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물가 역대급 상승 예고.... 인플레 공포

미국·중국 發 인플레이션 공포 우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수입물가가 1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9월 생산자물가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 되는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1~10월 누계 상승률이 2.2%로 이미 2%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2.1%와 1.5%에서 각각 2% 중반 수준과 2% 초반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5.8% 급등해 13년 만에 가장 높았고, 9월 생산자물가도 전년동월 대비 7.5% 올라 2011년 4월(8.1%)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 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높아진 원가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 하는 등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간 시차상관관계를 시산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대체로 동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농산물과 석유류의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지 않고 바로 전가됐다. 반면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약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공식품이나 금속 등 원자재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에 각각 8개월, 1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 되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물가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대체로 6개월 후 생산자물가 내 음식료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약 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내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금속가격의 경우 생산자물가에 파급되는 데 1개월 정도 걸리지만 소비자물가에는 약 11개월 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원자재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파급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도 고공행진 하고 있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무역 등에서 미·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어 우려되고 있다.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급등해 1990년 12월 이후 30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 역시 1년 전보다 8.6% 올라 2010년 1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13.5%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5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례 없는 물가 상승으로 수입 등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물가도 한동안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도 3.2% 올라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위드코로나로 인한 민간소비 증가, 내수 진작책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 등을 고려하면 올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0월 누계 상승률이 2.2%로 이미 2%를 넘어섰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2%를 상당폭 상회하면서 올해 연간으로 지난 8월 전망수준(2.1%)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며 "4분기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분기(2.6%)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수준(2.1%)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1일 거시경제 전문가들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선진국의 빠른 백신보급과 전례 없는 정책지원으로 재화를 중심으로 수요가 강하게 회복되는 데 반해 일부의 생산·물류차질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통해 확산되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초래됐는데 이러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상승 압력도 크게 높아졌다"며 "글로벌 공급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병목 등의 영향으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2%를 넘어서는 등 내년 초까지 소비자물가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병목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내년 중반까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물가를 0.35%포인트 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 소비자물가는 2.3%, 내년은 2% 초반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홍철 DB 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과 러시아와의 가스 가격 협상 난항 등 불안 요소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내년 초는 되어야 에너지 가격이 진정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올해 연말까지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을 맞아 선 주문을 하는 등 글로벌 물류 병목으로 인한 물류 적체가 심각한 상황인데 내년 초 이후에나 완화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4%, 내년 2%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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