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크리스천의 마음가짐

목회·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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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건 기자
haeil2021@gmail.com
김상범 교수, '인공지능과 반도체' <좋은나무>에 기고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윤실 <좋은나무> 캡처

지난 4월 '인공지능 기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글을 기윤실 <좋은나무>에 기고한 바 있는 김상범 서울대 교수(재료공학부)가 지난 6일 '인공지능과 반도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술의 상관성을 밝히는 한편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바라보는 크리스천의 마음가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2016년, 알파고(AlphaGo)라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일이 있었다"며 "이 일 이후로 인공지능은 공학자와 기업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관심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반도체 기술 역시 과학기술, 경제, 국방 및 국제 정세 등 굵직한 주제들과 연결되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술은 1900년대 중반에도 존재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새롭지만은 않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술은 왜 최근에 대중들로부터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술 모두 그 발전 속도에 답이 있다. 먼저, 반도체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설명해 주는 대표적인 법칙이 있다. 바로 '무어의 법칙'이다"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고든 무어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창업자 중 한 명이다. 무어는 1965년 당시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매년 같은 면적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개수가 대략 2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2년에 2배씩 증가하는 속도가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2년에 2배씩 증가하는 일이 20년 동안 계속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그 증가분이 무려 1,000배가 된다. 40년이면 백만 배, 60년이면 십억 배가 된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물음표가 달리는 부분이 있다. 무어의 법칙이 무한대로 적용 가능한가 하는 물음이다. 다시 말해 무어의 법칙이 지속 가능한 법칙이냐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반도체 기술의 빠른 발전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무어의 법칙은 최초 제안된 시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무려 50여 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70년에는 우표 크기만 한 반도체 칩 안에 대략 1천 개 정도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었지만, 2020년에는 같은 면적 안에 10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기술은 그 예가 흔하지 않다. 이런 발전 속도는, 자동차 기술로 말하자면, 지금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50년 후에는 천만 배 빨라져 시속 10억 km로 질주한다는 말이다. 이런 자동차를 한 시간 동안 타고 달리면 지구 둘레를 2만 5천 번 돌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를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측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인공지능 모델 하나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연산량을 측정해보는 것이다.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은 결국 연산량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며 "인공지능 분야 연구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연구소 중 하나인 OpenAI가 2018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 모델 한 개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2012년 이래 3.4개월마다 2배씩 증가했다고 한다. 이 속도는 앞서 소개한 2년에 2배씩 증가하는 무어의 법칙과도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속도이다"라고 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빠른 발전 속도 덕분이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알파고가 5주 동안 살펴본 기보의 수가 무려 16만 개였다고 한다. 기보 학습을 통해 정상급의 실력을 갖춘 알파고는 또 다른 알파고와 바둑 시합까지 한다. 두 실력자가 겨루다 보니 치열한 승부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알파고는 그 실력이 더욱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알파고가 스스로와 시합을 한 횟수만 무려 128만번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은 반도체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니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이 이러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의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저절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컴퓨터를 통해서만 작동하는데, 결국 컴퓨터의 두뇌는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낙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반도체 기술의 지속적 발전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속도는 기술 발전으로만 놓고 보면 괄목할만한 성과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하지 않고 유익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관련 제도와 규범을 정립할 수 있도록 이를 위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우리 기독교인들이 큰 가능성을 가진 인공지능 기술을 선한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여 사회의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역시 중요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