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기수 연세대 명예교수(경영학)가 최근 기윤실 '좋은나무'에 크리스천으로서 '가상 화폐 투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고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한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는 불황에 빠졌고 실업률은 증가하며 교회를 비롯한 모든 모임은 침체했다"며 "특히 자영업자들과 젊은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에 부동산 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은 급등세를 이어가며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고 성실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좌절하게 했으며,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온 국민을 분노와 허탈감에 빠지게 하고 사회적 공정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했다. 이 와중에 가상 화폐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부동산 시장에서의 좌절과 허탈을 보상받으려는 듯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한 교수는 "가상 화폐 투자는 과연 괜찮은 일일까? 가상 화폐가 무엇인지, 가상 화폐 시장의 실태와 특성은 무엇이며, 그리스도인은 가상 화폐 투자와 관련하여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살펴본다"며 글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가상 화폐란 분산된 원장[distributed ledger(장부)]에서 공개키 암호화로 거래정보를 안전하게 전송하고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적용해 거래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분산 원장 기술에는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한 뒤, 수많은 컴퓨터에 이를 동시에 저장하는 블록체인(blockchain)과 그물처럼 거래를 연결하는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DAG: directed acyclic graph)가 있다.
한 교수는 "가상 화폐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암호 화폐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리나라의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 자산'이라 칭하고 있다"며 "가상 자산이라고 명명한 배경에는 가상 화폐의 화폐 교환 기능을 부정하려는 의도가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및 국내 다수의 거래소도 가상 화폐를 가상 자산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향후 이 용어 사용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9년 1월 최초의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첫 블록이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가상 화폐가 생겨났다"며 "비트코인 외의 다른 가상 화폐들은 비트코인의 대안적 코인(alternative coin)이라는 의미에서 알트코인(altcoin)이라 부르며, 대표적 알트코인에는 이더리움(Ethereum), 리플(Ripple), 라이트코인(Litecoin) 등이 있다"고 했다.
가상 화폐의 특성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그에 따르면 첫째로, 가상 화폐는 분산성과 안전성이 있다. 기존의 거래는 단일 주체가 단 하나의 원장에 기록하는 중앙 관리 형태였다. 그러나 가상 화폐에 사용되는 분산 원장 기술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가 모든 거래에 대해 전자식 사본을 보유하며,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암호학적 증명으로 다른 참여자들의 사본과 동기화됨으로써 거래 기록이 분산된다. 이것은 기록을 변경하거나 조작할 수 없도록 보호해 줌으로써 원장의 안전성을 높여 주는 것이다.
둘째로, 가상 화폐는 익명성과 보안성을 갖고 있어서 누가 얼마를 주고받았는지 거래 당사자 외에 다른 사람은 전혀 알 수 없다. 범죄 집단들이 이를 테러 자금 거래, 탈세, 마약 밀매, 무기 구매, 도박, 불법 자금 융통, 돈세탁 등에 악용하는 사례도 많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이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셋째로, 가상 화폐는 주식과 달리 P2P 거래(개인 간 직거래)가 가능하며 발행의 자율성이 있다. P2P 거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둔 P2P 거래소를 통해 거래 당사자 간에 직접 이루어지며 다른 참여자들이 부여한 평점으로 거래자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보장한다.
가상 화폐 시장의 실태에 대해서도 밝혔다. 한 교수는 "올해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상 화폐 열기가 뜨겁다"며 "2020년 1년 동안 1회 이상 거래한 투자자는 120만 명이었는데, 2021년 1분기에는 511만 명으로서 426% 증가했다. 2021년 1분기에 4대 가상 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신규 계좌를 개설해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249만 명(중복 포함)이었는데, 이 중 20, 30대가 158만 명으로 63.5%를 차지했다. 젊은 층의 가상 화폐 투자 열기는 5060 세대로 확산해 노후 자금까지 투입되고 있다. 어느 거래소의 경우, 50대 이상 투자자가 6개월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가상 화폐 시장이 붕괴하면 수많은 청년과 중장년층이 감당키 어려운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리스도인의 가상 화폐 투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한 교수는 디모데전서 6장 9-10절 말씀과 로마서 12장 2절 말씀 그리고 고린도전서 10장 23절 말씀 등을 인용했다.
한 교수는 "가상 화폐 시장의 실태는 그 시장이 얼마나 투기가 판치는 곳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투기적 성격이 강한 선물 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윤강로 KR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최근 가상 화폐 열풍에 대해, "투자나 투기 거래의 범위를 벗어난 투전판·도박 수준"이라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어 "일반인조차도 가상 화폐 시장이 투전판이요 도박판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이 가상 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적절할까?"라며 "가상 화폐 시장의 참여는 "이 세대를 본받아" 속히 "부하려 하고" "돈을 사랑하는" 탐욕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상 화폐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에게 덕을 세우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이 가상 화폐 시장과 거리를 두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가상 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엄청난 전력량 때문이다"라며 "현재 가상 화폐 중 시가 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데 사용되는 전 세계 전력량은 19.23TWh(테라와트시)인데, 이는 1,700만 인구의 나라 시리아의 총 전력 소비량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실질적인 가치 창출이 거의 없으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경을 돌보는 선한 청지기가 되어야 할 그리스도인은 환경을 훼손하는 일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하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가상 화폐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그러나 "가상 화폐와 관련된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 원장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에 가치를 창조하고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촉망받고 있고, 가상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 화폐 외에도 식품의 유통 경로 추적, 전자 계약서 및 디지털 콘텐츠 관리, 건강 여권, 포인트 통합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또한, 미래에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생활형 가상 세계가 전개되면 가상 화폐가 그 세계의 화폐로 사용될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끝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중국 등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가상 화폐의 교환 기능을 부정하며, 별도로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상 화폐가 현실에서 디지털 화폐로 사용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다. 또한, 정부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가상 화폐와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 3월에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은 시작에 불과하다. 60여 개나 난립하고 있는 거래소도 9월 이후에는 특정금융정보법의 신고 요건에 의해 네댓 개만 남고 모두 폐쇄될 수도 있다. 향후 가상 화폐 시장이 정부의 감독과 규제를 통해 지금과 같은 투전판·도박판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건전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