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설교학회(서동원 회장)가 20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 용인시 소재 설교자하우스 리더십센터에서 2021년 가을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현장 및 줌(zoom)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먼저, 최광희 박사(합신대 실천신학·설교학)는 ‘고난 중의 신자에 대한 설교자의 청중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최 박사는 “청중은 하나님과 영생의 언약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땅에 사는 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또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자 하는 존재”라며 “청중이 언약 백성으로서의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 설교자의 설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청중은 종종 자신이 하나님과의 사랑의 언약 관계를 맺은 언약 백성이라는 설교자의 설명에 따라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그것은 자신이 경험하는 사건이 자신이 들은 말씀과 모순되게 느끼는 현실 때문인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까닭을 알 수 없고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을 경험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난의 정체는 무엇인가. 팀 켈러는 고난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고통과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떠나게 되기는커녕 도리어 하나님께 다가가게 된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여러 가지 까닭 모를 고난을 경험할 때 언약 백성인 청중은 그 고난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고난을 겪고 있는 청중이 그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려면 설교자는 고난을 어떻게 이해하며 설명하고, 고난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고난을 겪는 청중에게 다가가는 설교자의 태도 역시 중요한데 설교자는 고난을 겪는 청중이 하나님의 변함없는 은혜를 발견하도록 돕기 위해서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또한 “때로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마치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이 없이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설교자는 이런 상황에 관하여 어떻게 설교하여 신자들이 여전히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섭리 안에 있음을 설명할 것인가”라고도 물었다.
그는 “청중이 고난을 겪을 때, 그리고 그 고난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거나 장기화할 때, 다윗처럼 하나님이 왜 응답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해하거나 모세처럼 소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럴 때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말하라고 설교자에게 사명을 주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컨대 아스머 교수가 경험했듯이 설교자가 고난의 의미를 설명하며 하나님의 섭리를 일깨워주면 신자는 잠시 방황하던 자리에서 돌아와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며 “설교자가 이런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고난을 해석하는 여러 모델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신자가 겪고 있는 개별적인 고난 사건을 설명하는데 어느 유형이 적절할지 잘 분별하여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당장은 고난이 아프고 힘들지만, 신자의 성숙에 고난이 불가피함과 결국에는 고난이 유익임을 받아들여 하나님께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런 사역을 감당하는 설교자에게 고난을 설명하는 모델들을 잘 이해하는 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고난을 겪고 있는 청중에게 다가가는 태도”라며 “우리 하나님은 언제나 옳으시다는 신정론의 주장을 강조하느라 자칫 고난을 겪는 신자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체휼(體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타인의 얼굴’이 ‘계시’라고 하는 레비나스의 설명은 설교자가 청중을 향해 체휼하는 마음을 가지는 데 요긴한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동진 박사(McMaster Divinity College 실천신학·설교학)는 ‘마틴 로이드 존스의 성령세계 이해와 진정한 설교’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박 박사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개혁주의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D. Martyn Lloyd-Jones)는 진정한 설교(true preaching)야 말로 오늘날 교회와 세상을 위해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존스에게 있어서 설교란 교회의 주요하고 특별한 임무일 뿐 아니라 사람들을 참된 진리의 지식으로 이끄는 하나님의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그의 설교학의 뿌리는 그의 성령론에 있으며, 그의 성령론의 중심에는 그의 성령 세례(the baptism with the Spirit)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설교에 관한 그의 정의는 그의 성령 세례 교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로이드 존스는 참된 기독교 설교란 반드시 성령 세례를 동반해야 한다고 확신하는데, 그 이유는 능력의 세례 없이는 성경의 온전한 교리를 설교한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의 성령 세례 교리는 설교의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의 성령 세례 교리는 구원의 확신이라든지 봉사에 있어서 능력의 부여(empowerment for service)를 포함한 신자의 다양하고도 넓은 영적 경험들을 다루고 있다”며 “사실 그의 성령 세례 교리가 주로 논쟁을 일으킨 부분은 중생과 성령 세례의 관계에 관한 것이지, 그의 설교학에 관한 것이 아니다. 로이드 존스는 성령 세례란 중생의 사건과는 다른, 회심 이후의 성령의 특별한(exceptional) 역사의 체험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중생과 성령 세례를 분명하게 구분함으로써, 그는 참된 신자로 할지라도 성령으로의 세례를 아직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또한 “로이드 존스의 성령 세례 교리는 오순절주의와 동일하다거나, 그에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16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설파되었던 ‘구원의 확신’(assurance of salvation)과 ‘부흥’(revival)이라고 하는 개혁주의 전통의 두 교리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동시에 그의 성령 세례 교리는 이 두 교리들을 원래의 내용 그대로 다시 소개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콘텍스트 안에서 이 교리들을 발전시키고, 재전유화(re-appropriation)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이드 존스 안의 부흥의 열망이라고 하는 이 매트릭스가 결과적으로 그로하여금 개혁주의 전통과는 다른 성령 세례 교리 입장을 견지하도록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며 “로이드 존스 안의 부흥의 열망이라고 하는 이 근저의 매트릭스를 발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의 성령 세례 교리와 진정한 설교에 관한 그의 신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설교자들에게 가장 긴급한 필요는 최신의 방법론이나 새로운 메시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설교 사역을 지탱해주는 영적인 ‘불’과 새 언약적 능력의 참된 원천인 ‘옛 수원’ 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라며 “이 옛 수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바로 로이드 존스가 말했던 성령으로의 세례, 즉 성령의 능력을 구하는 것이며, 성령의 부으심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새롭게, 충만하게 경험하기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들이 쇠락해가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설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들 앞에 놓여 있는 거대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성령의 부으심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으로 거듭해서 채워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로이드 존스의 성령 세례의 필요에 대한 확신은 오늘날 설교자들에게 성경을 충실하게 강해하는 일에 전념하면서도, 단지 성령의 일반적인 사역에 만족하지 말고, 설교 사역 가운데 비상한 성령의 능력을 기대하고 이를 위해 간구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을 여전히 역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남모세 박사(서울신대 실천신학/설교학)가 ‘존 훼슬리 설교에 대한 설교학적 관점의 연구’, 서지마 박사(University of Pretoria 실천신학/설교학)가 ‘고난 설교를 위한 설교학적 제안: 구속사적 내러티브 설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