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간 소아과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뭘까? 바로 스마트폰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앱)에 아이의 증상을 작성하는 일이다. 그래야 접수하는 과정에서 간호사와의 소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골 소아과는 몰라도 처음 가는 소아과는 조금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다. 처음 갔을 때 코로나19로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청각장애 엄마를 마주한 간호사와 의사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우왕좌왕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필자는 아이의 증상을 먼저 살핀 후에 스마트폰 메모장 앱에 간단히 작성해두고 접수한다. 접수 후 아이의 차례가 되었을 때 간호사가 직접 다가와 안내해 준다. 그 후 진료를 할 때 스마트폰 메모장 내용을 확인한 의사는 컴퓨터 메모장에다 아이가 왜 아픈지를 물어보고, 며칠 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지,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을 때 다시 한번 내원하라는 내용 등을 작성해 보여준다.필자는 한국수어와 한국어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아이와 동행하는 경우엔 아이를 봐야 하고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메모장 앱을 번갈아 보다 보면 불편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어통역사가 병원으로 와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지원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입 모양과 필담을 사용하는 경우엔 더욱 난감하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입 모양과 얼굴 표정을 세세히 살펴보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어통역사와 동행하거나, 마스크를 쓴 채로 소통하기 위한 어떤 배려가 돋보이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엄마와 아이가 모두 편안한 의료시스템을 누릴 수 없을까? 이러한 고민을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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