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종부세 고지… 증여 급증 속 "대선까지 버티기" 전망도

경제
생활경제·부동산
조은식 기자
press@cdaily.co.kr
세금 폭탄에 다주택자 집 내놓을까
 ©뉴시스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22일 고지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부터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다.

고지서 우편 발송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고지서가 우편으로 도착하기 전 국세청 홈택스나 금융결제원 인터넷 지로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우편으로는 24~25일께 도착할 전망이다. 고지된 종부세는 내달 15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종부세는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납세자별로 합산해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으로,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 초과분에 대해 과세하고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 6억원 초과분에 대해 과세한다. 지난해에는 1가구 주택자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해 과세했지만 올해부터는 1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올해 종부세 납부자는 대폭 오른 고지서를 받아들게 된다. 1주택자는 0.1~0.3%포인트(p), 조정 대상 지역 2주택자 및 3주택 이상 보유자는 0.6~2.8%p 인상된 세율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세율을 반영할 공시가격도 크게 올랐다. 정부는 현재 68~70% 수준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10~15년에 걸쳐 시세의 90% 수준까지 상향하는 계획도 추진 중인데,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에 달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90%에서 95%로 상향됐다. 공시가격에서 어느 정도를 과세표준으로 할지 정하는 비율로, 정부는 2022년까지 이 비율을 100%로 올릴 방침이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대폭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76만50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납세자 수 보다 10만 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아파트 전용 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는 지난해 249만원에서 올해 458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82㎡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등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올해 종부세로만 7150만원을 내야 한다. 2020년 2526만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 전체로 보면 이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는 지난해에는 3316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오른 세금 인상분을 반영해 8096만원을 내야 할 전망이다. 작년에 비해 무려 478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종부세 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전에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데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 돼 있어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부세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 다주택자들은 아무래도 심리적인 영향이 없을 순 없다"며 "내년에도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공시가격이 올라가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산세 부담이 커지지만 그동안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빠르게 오른 시세를 감안할 때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며 버티거나 증여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증여로 선회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9월 증여 건수(6만5574건)에는 못 미치지만,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함영진 집방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 부과가 12월이긴 하지만 6월을 기점으로 납부자가 결정된 것이기에 고지서 발송으로 인해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증여 수치가 증가한 점이나 버티기에 들어간 집주인들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당장의 시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예정된 대선도 변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와 1주택자 재산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일단 내년 대선까지는 지켜보자는 관망 심리가 팽배하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종부세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고, 높은 양도세율은 매물 잠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내년 대선까지는 유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랩장도 "내년 대선 부동산 공약 중 종부세와 양도세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내년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시스

#종부세 #부동산

지금 인기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