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호 칼럼] 부모의 사랑은 어디까지인가

에버그린한인교회 현순호 목사

내 안에도 끝없는 갈등이 있는데 다른 개체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언제나 좋을 수 만은 없다. 어떨 땐 저 분이 부모가 맞나 의심도 간다. 반대로 저 놈이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인가? 하고 되묻을 때도 있다. 부자간의 관계를 3가지로 분류해 봤다.

▷가시고기 형: 암컷이 많은 알을 풀어놓으면 그 후엔 숫컷의 몫이다. 알을 옆에서 24시간 지킨다. 크나 작으나 어떤 고기가 옆에 오면 목숨걸고 달려들어 쫓아낸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알이 작은 고기가 되어 헤엄쳐 나간다. 이 때 할 일을 다한 숫놈은 지칠때로 지쳐 한쪽 구석에서 죽고, 물 위로 떠다니다 날아가던 새가 물고 달아난다. 이 같이 어떤 부모는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부모 나름의 삶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노년에 부모가 골병 들어 고생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기보다 되려 무시하고 이유없이 대들기까지 한다. 부모는 실망을 넘어 후회하기까지 한다.

▷거북이 형: 암놈은 따뜻한 모래를 깊숙이 파고 알을 수북히 쏫아놓고 원수들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덮고 바다로 들어간다. 몇 주간이 지나 따뜻한 온기를 지닌 새끼들이 밖으로 나온다. 이들은 무거운 모래를 헤치고 밖으로 나와 역시 쓸물을 따라 바다로 기어간다. 이와 비슷하게 일부 부모는 자녀들을 낳기만 하지 키우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이를 큰 짐으로 생각해 고아원으로 보내거나 심지어 헌 물건을 내다 버리듯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기도 한다. 어려서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거칠어지고 어른이 돼서도 남을 사랑할줄 모르고 일생을 어둡게 살아간다.

▷독수리형: 높은 절벽의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서로 번갈아 가면서 3주간을 품는다. 알에 금이 가면서 조금씩 벌어질 때는 부리로 껍대기를 쪼아 새끼가 밖으로 나오게 도와준다. 그 후엔 연신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훈련기간이 시작된다. 어미는 새끼를 물고 높이 올라가 떨어뜨린다. 새끼는 죽지 않겠다고 날개를 퍼득거리지만 힘이 달려 밑으로 떨어진다. 그때 어미는 다시 새끼를 차고 올라가 떨어뜨리기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단련시켜 새끼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이후 어미새는 둥지 위에 깔려 있던 깃털들을 밖으로 내던지고 맨 밑에 있던 나뭇가지를 위로 끌어올린다. 가시에 찔려 새끼가 더는 있을 수 없게 하려 함이다. 그래도 떠나지 않으면 부리로 쪼아 밖으로 밀어내기까지 한다. 결국 새끼들은 그곳을 떠나 제 갈 길을 찾아간다. 많은 부모들이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자녀들을 키우는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훗날 자녀들이 부모에게 감사하기보다 너무 가혹하게 키웠다고 원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 양육법에 있어 각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 상식은 있어야 한다. 즉 자녀를 끝까지 사랑하며 잘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만한 책임이 마땅히 부모에게 있다. 아무리 불효자식이라 해도 끌어안아야 한다. 한국서 대기업 간부로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도미한 한 지인이 있다. 그는 자식을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이 고생했다.

번화가에 큰 상점을 내고 이제 은퇴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부모 뒤를 이어 상점을 맡아야 할 외아들이 도박에 미쳐 어마어마한 돈을 계속 탕진하는 것이었다. 부모는 울며불며 타이르고 때로는 책벌도 가했지만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은 저축해둔 돈을 몽땅 가지고 행방불명됐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병에 걸려 죽게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부모는 울면서 망나니 아들을 받아들였다. 그 눈물은 이제라도 돌아온 것에 대해 감사하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아들은 뒤늦게 부모의 깊고 따뜻한 사랑을 깨닫고 새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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