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2줄 묵상글을 나눴다. '최악의 서원을 하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조 목사는 사사기 11장 29절에서 40절까지의 말씀을 본문으로 묵상한 내용을 페친들과 공유했다.
해당 본문은 입다가 전쟁에서 승리한 뒤 하나님과의 약속대로 개선할 때 집 문 앞에서 가장 먼저 자신을 영접하는 그 첫 번째 사람을 바치는 장면인데 입다가 이 때 심적 고통을 금할 길이 없었던 것은 그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이 아끼는 외동딸이었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입다는 계곡의 가장 밑바닥에서 산 정상에 오른 사람이다"라며 "잡초보다 질긴 일생을 살았고 숱한 순간 목숨을 걸고 외줄 타듯 살았다"고 입다의 됨됨이를 살폈다.
이어 "그는 놀라운 순발력과 협상력을 갖게 되었고 강인한 생존력을 얻었다. 어려서부터 세상 한가운데서 갈고 닦은 실력이다"라며 "입다는 길르앗 장로들과의 협상에서 단숨에 우위를 점했고 사사와 지휘관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장점이 때로 화근이다"라고 했다.
조 목사에 따르면 비록 협상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암몬과의 외교적인 협상도 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상대를 압도했다. 반론을 펼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조 목사는 "문제는 그런 태도가 하나님 앞에서도 드러난다"며 "그는 하나님 앞에서 서원한다. 전쟁에서 이기면 뭘 드리겠다고 서약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할 때 집 문 앞에 가장 먼저 나와서 자신을 영접하는 자를 하나님께 번제물로 내놓겠다는 서원을 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하나님은 서원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하나님은 입다가 무엇을 드리겠다고 마음 먹기도 전에 그에게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셨다"며 "그러나 입으로 하나님을 들먹이지만 그의 서원은 이교도들의 인신제사 방식과 같은 것이다. 제 욕망을 이루기 위한 거래 조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은 이겼고, 집 앞에서 입다를 영접한 사람은 외동딸이다. 그는 옷을 찢고 부르짖는다. '내 딸아 어찌할꼬.' 참담한 비명이다"라며 "그의 서원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진심이 전부가 아니다. 무분별한 진심과 헌신적인 불신은 자신과 이웃에 자칫 재앙이다"라고 했다.
조 목사는 "하나님은 서원 때문에 더 주거나 덜 주시지 않는다"며 "필요하면 주신다. 하나님께는 오직 믿음의 순종과 겸손이 중요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서원한다. 그러나 사람이 서원한 것의 가치가 얼마나 되겠는가? 하나님은 사람의 중심을 원하실 뿐이다"라며 "하나님, 제 열심으로 뭘 더 얻고자 하지 않겠다. 다만 주의 은혜가 감사해서 제게 있는 것을 드리겠다. 향기로운 제물로 받아주소서"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