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호 칼럼] 내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에버그린한인교회 현순호 목사

"그 사람 이중인격자야" "그 이는 천의 얼굴을 가진 인물이야" "겉보기와 행동이 그렇게 다를 수가 없어"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한 샘터에서 단물과 쓴물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지만 사람에게는 가능하다.

처음 성경을 접했을 때 말씀을 읽다 놀랬다. 한 농부가 곡식을 창고에 가득 채우고는 "영혼아 여러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놓았으니 편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기자"라는 대목이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 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책을 보면서 좀 더 확실하게 그 뜻을 알았다. 그 책에 등장하는 의사 지킬 박사는 인자하고 친절하며 병을 잘 고쳐주는 천사같은 사람이고, 반면 잔인하고 살인적인 악마 짓을 하는 하이드 씨는 두 사람이 아니고 한 사람이다. 한 사람에서 극과 극의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다가 안 사실이다.

나는 보았다. 머리가 희도록 공부를 많이 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던 모 교수가 총장으로 입후보하면서 상대후보의 정보를 그릇되게 흘려 매장시키고 자신은 총장이 됐다.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천박한 사기꾼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착한 성격을 가진 최 집사에게 시험이 왔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장로 부인 이 집사와의 관계다. 어느날 최 집사는 이 집사의 진한 사랑의 고백을 듣게 되었다. 자기는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기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달라는 것이다. 남편 장로는 사기성이 농후하고 집에서는 독재자로 군림하며 교회에 와서는 성인 군자같이 행동하는데 정말 봐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 집사는 당황하면서도 싫지 않았다. 어느날 최 집사는 금식기도를 하고 결론을 내렸다. 이혼하고 얘들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충격은 나의 이성을 잃은 현실 도피성 마귀의 장난이다. 이 덫에서 빨리 벗어나자.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와 자녀들을 보다 더 사랑하며 이 집사를 만나지 말자 하고는 아내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조용히 그 교회를 떠났다. 성자 사도 바울도 자기 안에 선한 나와 나쁜 내가 사사건건 싸우는데 너무도 괴롭다고 몸부림치지 않았던가! 보통 인간들이야 오죽할까! 문제는 욕심덩어리인 내가 이기면 나는 죽고 반대로 하나님의 의가 이기면 나는 사는 것이다. 그 갈등은 일생 동안 따르는 필요악이다.

#현순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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