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딸을 둔 아버지이자 목회자로서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가 최근 CBS '잘 먹고 잘 사는 법(잘잘법)'에 출연해 장애인 자녀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했다.
김 목사는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가만히 보면, 어그러진 일들을 경험하는 일이 훨씬 많다"며 "인생을 대하는 굉장히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원했던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보다 원하지 않던 일을 어떻게 해석해내는가에 있다. 사실은 사건보다 해석이 훨씬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제가 이해가 되지 않아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왜 내게 이런 일을 허락하셨나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요?' 이런 신앙적 물음이 있지 않느냐"며 "제일 힘든 게 자녀 문제다. 저는 수십 년 동안 장애를 가진 딸의 아빠로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저보다 집사람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장애로 태어났다면 조금 더 받아들이기 괜찮았겠지만,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많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살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그런 상황 가운데 하나님이 살려주셨다. 그런데 그 감사보다, 1년 후 딸에게 찾아온 장애가 굉장히 힘들었다"고 김 목사는 덧붙였다.
장애인 자녀를 키운 목회자로서 겪은 어려움도 나눴다. 김 목사는 "가장 친한 사람들이 '너 그런 딸 데리고 어떻게 목회할래? 기도해야지', 가슴이 무너지는 이야기였다. 부모보다 더 딸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이 너무 쉽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며 "고쳐달라고 참 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고쳐주시지 않더라. 그래서 왜 하는 물음이 생겼다"고 했다.
또 김 목사는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30년 전 미국 사회는 당시 한국과 달리 장애를 가진 아이도 잘 돌봐줄 수 있었다. 그래서 딸은 그 5년 유학 동안 진짜 행복하게 살았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많이 힘들어졌다. 제일 힘든 건 장애로 인해 부모도 모르게 왕따를 당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김 목사는 "나중에 이를 알게 됐을 때, 저는 이 사회를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왜 이런 일이 내게' 하고 질문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며 "저도 딸의 장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 장애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를 바꿔가시는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람은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것이 제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런데 딸에게 후천적 약물 부작용으로 지적 장애가 왔다. 그래서 너무 억울했다"며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였다. 특히 딸은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고 특별한 관심을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의 목회는 엘리트 중심적으로 '예수를 믿으면 이렇게 잘 돼야 해요. 노력하면 돼요'였다. 그런데 딸을 통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교회가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 장애를 가진 딸이 겪는 고통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심경도 고백했다. 그는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딸이 당하는 고통, 아픔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였다. 이 부분에는 답이 없었다"며 "그런데 33년을 지나오면서, 우리 부부의 큰 걱정은 '딸보다 우리가 먼저 죽을텐데, 우리 딸 어떡하나'였다. 그런데 진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몇 년 전 딸이 결혼한 것이다. 아무도 결혼하리라 생각을 안 했는데, 사위를 만나고 짧은 과정 후 둘이 결혼하겠다고 하고 시댁의 허락을 받아 결혼을 했다. 여기까지는 해피 엔딩"이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저는 딸이 결혼하고 행복해지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사위가 장애를 가진 딸과 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또 어려움이 시작됐다"며 "'하나님, 이쯤이면 될 줄 알았는데 왜...' 하게 됐다. 다시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그 과정이 지나가고 요즘은 둘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어 "우리 삶에는 이해할 수 없고 납득되지 않는 부분들을 비극이라 이야기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사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인생을 비극이라고 한다면, 우리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일 것"이라며 "그런 아픔을 가지고 힘겹게 사는 분들에게 딱 맞는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내 인생에 대한 계획을 깨닫게 되는 때가 있고, 힘겹지만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때가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울러 "거기서 끝나면 좋은데, 그렇지도 않더라.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의 시간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목사로서 딸로 인해 이런 목회 길을 가게 하신 하나님을 고백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이 있다"며 "그럼에도 딸이 그렇게 힘들어했던 시간들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제겐 답이 없다. 딸이 요즘도 '하나님 저 낫게 해주세요. 깨끗하게 해주세요 고쳐주세요' 기도하는데, 들을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김병삼 목사는 그러나 고통의 시간을 겪는 과정에서 생긴 장애인 딸의 신앙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감사한 것 중 하나는 '딸이 기도하고 있구나, 소망을 가지고 있구나'.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요즘 딸이 창세기부터 성경을 필사하고 있다"며 "우리 딸은 지적 장애도 있고, 손도 잘 움직여지지 않아 글씨 쓰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창세기부터 출애굽기까지 써서 채팅방에 올려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어떤 분들은 우리 딸보다 심할 수도, 덜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문제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 문제를 놓고 하나님 앞에 대면하고 답을 얻고, 인생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깨달아가는 것이 신앙의 여정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그 인생의 여정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 더 험한 길도, 더 편안한 길도 있을 것이다. 저는 그런 분들께 하나님 앞에 진지하게 이 문제를 놓고 마주 설 용기가 필요하지 않는가 권면한다"며 "용기는 삶을 직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기 없는 사람은 삶을 회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그러나 "여전히 제 속에선 딸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해결이 안 된다. 하지만 그 부분은 딸의 몫, 하나님의 몫일 것"이라며 "목사로 살면서 모든 사람에게 모든 답을 해줄 수 있다거나 내 인생에 모든 답을 얻을 수 있었다면, 저는 하나님을 안 믿을 것 같다. 끊임없이 부족하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에, 여전히 제게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고,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사도 바울이 '약함이 곧 강함'이라고 고백했다. 만약 그에게 육신의 가시와 연약함이 없었다면,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마지막에 하나님을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인생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약한 부분들과 고민들이 곧 강함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것들이 사실 우리를 믿음의 끈으로 이어주고, 우리를 하나님께 붙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믿음의 역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