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청으로부터 10일 간의 운영중단 처분을 받았던 은평제일교회가 서울행정법원에 낸 운영중단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비대면 예배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관할 구청이 지역 교회에 내리는 운영중단, 시설 폐쇄 등의 행정조치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은평제일교회는 지난 18일 주일예배를 평소대로 드렸다. 그러자 구청은 이 교회가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을 위반했다며 22일부터 31일까지 10일 간 운영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교회는 즉시 서울행정법원에 운영중단 조치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29일,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은평구청장이 은평제일교회에 내린 10일 간의 운영중단 처분의 효력을 운영중단 처분 취소청구 사건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심문 결과 및 신청인들이 제출한 소명자료에 의하면, 운영중단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라고 했다. “그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도 했다.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법원의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쩌면 이번 저희 교회에서 시작한 행정소송이 대한민국 교회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우리(교회)를 열어주었다면 다른 교회도 똑같이 열어주어야 한다. 은평제일교회 하나만 놓고 소송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회 전체를 살리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심 목사는 또 이런 말도 남겼다. “교회라고 하면 한 교회만을 뜻하지 않는다. 현재도 보면 연좌제처럼 되어버려서 어떤 교회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한국교회를 다 똑같이 취급해 버린다. 이러면 안 된다.” “예배가 회복되어야 나라가 회복된다.”
교계는 은평제일교회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비록 이제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지만 무엇보다 향후 대면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대한 자치단체의 과도한 행정조치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또 정부가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국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도 즉각 환영 논평을 내고 “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감염병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간 시설에 대하여 과도하게 기본권과 형평성을 제약할 수 없다는 법 정신과 교회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평제일교회 사례 하나만 가지고 당장 수도권의 모든 교회들이 자율적으로 대면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단지 교회 측이 제출한 소명자료를 검토한 결과 “운영중단 처분으로 인해 교회에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을 뿐이다. 즉 거리두기 4단계 하에서 일률적으로 비대면 예배를 드리도록 한 것이 위법이라는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예자연과 수도권의 일부 교회가 제기한 가처분을 인용하며 ‘대면예배시 10% 이내에서 19명까지’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을 정부의 전면적인 비대면예배 조치에 숨통이 트인 것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족쇄가 될 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코로나19 제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에 4단계, 그 외 지역에 일률적으로 3단계 조치가 내려진 상황은 그야말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마지막 절벽 끝에 매달려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4주 동안 연속 1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더 강한 추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의 4단계 조치만으로도 이미 우리 사회는 질식 직전의 위태로운 지경이라는 점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 절벽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더 강한 조치는 모두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국민을 더 쥐어짜고 통제하는 방법으로는 더 이상 기대할 효과도, 희망도 없다는 것이 밑바닥 민심이다.
국민의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방역 정책을 ‘실패’ 아닌 그럴듯한 다른 수식어로 치장할 명분은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실패인 줄 알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 그 실패를 반복한다면 단순 정책 오류가 아니라 범죄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국민 탓, 변이 바이러스 탓을 하기 전에 그동안의 정치 방역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을 우선하는 과학 방역, 공감 방역으로 돌이켜야 한다.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대형교회 목회자 30여 명은 29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종교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리스도인에게 예배는 생명이요 호흡”이라고 했다. 이들은 교회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형평성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예배를 금지하고 있는 정부의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천하보다 귀한 영혼의 안식과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토록 하루가 위급한 상황에서 대면예배, 비대면 예배를 둘러싼 진통이 자칫 사회에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으로 각인될 수도 있어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정부와 방역 당국의 일방적이고 일률적인 방역 조치가 한계에 다다른 마당에 예배만은 한국교회에 맡기는 ‘자율예배 책임방역’으로의 의식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 또한 바로 지금이다. 예배가 살아야 나라도, 한국교회도 살고,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