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예수 운동(Jesus Movement)’은 세속적인 음악 장르에 복음을 실어 젊은이들을 교회로 이끌었다. 그 중심에는 갈보리 채플(Calvary Chapel) 교회와 척 스미스(Chuck Smith) 목사가 있었다. 척 스미스 목사는 젊은이들이 교회에 계속 머무를 뿐만 아니라, 세속의 젊은이들을 예수님께로 더 많이 이끌기를 소망하며 체계적인 교회 음악과 찬양을 더 발전시키기 원했다. 그것이 ‘예수 음악(Jesus Music)’이며 ‘마라나타 음악(Maranatha! Music)’이다.
이후 1970년대에 현대 찬양의 모태가 된 ‘예수 음악’과 ‘마라타나 음악’은 목적과 공동체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나뉘어 발전하게 되었다. 흑인들은 소울(Soul)이나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 중심의 가스펠로, 백인들은 팝(Pop)이나 록(Pock) 계열의 크리스천 음악인 CCM으로 발전해 나갔다.
‘컨템포러리 크리스천 뮤직(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약자인 CCM은 단어의 뜻 그대로 ‘동시대적인 현재의 음악’을 대변한다. 한마디로 ‘지금 시대에 유행하고 부르는 크리스천 음악’이다.
이후 1985년 M-TV라는 음악전문 TV 개국으로 뮤직 비디오 산업이 성장했는데, 이어 등장한 크리스천 M-TV를 통해 많은 CCM 관련 뮤직 비디오들이 제작되면서 크리스천 음악 비디오가 방송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CCM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1980년대 CCM을 세속적인 음악의 수준으로 높인 대표적인 아티스트는 에이미 그랜트(Amy Lee Grant, 1960- )다. 1977년 18살의 나이에 데뷔한 소녀 가수 에이미 그랜트(Amy Grant)는 크리스천 음악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데뷔 2년 후에는 그의 곡이 크리스천 라디오 차트 1위로 올랐다. 에이미는 당시 교회와 커뮤니티 중심의 전통적인 가스펠 사운드와는 다른 컨트리 뮤직을 바탕으로 한 팝 스타일의 음악으로 크리스천 음악계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형식의 크리스천 음악과 일반인에겐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선교적인 마인드와 오락적인 면 두 가지를 충족하며 CCM을 진일보시킨 아티스트로 인정되었다.
1982년 내놓은 앨범 ‘Age to Age’는 1백만 장 이상이 팔린 플래티넘 음반이 되었다. 1985년까지 그녀의 음악은 더 많은 청중들에게 퍼졌으며, 그녀의 앨범 ‘Unguarded’(1985)에 수록된 ‘Find a Way’가 빌보드 탑 40에 진입함으로서 크리스천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일반 차트에 등장했다. 1991년 나온 ‘Heart In Motion’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며, 싱글 곡으로는 데뷔 초에 출시된 ‘Baby Baby’가 가장 유명하다.
1985년에는 ‘워드 레코드(Word Record)’가 일반 팝 회사인 ‘A & M’사와 계약하여 CCM 가수 ‘에이미 그랜트’의 앨범을 일반 시장에 보급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나온 음반들은 또다시 세상적인 성공을 위해 순수한 복음과 영적인 부분 보다는 세상과 타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로부터 상업적, 세속적인 이유로 인해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1986년 이 음반이 무려 1백만 장 이상 팔려나가 ‘에이미 그랜트’는 ‘플래티넘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던 레이건과 ‘워싱턴의 크리스마스’라는 쇼에 등장하는 등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자 ‘에이미 그랜트(Amy Grant)’야말로 크리스천 음악을 통해 진리를 전파함으로서 진정으로 복음이 필요한 자들에게 복음을 들려준 사람이라는 여론이 우세해지게 되었으며 이후 비난은 잦아들었다.
