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22일 서울시로부터 받은 '2020년 기준 청년수당 사용처'에 따르면 총 757억2500만원 가운데 423억1400만원(55.9%)이 편의점·마트 등에서 쓰였다. 외식에 사용된 비용은 145억원으로 19.1%를 차지했다. 학원비 등 구직활동에 직접 도움이 되는 교육 관련 비용은 20억4900만원(2.7%)으로 비중이 가장 작았다.
청년수당은 청년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한 활동비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에 도입했다. 서울시의 경우 시에 거주하는 만 19세~34세 미취업청년(졸업 후 2년 경과자)에게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활동비를 지급한다.
올해는 지난 7월 말 기준, 1만9200명이 청년수당을 받고 있다.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학원비, 스터디 공간 비용, 식비, 간식비, 통신비, 교통비, 월세, 책 구매, 공과금 납부 등이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인 청년 구직활동과는 먼 소비 행태가 곳곳에서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다. 청년수당은 원칙적으로 체크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사용제한 업종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특급호텔 등 숙박업, 백화점, 면세점, 골프경기장, 상품권판매, 성인용품점, 피부미용실, 안마시술소, 칵테일바 등 주점 등 77개 업종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외 업종에서는 사용 품목에 제한이 없다. 게다가 청년수당에 식비가 포함되면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담배나 주류 구매가 가능해진 것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음식점에서 술을 마셔도 어디에 썼는지 별도의 소명이 필요하지 않다.
또 청년수당은 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지난해 총 154억800만원(전체 사용액의 19.1%)이 현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유는 월세, 공과금, 관리비, 전세대출이자, 교통비, 통신비 납부 등이었다.
청년수당 제도적 허점 많아... "사용처에 대한 재조정 필요"
실제로 포털사이트 등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용처'를 검색하면 "50만원을 한 달 동안 마트에서만 식비로 사용할 예정인데 상관없나요?", "미용실에서 15만원 이상 파마나 염색도 가능한가요?", "아이패드 사도 되나요?", "낚시 매장에서 낚시 장갑사도 되나요?"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종류와 비슷한 대부분의 질문에 "사용 할 수 있다"는 답변이 달렸다.
서울시는 개인의 재산축적 용도로는 청년 수당을 사용할 수 없게 태블릿 PC 등의 구매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청년수당이 현금결제가 가능하고, 이후에 현금 영수증 청구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악용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정작 필요한 청년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진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김모(24)씨는 "청년수당을 식비와 통신비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건 이해하지만, 허점을 파고들어 용돈처럼 사용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소비 출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사비로 내고 있던 학원비를 청년수당으로 내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좋은 취지인 만큼 청년수당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사용하면 사용 명세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주류, 담배 구입을 일일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의 구직활동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시 차원에서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 사용처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 의원은 "도입 취지와 달리 청년수당 제도의 목표와 시행에 미스매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용처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