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싸고 주민과 건축주인 모슬렘 유학생들 간의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15년부터 대현동의 한 주택에 모여 종교의식을 해온 이슬람교도들이 해당 주택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용도 변경하고 공사를 시작한 것이 갈등의 발단이다.
주민들은 조용한 주택가에 이슬람 종교시설 공사를 허가한 대구 북구청에 항의하는 등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구청은 지난 2월 공사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대구지방법원이 7월에 구청의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해당 건축물에 대한 공사 재개가 가능해졌다. 현재는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재개되지 못한 상태에서 법적 다툼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의 항의로 건축이 중단되자 모슬렘 유학생들은 대구지역 참여연대, 민변 등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들 단체가 나서 공사중지 명령 철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유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어느 지역이고 주택가에 이슬람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주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갈등이 비단 대구 한 지역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과 건축주인 유학생들 사이에 3자가 개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소외감과 고립감이 더욱 깊어진 것이 사태 악화의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역 갈등 문제에 훈수를 두고 나선 것도 그렇다. 인권위는 지난 10월 1일에 낸 보도자료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무슬림과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는 일방적인 민원을 이유로 북구청이 건축주에게 공사중지 통보를 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공사 재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국가인권위가 이처럼 지역주민과 해외 유학생들 간의 갈등 문제에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논란이 없지 않다. 주민들은 국가인권위가 주민들의 고통 호소를 무조건 ‘부정적인 선입견’이라고 단정하고 정당한 민원 제기조차 ‘일방적’이라고 한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국민 사이에서까지 도대체 어느 나라 국가인권위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이 문제는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대현동 주민으로 보이는 청원인은 “외국인이 주택가에 자기들만의 집단 사회를 만들어 단체행동을 하고 세력화하는 건 처음 본다”며 “주택가 한복판에 이슬람사원 건축 관련해서는 기도처를 신축하는 줄 알았지, 모스크를 건축하는 줄은 몰랐다. 처음부터 속았다”고 했다. 이 국민청원은 지난 3일, 17만 5,598명의 동의를 얻고 종료되었다.
지역에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문제로 주민과 건축주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교회를 건축할 때도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법적으로 허용된 종교부지에 건축할 때도 주민과의 마찰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니까 대구 대현동 모슬렘 종교시설 건축에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을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주민들 편에서는 그런 건축물이 들어설 때 자신들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관할 구청이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구청은 처음엔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공사를 허가했다가 주민들이 들고일어나자 공사중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행정 난맥상을 노출했다. 그 후에 유학생들이 지역의 일부 진보성향의 단체들의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 단체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들 단체가 법적 자문이나 지원에만 그쳤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주민들의 고통 호소와 문제 제기를 차별·혐오로 몰아 결과적으로 갈등을 더욱 부채질한 데 있다. 주민들이 건축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내건 각종 현수막 등에서 일부 자극적인 표현들만 모아 주민 모두를 차별 혐오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인권은 국적, 종교, 피부색 등을 초월한 만인 공통의 권리이다. 따라서 타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의 종교가 이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은 인권 탄압 내지는 헌법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인권이라도 해도 나만의 독단적인 권리일 수는 없다. 즉 그 권리는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택가에 들어와 일반 주택을 헐고 모슬렘 종교시설을 건축하는 것을 주민이 반대한다고 인권 침해, 차별, 혐오로 여기기 전에 스스로 타인의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또한, 국민이 모슬렘을 경계하고 불편해하는 ‘양심의 자유’마저 무조건 ‘부정적 선입견’으로 단정하는 국가인권위의 견해야말로 역차별이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재산권,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함부로 매도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