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인간의 기원“에 대한 연구들은 근대 과학과 정치이론가들에게 압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드디어 19세기에 이르러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 월레스(Alfred Russel Wallace 1823~1913) 등이 독립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개념을 제안하였고,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는 자연선택 이론에 근거한 사회적 진화론을 제안하였다. 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19세기 당시 사회에 지배적인 신념은, 종은 “설계된 위계”(designed hierarchy)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 그리고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른 독특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었을 때, 당연히 그 정치적, 철학적 및 신학적 함의는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야기하였다. 만일 인간이 단순한 “원시적“인 원생동물(protozoa) 상태에서 진화한 결과라면, 그런 생태계 내에서의 인간의 위치는 다른 동물과 같이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게 한다. 따라서 이 논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진화론은 자연에서 우리가 보는 다양한 생명현상들의 연결성에 대한 그럴듯한 ”추정“ 내지 “가설”일 뿐이다. 이 점 오해 없어야 한다. 다윈은 무신론자였고 그의 진화론은 유물론적이며, 반기독교적이다. 당연히 과학이론이나 진화론적 가설은 기독교의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부인한다. 그러나 우주의 시작이 빅뱅이라면 그 이전에 대해서 또는 우주 바깥에 대해서는 과학은 말할 수도 없고 실제 말이 없다. 우리 크리스천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우주와 남녀 인간은 초월적인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고 믿는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쓴지 12년 후인 1871년에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을 출판하였는데, 이는 인간의 진화와 성적 선택(sexual selection)에 대한 연구였다. “성적 선택”은 “자연선택”의 한 형태이다. 다윈은 동물세계에서 성적 선택은 수컷과 암컷 간의 다채로운 차이를 만들어 내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암컷 공작에 비해 수컷 공작에서 화려한 외양이 진화되었다. 다윈은 이 수컷의 화려함은 짝짓기에 유리할 뿐 아니라(intersexual selection), 같은 수컷들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기((intrasexual selection) 때문에 진화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생존에 불리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눈에 잘 띄게 만듦으로 포식동물에게 사냥감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모순은 생명체들은 생존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섹스(생식)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남자(수컷)는 생존경쟁에서 손해를 본다 해도 남자다운(수컷다운) 것이 진화론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사슴의 뿔, 사자의 갈기, 인간 남자의 남성다움 등등도 같은 이유이다. 이처럼 다윈은 당시의 남성우월주의를 “과학적으로“ 옹호한 셈이다. 즉 다윈은 남자는 크고 강하고, 창조적이고 용감하며, 반면 여자는 이성, 숙고, 또는 상상의 영역에서 결핍이 있으며, 여자의 직관적 능력은 하급인종의 특징이라 하였다. 그러나 기독교는 부부간의 관계는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로 정의되며, 사랑에 기초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서, 결코 남녀 불평등적이거나 가부장적이 아니다. 어쨌든 다윈의 이론은 성적 이원성(sexual dimorphism)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젠더퀴어를 정당화하는 젠더주의자들은 성의 다원성(polymorphism) 내지 스펙트럼을 주장한다.
어떤 과학적 이론이 정당한가 하는 것은 그 결과(열매)로 입증된다. 그런 점에서 “진화론”은 인간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진화론이 등장했을 당시 이미 진화론이 맞다면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즉 자본주의적 경쟁의 정당화, 인간 불평등론, 인종차별, 식민지주의와 제국주의의 정당화, 그리고 필연적인 우생학 등이 기승을 부렸다. 특히 우생학은 가족계획과 피임과 낙태, 그리고 나아가 영아살해, 인종청소 등등을 정당화하였다. 우생학은 나치스의 국가정책으로 나타났는데, 우수한 민족이나 우수한 남자는 프리섹스로 많은 자식을 낳아야 하고, 여성은 이를 뒷받침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진화론은 인간을 동물의 수준으로 격하시켜 동물적 프리섹스를 지향하는 20세기의 성혁명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성혁명은 인간의 “생육과 번성”보다 퇴행을 조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결혼 감소, 기족체제의 붕괴, 남자의 정자 감소, 출산 감소, 낙태, 질병, 범죄 및 자살에 의한 생명 현상 감소 등등이 최종적으로 인구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혁명은 “불임의 파라다이스”를 향해가고 있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