그녀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복음적 요소가 없는 팝음악 활동을 하다가 2002년 ‘Legacy... Hymns and Faith’ 앨범을 통해 CCM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2006년 NBC ‘Three Wishes’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녀는 데뷔 후 25년간 총 2천 2백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했으며, 올해의 아티스트에 4회나 선정되면서 20개의 도브상과 5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팝계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6개의 빌보드 라디오 싱글 넘버원 히트를 기록했으며, 5백만 장의 판매를 기록한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가장 성공한 CCM 아티스트이자 미국 CCM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 또 한명의 CCM 거장을 꼽는다면 마이클 W. 스미스(Michael W. Smith, 1957- )로 CCM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최고의 뮤지션이다. 그는 당시 저명한 작곡가로서 유명 가수들과의 교류가 많았으며 1983년 첫 앨범을 발표했다. 수많은 플래티넘 앨범과 골든 앨범을 기록했으며 그가 발표한 앨범과 노래들은 CCM 음악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CCM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빌보드 차트 점령을 통해 크로스오버에 성공했으며, 명실상부한 CCM 최고의 뮤지션으로 인정받았다. 1978년 데뷔해 지금까지 40년간 그래미상을 3회 수상했으며, 40개의 도브상을 수상했다. 또한 1천 3백만 개가 넘는 음반이 판매되었으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과 ‘피플’ 지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Draw Me Close(주님 곁으로 날 이끄소서)’, ‘Agnos Dei(알렐루야 전능하신 주)’, ‘Breathe(주님은 내 호흡)’ 등 수많은 찬양들은 그의 앨범과 집회를 통해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이후 ‘Via Dolorosa(비아 돌로로사, 십자가의 길)’로 유명한 샌디 패티(Sandy Patti)와 에이미는 전체 크리스천 레코드 판매의 10%를 점유하며 1980년대 CCM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마이클 W. 스미스 이외에 ‘He Is Risen’의 존 마이클 탈보트(John Michael Talbot), ‘그들은 모두 주가 필요해(People need the Lord)’의 스티브 그린(Steve Green), ‘King of Hearts’의 랜디 스톤힐(Randy Stonehill) 등으로 인해 1980년대 CCM계는 더욱 활발해지고 발전하게 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다양한 음악가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 스타일이 시도되었으며, 일반 팝의 흐름과 거의 대등한 흐름을 이어갔다. 다니엘 아모스(Daniel Amos) 밴드, 페트라(Petra), 화이트 하트(White Heart), 러스 태프(Russell Taff) 등이 ‘크리스천 록’을 성장시켜 나갔으며, 스트라이퍼(Stryper)가 헤비메탈을 통해 크리스천 음악을 시도했다. 또한 화이트 크로스(White Cross)와 같은 크리스천 헤비메탈도 등장했으며, 이밖에도 크리스천 랩, 포크, 재즈 에어로빅 음악, 묵상을 위한 연주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의 시도들이 있었다.
1986년에는 CCM이 대학에서 정식으로 가르쳐지게 되었는데 세인트루이스 근처의 그린빌 칼리지(Greenville College)는 CCM을 정규학과로 세워서 그 커리큘럼에 ‘스튜디오 레코딩 테크닉’, ‘POP 이론과 작곡’, 실기 코스, 무대효과, 프로그래밍, 프로모션, 경영 등 CCM의 여러 분야를 학문적으로 다루었다.
한편 1980년대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 중 하나는 1980년대 말부터 자유화의 물결이 일던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에도 CCM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989년 발트 해 공화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 공화국(Republic of Estonia)의 탈린(Tallin)에서 열린 ‘에스토니아 89’는 소련의 공산화 이래 처음으로 열린 CCM 공연으로 수많은 결신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1990년 미국의 빌보드는 ‘가스펠’과 ‘CCM’ 차트를 세속 음악과 함께 게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일반 시장과 미디어들도 크리스천 아티스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 대형 음반사인 소니(Sony) 레코드사가 워드(Word)사의 음반을 일반 팝 시장에 보급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워드사가 보급하고 있던 산하 레이블의 음반 보급도 담당하게 되면서 많은 CCM 음반들이 상당수 일반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에이미 그랜트와 마이클 스미스에 이어 ‘베베 앤 세세 와이넌스(BeBe & CeCe Winans)’는 ‘리듬 앤 블루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테이크 식스(Take 6)도 그래미상에서 여러 부문의 상을 수상하는 등 크리스천 음악은 일반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과 요란다 애덤스(Yolanda Adams)등의 소울 가수들도 실력 있는 CCM 가수로 인정받았다.
