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종료 예정이었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다음날 8일까지 2주간 더 연장되면서 비대면 예배 조치에 반발하는 교회와 자치단체 간에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수칙을 위반한 종교시설 14곳을 적발한 결과 14곳 중 13곳이 비대면 예배 금지 위반이었다고 밝혔다.
은평제일교회는 지난 18일 주일 대면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은평구청으로부터 10일간 운영중단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이러한 행정조치에도 불구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현장 예배를 드리겠다는 입장이다.
사랑제일교회도 지난 18일 대면예배를 강행했다가 구청으로부터 똑같이 10일간 운영중단과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 이 교회는 25일 주일에도 대면예배를 드리며 서울시와 해당 구청에서 나온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 연장을 발표하면서 이 두 교회처럼 대면예배 중지에 반발하는 교회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운영중단, 과태료 부과뿐 아니라 시설폐쇄 같은 극단적인 조치로 교회와 행정당국 간에 갈등도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자치단체장 등이 교회에 대해 운영중단, 과태료 부과, 시설폐쇄 등의 강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에 있다. 이 법의 제49조 제1항 제2호의 2는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장소 또는 시설의 관리자·운영자 및 이용자 등에 대해 출입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의 준수를 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같은 조 3항은 이 같은 조치를 따르지 아니한 관리자·운영자에게 해당 장소나 시설의 폐쇄를 명하거나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운영의 중단을 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엄밀히 말해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규정한 것이지 규제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예방이 우선이지 그 결과까지 미리 예단해 규제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교회가 출입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과 같은 방역지침을 위반했으면 모를까 교회에 와서 예배드렸다는 이유만으로 규제조치를 내리는 것은 그 근거가 모호할 뿐 아니라 과잉행정의 소지가 있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한교연은 “지난 3월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국민 건강의 증진 및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정당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 탄압,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게 아니다”라며 “단지 교회에서 성도들이 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만으로 교회 운영 중단과 시설 폐쇄 조치하는 것이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명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민주국가 공무원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인가”라고 따졌다.
그런데 서울시 등 자치단체의 행정 조치의 근거가 ‘감염병예방법’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예자연과 수도권의 일부 교회가 서울행정법원과 수원지방법원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 따른 대면예배 금지 조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를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하면서 전체 수용인원의 10%, 최대 19인 이하의 대면예배 허용을 판결했는데 이것이 되려 행정 규제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울산대 이정훈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있었던 20명 미만 현장예배 허용 결정(일부 승소)은 사실상 승소라고 볼 수 없다. 저는 역설적으로 큰 전략적 실수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예자연과 수도권의 일부 교회들이 당국의 전면 비대면 예배에 항의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법원이 교회에 대한 정부의 대면예배 금지가 종교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을 넓은 의미에서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정훈 교수도 지적했듯이 “교회의 규모나 예배당의 면적에 기초한 대면예배 허용인원의 합리적 근거가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례로 기독교인의 ‘종교의 자유’가 확고하게 제한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은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 있다.
현장 교회들은 수도권 외에 모든 지역에까지 3단계가 적용되는 현실에서 교회만 예외일 수 없다는 현실에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언제까지 예배드리러 오는 교인들을 문밖에서 수를 헤아려 19명 이상은 모두 돌려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특히 수도권의 교회들은 문 대통령이 2주 전 “짧고 굵게 끝내겠다”고 한 약속이 또 다시 물거품이 되자 답답하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23일 당국의 비대면예배 조치가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모든 교회들이 사랑제일교회처럼 개별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의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적어도 방역 당국과 이에 반발하는 교회 간에 갈등과 충돌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는 결과가 곳곳에서 나타날 수는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종교는 아무리 틈이 벌어져도 이해충돌이 아닌 협력하고 상생하는 구도로 나가야 한다. 법이 그 완충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만능은 아니다. 만약 법으로도 안돼 그런 갈등이 상호 충돌하고, 끝장 대결로 가게 되면 어느 쪽도 승자가 될 수 없다. 결국 규제 일변도의 방역은 국민 모두를 패자(敗者)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거라는 말이다.
그러기 전에 교회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비대면 예배 지침을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기준으로 자율, 책임 방역으로 바꾸는 것이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최고, 최선의 방법이다. 자율만큼 무거운 책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