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화 탐구] 동방박사 이야기

오피니언·칼럼
알브레히트 뒤러, <마기의 경배>, 1504.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아기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였을 때에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별을 보고 따라와 아기예수에게 경배하였다. 이것은 예수가 이방인으로부터 경배 받은 첫 번째 사건이다.

희랍성경 원전에서는 이들을 마고이(Magoi)로 표시하였다. 이를 킹 제임스 번역본에서는 오랫동안 현자(wise men)로 썼는데 최근의 20세기 신약성서(TCNT)에서는 점성술사(Astrologers)로, 그리고 새 국제표준번역(NIV)에서는 원전에 따라 마기(Magi)로 표현하고 있다. Magi는 Magus(마법사)의 복수형이다.

우리 성경에서는 존 로스 번역본(1877)부터 계속 동방박사라고 부르고 있다. 여기서 박사는 박학다식한 사람이란 뜻의 중국어 성서에 근거하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는 동방박사를 동방 풍의 모자를 쓴 마기로 그렸다. 그러나 중세말기부터는 시편(72편 10절)의 기록에 따라 그들을 왕(king)으로 보는 해석이 생겨나 수많은 신하와 동물이 함께 온 호화로운 왕의 행렬로 표현하고 있다.

3인의 마기. 비잔틴 모자이크, 565년경, 산타폴리나레 누오보성당, 라벤나, 이탈리아 The Three Magi, Byzantine mosaic c.  565, Basilica of Sant'Apollinare Nuovo, Ravenna, Italy (restored during the 19th century).

라벤나의 산타폴리나레 누오보성당의 비잔틴 모자이크는 비잔틴 예술의 최고봉의 하나이다. 그 중의 하나인 3인의 마기(현인) 모자이크는 너무나 아름답다.

여유 있고 풍성하게 만든 중세의 남성용 하의인 브리치스(breeches)를 입고 있는데 이 바지는 프랑스어로는 '브레'라고 하며 중세 초기에는 프렌치 브레(French braies)나 라틴 브라케(Latin braccae)와 같은 형태의 바지를 의미했으나 16세기 후반부터는 커다랗게 부풀린 반바지를 의미했다.

그리고 머리에는 프리기아인이 쓰던 부드러운 원추형의 뾰족한 두건인 프리기안 모자 (Phrygian cap)를 쓰고 있다. 프리지아는 소아시아 중앙/북서부에 걸친 고대 국가이다.

또한 이 3인은 모두 어깨·등·팔이 덮이는 소매가 없는 망토식의 겉옷(capes)을 걸첬는데 추위를 막거나 멋을 내기 위하여 입는 옷으로 동방박사의 높은 신분을 보여준다.

우리 성경에서는 “박사들”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 동방박사가 몇 명인지 쓰여 있지 않다. 예물이 셋이니 박사도 셋이라고 주장한 것은 그리스의 유명한 교부인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4년경)가 처음이다. 헤로데왕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놀란 것을 보면 더 많을 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또한 그들이 동방에서 왔다고 할 뿐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언급이 없다. 그들은 각기 바벨로니아, 페르시아와 인도에서 왔다는 전설이 있지만 최근에는 고가품인 유향과 몰약의 주산지인 남부 아라비아 반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모든 지역은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보면 동방에 해당한다.

<동방박사 이름을 적어놓은 제단화, 부분>, 카탈로니아 모솔의 산타마리아 성당, 13세기 Altar of Santa Maria Mosoll, From commons.wikimedia.org

그리고 이태리의 라벤나에 있는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교회와 스페인 카탈로니아지역의 모솔에 있는 산타마리아성당 제단화에는 박사들의 이름이 가스파르(Gaspar), 발타사르(Balthasar) 그리고 멜키오르(Melchior)였다고 밝히고 있다.

7세기에는 서방교회에서 마기의 이름이 가스파르(Gaspar), 발타사르(Balthasar) 그리고 멜키오르(Melchior)라고 밝히며 지칭하였다.​ 그리하여 이태리의 라벤나에 있는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교회와 스페인 카탈로니아지역의 모솔에 있는 산타마리아성당 제단화에도 박사들의 이름이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세 사람이 서로 다른 대륙에서 먼 길을 온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 당시는 세 대륙뿐이었으므로 멜키오르는 아라비아에서 온 유럽인이며 가스파르는 터키의 다소(Tarsus)의 왕으로 아시아인, 그리고 발타사르는 현제의 남부 예멘인 사바(Saba) 또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아프리카인이라고 주장하여 전 인류의 대표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 한 것이다. 그러므로 화가들도 그들을 백인 황인종 흑인으로 많은 성서화에서 표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4세기부터는 3인은 세대를 대표하는 나이라고 교회 전통으로 확립되어 가스파르는 노인, 멜키오르는 중년 발타사르는 청년으로 묘사하였다.

아기 예수에게 예물을 드리는 순서는 흰 수염이 있는 가스파르가 먼저 황금을 드리고 다음으로 멜키오르는 유향을 드리고 마지막으로 발타사르가 몰약을 드리는 것으로 도식화 되었다. 그러나 일부 작품에서는 유럽의 백인인 멜키오르가 노인으로 황금을 드리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

연세대와 서울대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등 30년 간의 공직과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로, 1994년부터 성화와 구별된 성서화를 도입해 2012년부터 <성서화 탐구>를 본지 등에 연재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서울성서화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해외 유명 미술관의 중세 메뉴스크립트 등 5천여 점의 성서화를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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