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가 9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홈페이지에 ‘도쿄 올림픽경기와 신앙여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메달과 상관이 없이 다들 세계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나름의 최고 기량을 가지고 다양한 선수들과의 겨룸은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만이 아니라 그들을 보는 이들 모두에게 신선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일 년을 더 기다린 선수들은 관중이 없는 씁쓸한 광경에서 시합에 나서야 했음에도 풍성한 기록들을 쏟아냈다”며 “이번 시합으로 더 이상 출전이 어려운 자들도 많지만, 대다수는 다음 경기를 예약하고 또다시 구슬땀 흘리는 훈련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지금의 영광이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누릴 영광을 내다보며 또 다른 사투를 벌일 것이다. 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새로운 기술 연마를 통해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서고자 온몸을 불태우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생은 경주이다. 최고의 선수들만이 모여서 겨루는 올림픽과는 달리 70억이 넘는 모든 사람이 공정한 상식과 규범을 따라 함께 뛴다.마라톤은 42.195km라는 길이가 있으나 인생의 길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사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험악한 인생길이라 점”이라며 “내리막길이 있는가 하면 오르막길도 있고 굽어진 길도 있고 평탄한 길도 있다. 삼위 안에 들지 못해서 메달은 없어도 피날레를 장식했다는 뿌듯함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사실 시합장에서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까지 준비하는 과정 역시 정해진 법에 따라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약물 검사에 양성 반응이 나와서 출전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일도 있으며, 상을 받았다가도 규칙 위반으로 박탈당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상을 얻기 위해서 달리지만, 모두가 다 상을 받는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대로 달려야 한다. 동시에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 절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감동을 준 한국 여자 배구 선수들이 집에도 가지 못하고 넉 달 동안 훈련에만 매진했다고 한다. 어찌 그들만 그랬으랴! 선수촌에 들어간 모든 선수 대다수가 그랬을 것”이라며 “시합에 나서는 선수로서 정신 무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합에 몰두하고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성경은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것으로 말한다. 목표 달성을 위하여 매진하는 일사각오 정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영적인 달음질에서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훈련하고 준비하되 그 과정에서 절제하지 못하면 멋들어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조롱과 비웃음을 살 뿐”이라고 했다.
이어 “승자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패함에 슬퍼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자에게 위로의 포옹이나 손길을 내미는 것”이라며 “편파적인 판정에 정당한 항의는 하더라도 심판에게 악수를 내미는 넓은 아량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존재 부각을 위해서 없어져야 할 상대방으로 간주함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으므로 나의 존재가 가능함을 아는 자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영적 경주에서 희생이 눈부시게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생 여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를 보면 숨겨진 희생적 이야기들이 산재해 있다. 부모의 희생, 감독의 희생, 선수 자신의 희생, 심지어 동료의 희생 등 드러나지 않은 감동들이 어쩌면 더 많을 것”이라며 “그래서 설혹 금메달을 따도 교만한 자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공을 선수 자신에게만 돌리는 것은 패망의 선봉이 된다. 영적인 인생 경주에서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이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만한 자는 하나님도 물리친다. 때로 그만한 실력 있는 선수가 없으니 꼴불견이라고 하더라도 기용하자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 세상에서는 그런 사례가 더러 있다. 그러나 영적인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왜냐하면 모자라는 실력은 하나님이 공급해 줄 수 있으나 교만한 자는 외면하시기 때문이다. 교만한 자에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은택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 성원과 후견인들의 희생들도 우리를 우리가 되게 한 원인에 든다. 자수성가한 자에게도 독불장군은 없다. 내가 받는 영광이 있다면 나를 나 되게 하신 하나님과 묵묵히 기도하며 지원하며 헌신해 주신 분들에게 돌림이 마땅한 일”이라며 “모든 영역에서 수상한 자들의 겸손한 소감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그날에 달려갈 길을 다 달리고 믿음의 선한 싸움을 마친 그리스도인들이 면류관을 받게 될 때 받은 면류관을 다시 어린양 보좌 앞에 내놓고 죽임당하신 어린양을 한목소리로 찬양하는 장면이야말로 최고의 시상식 광경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에서는 땀 흘리지 않은 자들,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감수하며 뼈마디마다 쑤시는 아픔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자들은 그 시상식장에 청함, 그 자체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올림픽을 보면서 달리고 싶다, 뛰고 싶다, 저렇게 구슬땀 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무엇을 위해서 달리고 싶은가”라고 했다.
아울러 “부르심의 상을 좇아 푯대를 향하여 힘껏 달리자”며 “주님이 씌워주는 면류관을 벗어서 주님께 드리며 찬송과 영광과 존귀와 감사와 능력을 세세토록 주님께만 돌리는 최고의 장은 준비된 자들, 헌신한 자들, 자신을 주께 온전히 드린 자들만의 무대이다. 이 무대에 서는 영광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