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기독교의 대응 방법은?

목회·신학
신학
김재건 기자
haeil2021@gmail.com
류장현 교수, 「신학과교회」 소논문서 자기방어적 태도에 문제 제기
한신대 류장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보라, 한신대TV’ 영상 캡쳐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에 대한 기독교의 대응은 여전히 미숙한 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을 문화 상대주의로 규정 짓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기독교의 절대성을 내세우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에 급급한데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복잡한 특성들을  잘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류장현 한신대 교수(조직신학)는 「신학과 교회」(2018년 겨울호)에 기고한 '포스트모더니즘과 기독교'란 제목의 소논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기독교가, 또 신학이 역으로 배워서 외연을 확장하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적합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류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을 에릭슨의 주장에 의거해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하나는 부드러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면 다른 하나는 경직된 포스트모더니즘인 것이다. 에릭슨은 부드러운 포스트모더니즘이 해체주의 철학에서 나타나는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경직된 포스트모더니즘의 요소들인 교조적인 자연주의, 반초자연주의, 환원주의적 견해, 논리실증주의, 행태주의와 실체에 대한 모든 인위적인 과학적 접근방법을 극복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기독교인들에게 격려가 될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진리성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류 교수는 헌터(James Davision Hunter)의 주장에 근거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기독교의 대응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헌터에 의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대한 기독교의 반응은 첫째 "~에 대한 적합성"의 패러다임으로 나타났다. 이는 말씀의 의미를 현대의 세속적 환경에 보다 적합한 방식으로 타협함으로써 말씀과 세상을 분리하려는 도전에 저항하는 신학적인 자유주의적 태도다.

둘째 "~에 대한 방어' 패러다임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의 도전을 공격함으로써 기독교의 진리를 보존하려는 보수주의적 태도를 일컫는다. 셋째 "~로부터의 정결" 패러다임이다. 이는 복음과 실천 사이의 연속성을 방해하는 일체의 도전에서 벗어나 말씀과 세상 사이의 신뢰가 해체되는 것에 저항하려는 현실도피적 태도다.

류 교수는 이러한 모든 태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기독교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류 교수는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고 종교적 다원성을 주장하여 전통적인 기독교의 권위와 가치를 위협하기 때문에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그것은 헌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에 대한 방어' 패러다임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을 공격함으로써 기독교의 진리가 부정당하지 않도록 저항하려는 보수주의적 태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기방어적 태도는 탈근대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폐쇄적인 종교단체로 인식시킬 뿐"이라며 "오히려 기독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를 기독교의 독단성을 극복하는 기회와 기독교 진리의 진정성을 재탐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는 모더니즘에 의해서 정초된 기독교의 독선적인 진리를 새롭게 인식하고 기독교의 배타성을 극복하여 복음을 폭넓게 이해하며 선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기독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을 기독교를 파괴하는 해체가 아니라 바로 세우는 가능성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대응하는 기독교는 공동체적 교회, 탈중심적교회, 영성적교회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공동체적 교회에 대해서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교회는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이 상호연관되어 있다는 유기체적 세계관으로 인간중심적 삭를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과 자연을 "연계시켜 공동체성 만들기(connexity)"를 강조해 하나님 나라에 상응한 일치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탈중심적 교회와 관련해 목회자 중심의 수직적 교회 질서에 문제를 제기한 그는 대안적 모델로 소그룹 교회를 제시하며 "평신도를 중심으로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교인들 사이에 영적 친교와 나눔, 의사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져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자연적 치유와 변화가 일어나고 모든 교인들의 은사를 활용할 수 있으며 말씀을 실생활에 적용해 선교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영성적 교회에 대해 그는 "그것은 전통적인 예전적 예배와 열린 예배를 넘어서 영적 체험을 강조하는 예배, 곧 인간의 이성과 감성에 호소하는 예배가 아니라 하나님을 체험하고 삶속에서 영성을 증진시키는 "경험적 예배"이다"라고 했다.

류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대한 기독교의 대응이 "거부와 절충과 도피"가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창조적 적응이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왜냐하면 "만일 기독교가 역사적 현실을 부정한다면 탈역사화 되고 반대로 역사적 현실과 야합한다면 세속화되며 역사적 현실로부터 도피한다면 현실로부터 고립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류 교수는 "기독교는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 적합한 자신의 본질과 사명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그것은 이원론적 세계관에 의해 상실된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이 합일되는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거대담론에 의해 붕괴된 탈중심적인 교회제도를 건설하며 합리주의와 주지주의에 의해 외면당한 하나님 체험과 신비적 영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때 기독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제사장과 예언자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은 기독교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