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때부터 화가들이 모세를 그릴 때 머리에 뿔이 2개 난 것으로 그린 작품들이 더러 남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로마의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 (성 베드로 사슬성당)에 있는 모세 조각상이다. 1513-15년경에 제작한 미켈란제로의 대리석 조각인 모세상을 보면 특이한 모습이다.
모세는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 시내산에서 여호와로부터 받은 두 개의 십계명 돌판을 오른 손에 잡고 있다. 얼굴에는 무성하게 자란 수염이 구불구불하게 힘차게 배꼽까지 내려와 신성한 권위가 돋보인다. 바위 산 위의 모세는 호렙산에서 노예로 있던 히브리 민족을 해방시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이집트로 돌아와 협력자 아론과 함께 그들을 구출한 이스라엘의 종교적 지도자이자 민족적 영웅임을 실감케 한다.
무엇보다도 이마 위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돋아나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렘브란트가 그린 작품 중 ‘십계명 돌판을 들고 있는 모세’란 유화가 있다. 돌판을 받은 직후 모세의 눈은 저 산 아래에서 이스라엘 군중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뛰노는 타락한 장면을 보고 우상들을 파괴하기 위하여 돌판을 내리쳐 던지는 모습이다.
당초 오래된 원작의 희미한 부분을 그 유명한 ‘Google Art Project’를 통해 생생하게 복원하여 우리에게 작품의 살아있는 생동감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도 수염이 많은 모세의 넓은 이마 윗부분에 뿔이 돋은 것과 같은 모습이 보인다. 검은 머리털 앞쪽에 머리털과 다른 밝은 색 뿔 모양이 돌출해 있다. 그러나 뿔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면이 있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은 후 왜 얼굴을 가렸을까?
모세 이마에 뿔이 난 그림은 모세의 일생 중 다른 그림에는 없고 십계명 돌판을 받을 때만 나타난다. 그렇다면 십계명을 받은 성경 기록인 출애굽기 32장을 살펴보면 모세는 십계명 받은 후 상당기간 얼굴을 가렸다.
아론과 온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를 볼 때에 모세의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남을 보고 그에게 가까이 하기를 두려워하더니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출애굽기 32:30, 33)
시내산 꼭대기에서 40일간 금식하면서 여호와를 대면하여 십계명을 받고 내려온 모세의 얼굴 피부에 광채가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화가들은 모세 머리에 뿔이 난 것으로 묘사하였을까? 그것은 히브리성경 구절의 단어 하나를 한때에 잘못 번역한 결과였다.
이는 출애굽기 34장29절의 히브리 단어 “qaran”은 “광채가 나다(to shine)”는 동사인데 이를 명사로 이해하여 “뿔(horn)”로 잘못 번역한 것이다.
(주1.이 자료는 필자가 운영 중인 서울 성서화 라이브러리에 소장한 아래 책자에서 인용 번역한 것입니다. The Story of The Bible, by Patricia A. Pingry, 1988. p.19 Ideals Publications Inc. Nashville, Tennesee)
강정훈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등 30년 간의 공직과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로, 1994년부터 성화와 구별된 성서화를 도입해 2012년부터 <성서화 탐구>를 본지 등에 연재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서울성서화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해외 유명 미술관의 중세 메뉴스크립트 등 5천여 점의 성서화를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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