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자리는 잔혹한 형틀을 통한 고통의 자리이자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저주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아들이 되려 저주를 받아 나무 십자가에 달립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힘 없이 그 자리에 나아갑니다.
그가 받으신 저주는 자신 때문이 아니였습니다.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께 제대로 된 왕관도 씌워드리지는 못했는데 우리의 죄로 인해 주는 가시면류관을 쓰셨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스스로 구원하라" 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릅니다. 그 자리가 예수님의 권위와 능력을 들어내는 자리가 아니라 사랑을 고백하는 자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전능하신 자가 가장 힘없는 자리에 처해 모욕과 수치를 받으시면서도 주님은 물과 피를 다 쏟아 자신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세상보다 더 사랑한다고 죽기까지 사랑한다고"
십자가 자리에서 주님의 가장 큰 고통은 외면이었을지 모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사랑이 외면당할 때, 오해 받을 때 주님은 손과 발에 못이 박히고 허리가 창에 찔릴 때보다도 주님은 더 아프셨겠지요.
하지만 외면마저도 넘어선 포기를 모르는 사랑의 고백은, 죽음까지도 넘어선 그 사랑은 살아서 우리의 가슴에 남아 생명이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주님께서 우리를 향해 생명을 다해 쓴 사랑의 편지입니다. 오늘도 가슴에 새겨진 이 편지를 꺼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