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비량 목회에 대한 여러 의견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조사에서 자비량 목회에 대한 찬반의 질문¹⁶⁾이 있었다. 총 102명이 응답하였느데, ① 자비량 목회를 찬성 한다: 67명 ② 자비량 목회를 반대 한다: 19명 ③ 잘모르겠다: 16명의 결과가 나왔다. 60% 이상의 사람들이 자비량 목회에 찬성하였던 것이다.¹⁷⁾
또 다른 질문이 있었는데, 자비량 목회(선교)를 부분적으로 허용 시 일 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총 98명이 응답했는데, ① 일을 할 의향이 있다: 57명 ② 일을 할 의향이 없다: 19명 ③ 잘 모르겠다: 22명¹⁸⁾의 결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통한 직업 활동을 원하였던 것이다.
이 설문의 또 다른 질문은 자비량 목회를 찬성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었다. 응답자 60명 중, ① 사도바울도 자비량을 하였고 성경적이다: 16명 ② 현실적으로 생계와 직결되어 있다: 14명(헌금만으로는 목회자 가정의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③ 주위의 도움 없이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사역을 하고 싶다: 10명(물질로부터 자유하게 되면 온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다) ④ 시대적 요구(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5명 ⑤ 전도의 접촉점이 된다: 4명 ⑥ 교회 재정이 어렵기 때문에 자립을 위해서: 4명 ⑦ 질 좋은 목회에 필요하다: 2명 ⑧ 기타(각 1명, ▷ 교회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헌금은 구제와 선교에 사용해야 한다 ▷ 교단과 교회의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각자의 재능이 다양하다. ▷ 하나님이 주신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답변들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이 설문은 자비량 목회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질문하였는데, 자비량 목회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표시하였던, 응답자 총 17명 중, ① 목회에만 전념해도 목회하는 것이 어렵다: 10명 ② 목회사역의 본질이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 1명 ③ 자비량 할 힘으로 목회를 하면 더 큰 은혜가 있다: 1명 ④ 목회자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1명 ⑤ 목회자는 영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1명 ⑥ 목회보다 일에 더 치중하게 될 우려가 있다: 1명 ⑦ 교회가 어려운데 자비량 사역을 하다보면 교회 문을 닫을 수 있다: 1명 ⑧ 목회자는 성도를 돌보며 말씀으로 무장해야 한다: 1명 등의 통계가 나왔다.
더 나아가 이 설문 중 (8-2)항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를 하는 목회자들에게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목회자들의 답변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이 표에서 보듯, 목회자가 자신의 생계를 위해 목회 이외의 또 다른 일을 할 경우, 목회가 소홀히 되기 쉬움을 염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기간 동안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많든 적든 그들의 생활비를 전적으로 교회에 의지하면서 목회를 해왔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전통에서 목회자가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의 일을 하게 되면, 무언가 영성이 약한 것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하나님에 의지하는 믿음이 적은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또한 교인들도 목회자에게 충분한 사례를 못하면서도 목회자가 교회의 일에 전념하기를 기대하여 온 것이 우리의 통상적 생각이었다. 이런 교회적 전통에 따라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또 갖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많았지만, 최근의 어려운 사정은 이런 경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목회자 절반 이상이 이중직을 찬성하는 설문 결과가 나온 반면, 이중직을 공개적으로 허용하는 교단은 단 두 곳뿐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는 헌법 자체가 없어 사실상 이중직을 허용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연회가 허락하는 경우에만 이중직이 가능하다. 미자립교회 담임인 경우, 연회에 신청할 수 있다.
해마다 언론에 목회자 이중직 사례가 소개된다. 택배하는 목사, 대리운전하는 목사, 카페 차린 목사 등이 등장해 이중직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중직 주제로 포럼, 세미나도 종종 열린다. 영남신학대학교의 김승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08년 영남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졸업생 대다수가 전임 사역자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생 중 전임 사역자가 되는 비율은 30% 정도다. 지방은 더 낮다. 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전임 사역자가 되지 못한 졸업생들은 파트타임 사역자가 되거나 교회를 개척할 수밖에 없다. 상가를 빌려 교회 간판을 달고 교인을 모집하며 목회를 시작할 것이다. 개척교회 목사는 교인이 많지 않으니 당분간 경제활동이 어렵다. 모교회나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하다. 교회가 자립해 지원이 필요 없게 되면 좋겠지만, 요즘은 개척교회가 자립할 가능성이 낮다. 생계가 불안해지니 목회자나 부인이 직업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중직 목회가 필요한 이유다.
김승호 교수는 이중직 목회가 목회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하느라 설교나 목회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주장인데, 절반만 맞다고 한다. 오래 성경을 읽고 연구해 설교를 준비한다고 그 설교가 교인들에게 잘 전달될까. 이렇게 준비했다고 해도 교인들에게 삶과 무관한 설교로 들릴 수 있다. 오히려 이중직 목회를 하면 교인들 삶을 이해하고 이를 설교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교단 차원에서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법도 한계가 있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성공회가 목회자 생활비를 지원하는 걸 보았다. 이 런 제도의 큰 문제는 목회자들이 게을러진다는 점이다. 이에 성공회 내부에서는 우리도 장로교, 침례교처럼 돈을 지원하지 말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예장통합도 미자립 교회 목사에게 100만 원씩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노회마다 차이가 있다. 예산이 많은 곳은 전액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회는 30만, 50만 원만 지원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총회, 노회 예산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예산이 계속 줄면 지원이 어렵다.
이중직 목회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전임 목회를 보완할 수 있는 목회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주요 교단은 이중직 목회를 아예 금지했다. 이제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진지하게 이중직 목회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위의 설문 조사에서 73.9%의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갖는 것에 찬성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갖고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엔 사모님들이 직업 전선에서 생계를 벌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차제에 이중직의 찬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이미 한국교회는 이런 문제를 논의할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이제는 이런 이중직으로서의 자비량 목회를 더욱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각주
14) 총회 국내선교부, 「제102-1차 자립대상교회와 개척교회 목회자 자비량 목회 및 선교를 위한 직업교육에 관한 연구 연석회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2018. 5. 3.), 6페이지 이하 참조.
15) 설문조사 질문 10번
16) 총회 국내선교부, 「제102-1차 자립대상교회와 개척교회 목회자 자비량 목회 및 선교를 위한 직업교육에 관한 연구 연석회의」, 19.
17) 총회 국내선교부, 「제102-1차 자립대상교회와 개척교회 목회자 자비량 목회 및 선교를 위한 직업교육에 관한 연구 연석회의」, 20.
18) 설문조사 11번.
노영상 교수(예장통합 총회 한국교회연구원장, 호남신대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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