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알쫑알'
소아과와 미용실, 마트에 갈 때, 그리고 나와 늘 동행했던 장소마다 아들 예준이는 늘 먼저 인사하며 대화의 물꼬를 튼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때의 예준이를 보면서 느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누나에게 '안녕'이라고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것부터, 엄마가 대신 말하지 않아도 "아기 여기 아야 했어"라며 의사 선생님 앞에서도 당당한 말본새가 느껴졌다.
농인 부모 사이에서 크는 아이들은 대체로 목소리가 큰 편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여러 번 불러도 못 듣는 부모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이다. 예준이는 태어날 때부터 울음소리가 컸다. 보통 아기들과 다르게 우렁찼다고 조리원 선생님이 필담으로 전해 주었다. 어쩌면 자기가 코다(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의 숙명이라는 걸 미리 알았나 싶다.
그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애정을 보여준 덕분일까? 조금씩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다. "엄마!!"라고 외치는 동시에 길 안쪽으로 내 손을 홱 잡아당기는 네 살짜리 아이의 손아귀 힘은 곧 뒤에서 오는 자동차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싶은 만큼 강하다. 아이는 목소리를 내어 엄마를 찾고, 엄마는 예준이를 눈으로 찾는 '가족'으로 만난 우리는 요즘 소통의 차이를 그렇게 조금씩 좁혀 가고 있다.
코로나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아이의 마스크를 살짝 내려 입 모양을 보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다가오는 추석 연휴도 전처럼 복작이는 분위기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조용하게 보낼 것 같지만, 아이의 말소리는 이내 내 마음속에서 늘 다정하게 복작이며 다가올 것 같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소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이번 추석 연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