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난 지 천일이 되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 엄마 아빠와 만나서 보낸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다. 천일의 눈 맞춤을 통해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가 되었나?'라는 반성과 함께, 바쁘다는 핑계보다 더 많은 눈 맞춤을 통해 교감하는 시간을 만들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듣지 못하는 대신, 눈으로 더 많이 세상을 바라보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이해하는 아이와의 시간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동안 아이의 기억에 어떤 엄마로 남아있을까? 문득 궁금했다. 아이가 나에게 보낸 눈빛을 보아하니 내가 잘못 키운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아이의 목소리를 모르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늘 자격지심을 가지고 아이를 마주했다. 그런데도 아이는 늘 변함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자기를 바라봐 주는 엄마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천일이 지나고 나니 사람이 큰다는 일이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정현종의 시에서도 말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와 함께 커온 아이의 '애씀'이 대견했다. 서툰 엄마의 손길에도 스스럼없이 컸다.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알지만, 엄마는 아이의 목소리 대신 눈으로 듣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엄마가 늘 자기의 얼굴과 입술을 열심히 바라본다는 걸 아이는 알고 있다. 그래서 뒤에서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엄마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길 하는 아이의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엄마도, 아이도 차근차근 커가는 것처럼 아이가 한 사람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엄마로서 잘 조력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완벽한 엄마가 아니지만, 아이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고 눈빛을 읽으며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는 만큼 아이는 오늘의 행복을 느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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