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주임사제 주낙현 신부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자비로운 휴식과 넉넉한 신앙'이란 제목이 '복음성찰'을 통해 바쁜 일상에 지친 신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아, 쉬고 싶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쉼 없이 바쁜 생활, 특히 현대의 도시 생활에 지친 마음이 드러난다. 선진국 반열에 든 우리 사회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최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생활입니다. 젊은 세대에서는 더욱 깊은 한숨이 되어 나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를 깊이 듣고 살피면 육체의 피로를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일 듣고 살며 경험하는 정치 경제 문화의 어지럽고 불의한 사건 속에서 우리는 깊은 피로를 느끼며 평화를 목말라 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응답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예언자 예레미야는 쉼 없는 사회의 피로가 어디서 나왔는지 갈파한다. "겁이 나서 무서워 떠는" 사회와 인간관계가 이런 한숨 섞인 피로의 원인이다. 소위 '갑을관계'가 우리 마음을 짓누르고, 사람을 향한 보살핌과 안녕을 도외시하는 여러 정치 행태와 규율이 사람을 겁나게 한다. 자녀교육과 취업 문제로 시름 깊고 마음 불안하다. 이때 신앙인은 인간관계의 정의를 기도하고,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 신앙인은 서로에게 모두 목자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 "사도 바울은 사람 사이에 만드는 정의와 평화의 토대를 말한다. 하느님 안에 있는 우리는 누구도 서로 낯선 사람이 아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믿는 사람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은 서로 억누르거나 강요하는 삶을 떠나, 낯선 사람, 자신과는 다른 사람을 환대하여 형제자매로 살아가게 한다. 그러니 교회의 성장 비결은 그리스도의 환대와 사랑을 중심으로 커가는 새로운 가족 말고는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가 '하느님의 집'인지 판가름하는 잣대다"라고 덧붙였다.
주 신부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집을 이룬 가족의 마음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몸소 보여주신다"며 "참 인간이신 예수님이기에 육체의 피곤을 느끼신다. 피세정념(避世靜念), 즉 한적한 곳으로 가서 쉬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쉼 없이 돌아가는 일상, 앞만 보고 달려가는 생활에서 잠시 발을 멈춰야 큰 지도를 볼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다른 사람과 사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멈추어 바라본 세상에 마음을 주는 일이 측은지심이다. 그런 뒤에 일상에 다시 돌아와 움직이는 행동은 이제 일이 아니라 치유요, 구원이다"라고 덧붙였다.
주 신부는 "치유와 구원을 펼치는 자비의 손길은 피곤함을 모른다. 오히려 기쁨과 즐거움을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마련해 준다. 말씀과 성체로 서로 먹이는 풍요로운 신앙의 길로 인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염증 확산이 무더위에 겹치는 계절이다. 휴가의 계절을 망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년과는 다른 휴식의 기회이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사람, 우리 일상에서 낯선 사람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이렇게 휴식의 성찰이 정의와 평화, 측은지심의 기운을 되살렸으면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성서 안에서 기도하고, 좋은 신앙 서적을 읽으며 우리 자신을 가르치고, 낯선 사람과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꾸어 가자. 이렇게 우리 자신과 가정, 우리 교회와 사회를 '신령하고 넉넉한 하느님의 집'으로 세워나가자"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