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억력 감퇴”… 갑상선기능저하증 4년 새 9만명 증가

사회
복지·인권
이루리 기자
smw@cdaily.co.kr
5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아

2020년 ‘갑상선기능저하증’ 질환 연령대별·성별 진료인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다른 사람에 비해 유독 추위를 많이 타고, 최근 체중이 급격히 늘거나 기억력이 감퇴하는 증상 등이 있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지난해 56만2000여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으며, 이 중 50대 여성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갑상선기능저하증 질환자는 56만2250명으로, 2016년(47만1653명)에 비해 19.2%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해 여성 환자는 47만373명으로 9만1877명인 남성 환자와 비교해 약 5배가량 많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3.4%인 13만16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21.6%), 40대(18.5%) 30대(13.8%), 70대(11.3%) 등의 순이었다.

박경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연령이 증가하면 함께 증가하는 질환"으로 "50~60대가 자주 발생하는 연령대라기보단 건강검진 등으로 갑상선 기능검사를 시행하면서 많이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환자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얻게 된 요인은 만성 갑상선염인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심장부정맥 치료제나 일부 항암제, 정신질환 치료제 등 갑상선호르몬 생산을 방해하는 여러 약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오드 결핍 또는 과잉도 대표적인 원인이다.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체내 열 발생량이 줄면서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위장 운동 둔화로 변비가 생길 수 있으며, 많이 먹지 않아도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체중이 증가한다. 또한 정신활동이 느려지거나 기억력이 감퇴하는 증상도 있어 종종 치매로 오해받기도 한다.

이런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오래 방치하면 심장을 둘러싼 심낭에 물이 차는 심낭삼출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가임기 여성의 경우엔 난임,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혼수를 동반한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원인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쉽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갑상선호르몬제는 치료제가 아니라 보충 약제인 만큼 의사의 지시 없이 중단해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요오드 과잉 지역이기 때문에 추가 복용 시 갑상선에 과부하를 주어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다면 식사 때 요오드가 많이 들어있는 천일염과 해조류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에도 과량의 요오드가 포함된 경우가 있어 제품을 선별 없이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