음을 전했다. 몇 년간 이 사역을 하다 보니까 그 안에서 저와 관계가 형성된 친구들이 생기고, 저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곳을 꼭 벗어나야 하는데 내 힘으로 벗어날 수 없으니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오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그 친구들을 한 명씩 두 명씩 구출해서 마약갱생원으로 보냈다. 다시 마약촌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그들의 가정과 연결해주는 일, 그들의 지역 교회와 연결해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아이티, 앙골라, 모잠비크에서 난민으로 들어온 이들에겐 언어를 가르치고 직업교육을 했다”며 “하나님,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으면 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박 선교사는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이해하고, 기대하고 있는가?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너무 피상적으로 안다. 예수 믿고 죽어서 가는 나라를 하나님의 나라로 알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가 되는 이유는 그 곳에 하나님이 계시고,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며 “이 땅에 사는 동안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해보지 않고, 하나님이 통치하는 나라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죽어서 하나님의 나라를 제대로 누리고 즐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는 방법은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고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자리에 서는 것이다. 예수님은 너희를 교회로 보낸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예수님은 너희를 세상에 보낸다고 말씀하셨다.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하나님의 공의, 하나님의 나라가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하나님이 보내신 곳은 어디인가? 여러분의 직장, 학교, 가정이 지금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고, 내가 선 그곳에 하나님의 일하심이 보이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자리에 있으라고 하신 얘기는 지금 내 주위에 복음으로 회복되어야 하는 울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공유하라는 부르심이 있지 않을까. 저는 제가 사는 브라질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나누며 살겠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현장에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서 있는 그 자리가 하나님의 나라로 바뀐 것들을 경험하고 그 하나님을 증거하고 함께 찬양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박 선교사는 “신앙이란 우리 삶과 분리될 수도 구분될 수도 없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다. 우리가 만나는 가장 가까운 이웃, 사랑하는 부모.형제, 선생님, 동료에게 나는 지금 누구인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 원한다. 저도 주님 오시는 날까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늘 기도한다. 하나님 앞에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세워보자. 위미션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 땅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쓰임 받고자 하는 일이다. 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를 살 때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우리 가운데 임할 것이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살아갈 때 그 나라는 온다. 그 나라를 함께 꿈꾸는 저희가 되기를 함께 기도하며 나아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