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정책과 방역기준에 이의(異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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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전 세계가 코로나19(COVID-19)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치료약이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19에 방역조치와 백신접종을 효과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방역기준과 백신접종 계획은 통계와 과학적 분석에 의한 의학적 기준과 상식을 넘어서면 안 된다.

정부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이하 질본청)으로 승격시켰다. 이런 조치는 더 일찍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질병청으로 기구는 승격이 됐지만 권한과 역할이 커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청와대 내에 방역기획관이라는 옥상옥의 자리를 만들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와 분석은 질본청에서 이뤄지고 있고,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플랜이 있을 것이다. 분별 있는 정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발표가 어떤 맹점과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 기준과 상식을 넘어서는 방역기준과 백신접종 방법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임상의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백신접종 방법과 방역기준에 이의가 있다.

방역기준에 이의(異議)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감염병의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짜여져 있다. 방역기준은 코비드19 바이러스의 감염경로와 특성에 대한 통계적 수치를 근거로 변경돼 가야 한다. 현재 WHO기준은 실내외 마스크를 쓰고 1m 거리두기를 유지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한 설정된 기준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 어떤 집단에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면서, 민노총과 같은 집단에게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하다. 대규모 실내 콘서트는 허용하면서 실외 공원 벤치마다 사용금지 띠를 둘러놓고 있다.

공무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서 근무하면서도,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도 공원벤치에 못 앉게 하고 있다. 인적이 많지 않은 국립공원 입구와 등산로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정작 솔선수범해야할 정치인들과 고위직들에게는 매우 관대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따라, 시간따라, 장소따라 달리 활동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코로나19는 뛰어난 지능을 가진 AI 바이러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전 세계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나라는 초기 몇 나라(뉴질랜드·대만·호주 등)에 불과하다. 거리두기로 성공한 나라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치가 과학을 이겼기 때문이다. 과학적 기준을 따르지 않고 과도한 거리두기 기준과 형평성이 없는 방역기준을 적용함으로 시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학과 의학에 따른 방역조치를 제시하고, 형평성에 맞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백신접종 정책에 이의(異議)있다

백신 접종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주목적은 발병예방효과다. 바이러스가 내 몸에 들어왔을 때 발병을 막아주고, 병에 걸리더라도 중증이나 사망에 이르지 않고 약하게 지나가게 해준다.

둘째 목적은 남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아주는 2차 감염예방 효과다.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이 2차 감염예방 효과가 39∼50%에 이른다고 하지만 돌파감염으로 인해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2차 감염에 효과가 있는지 정확한 기전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백신을 맞는다고 내 몸이 무균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백신여권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감염병이 전파되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 basic reproductive ratio)가 코로나19의 경우 R0가 3 정도로 추정한다. 이론적으로 3명중 2명이상 감염이 되지 않으면 감염이 1명 이하로 떨어져서, 바이러스가 포위되어 퍼지지 않게돼 감염이 줄어들어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가정 하에 전 국민 항체보유가 68%선까지 이르면 집단면역이 이뤄질 것이라고 백신접종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은 이론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Real World에서는 변이바이러스와 지역 간 백신접종율의 차이, 백신의 종류, 항체 생성율과 지속 기간 등의 변수가 많아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백신접종은 집단면역 달성이 아닌 피해 최소화에 목표를 둬야 한다. 현재 접종하고 있는 백신은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있고, 연령층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도 다르다. 하지만 치료약이 나오기기 전까지 백신접종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백신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백신을 접종하는 정부의 대처에 국민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백신 접종대상 선정에도 이의가 있다.

초기에 백신 접종을 못한 사람들에게 무슨 단체기합을 주듯 백신 접종 일정을 연말로 미룬다는 발상이나, 건강한 면역력을 가진 고3 학생에게 먼저 접종을 하는 것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장 중증과 사망자가 많이 발행하는 노인층과 지병을 가진 고위험층을 먼저 접종하는 것이 의학적 상식이다.

현재 미접종자 분들에게 대한 후순위 접종은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급증하자 정신을 차리고, 접종 순위를 조정했다. 백신접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고려해야지, 국민의 표심 얻기나 길들이는 방법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백신 접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제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과학과 의학에 따른 방역조치를 제시하고, 형평성에 맞는 기준을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를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극복할 수 있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의사)

* 이 글은 <의협신문>에 실렸던 것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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