이와 같은 CCM의 일반 음악 시장에서의 발전은 수십 년 동안 CCM 뮤지션들이 품어왔던 “일반 시장에도 크리스천 음악을”이라는 목표가 실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95년에는 빌보드 CCM도 일반 팝과 함께 집계해서 차트를 내기 시작했는데 ‘에이미 그랜트’와 ‘마이클 스미스’ ‘Jars of Clay’가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크리스천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데뷔 앨범으로 기록됐다. 이 앨범은 차트에 오랫동안 머물렀으며, 이로 인해 CCM은 명실상부하게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되자 90년대 중반에는 일반 레코드사들이 크리스천 음반사를 소유하기 시작했으며 유통은 물론 일반 라디오와 소매상에까지 시장 공급 망을 확장시켰다. 이렇게 CCM 프레이즈 음악은 르네상스를 맞이하였으며 아티스트이자 제작사 대표로도 성공한 돈 모엔(Don Moen, 1950- )이나 론 케놀리(Ron Kenoly, 1944- ) 같은 사람들의 앨범은 웬만한 일반 팝스타의 앨범보다 더 많은 판매와 호응을 얻게 되었다.
‘가스펠 뮤직 협회(Gospel Music Association, GMA)’에서 매년 개최되는 도브 시상식(Dove Awards)을 통해 CCM의 발전은 가속화되어 튼튼하게 마련되었으며, 국제적인 기업 경영자들에 의해 생긴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급진적으로 CCM계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면서 재정적인 규모와 시장은 계속 증가해나갔다.
하지만 이와 같은 크리스천 음악의 발전은 1990년대 후반 상업적 성공의 정점을 찍은 후 복음적 사명과 그 본질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다. 외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CCM은 일반 주류 음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CCM의 목적과 가사 내용, 아티스트의 명성과 세속성 등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CCM의 세속적인 영향력과는 달리 ‘정결한 맘 주시옵소서(Create in Me a Clean Heart)’의 키스 그린(Keith Green)이나 마이클 카드(Michael Card) 등은 대중적인 인기와 유행에 거부감을 갖고 순수하고 복음적인 찬양을 교회에 전파하고 나누고자 시작되었다. 마이클 카드(Michael Card)의 ‘엘 사댜이(El Shaddai)’, 트와일라 패리스(Twila Paris)의 ‘왕이신 하나님 높임을 받으소서(He is Exalted)’ ‘하나님의 어린양(Lamb of God)’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1980년 키스 그린은 자신의 새 앨범을 ‘자유 가격제’로 판매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의 세 번째 앨범 재킷 뒷면에 ‘This Album is not for sale(이 앨범은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그 결과 거의 20만장이 팔려나간 이 앨범은 비록 약 4분의 1이 공짜로 배포되었지만 당시 가스펠송의 상업화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리고, 음악을 도구로 한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당시 무료로 진행된 그의 콘서트를 통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예수를 믿고 선교에 헌신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복음주의적 음악과 찬양을 추구하는 음악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이때부터 크리스천 음악과 찬양은 “세상에 들어가 빛과 소금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강력한 복음을 통해 세속에 영향력을 줄 것인가?”에 따라 목적과 비전이 나뉘게 되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세속에서의 빛과 소금의 영향력’을 외치는 CBS(Christian Broadcasting System)와 ‘복음의 능력을 통한 세속의 변화’를 꿈꾸는 CTS(Christian Television System)나 극동방송(FEBC) 등의 방송국 비전과 마찬가지다.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예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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