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프로페셔날리즘(professionalism)을 기초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과 검증된 진료행위(수술, 시술, 처방)를 배우고 시행하는 학문이다. 기예(Art)라고 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전문가적 양심과 윤리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의료행위를 한다. 전문직 자율성(Professional Autonomy)이라고 한다. 전문직에게 생명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 전문직의 자율성은 의학적 진실을 말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전문직 윤리가 보장될 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의학과 의료행위가 잘못된 이데올로기로 오염된 법의 규제로 위축되거나 훼손되면 안 된다. 전문직의 자율성이 훼손되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게 된다.
최근 4개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이 발의 되었다. 전용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상 혐오·차별정보에 대한 처벌규정’ 법안과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방 및 혐오표현의 유통금지’ 법안 그리고 서영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짜뉴스 처벌’ 법안과 정필모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허위조작정보 유통금지’ 법안이다. 재판 중에 있는 드루킹과 같은 여론 조작 사건과 가짜뉴스, 반대 편 메신저 좌표 찍기 등의 수법 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기에 이러한 법안들을 발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법안의 문제는 선의를 가장하여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차별표현) 프레임을 씌워서,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개념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나아가 학문과 종교의 영역까지 침범할 여지가 다분하다. 추상적 개념이 과학을 위협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꽃인 표현의 자유를 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이런 영향은 각 전문분야에도 위축효과를 발생시키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의학 분야에서도 같은 위축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염려된다. SNS와 블로그, 각종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전달되는 의사의 비판적 의견제시나, 전문가로서의 학문적 견해와 질병 예방을 위한 정보제공까지도 검열하여 삭제당하고, 처벌받는 숨 막히는 사회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가 의학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환자와 국민들은 알권리가 침해 받게 되고, 의사들은 전문적 양심에 큰 짐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한 의학 정보의 차단으로 치료받을 기회가 강제로 박탈당하게 된다.
최근 각종 유사 차별금지법이 과도하게 발의되고 있다. 이들 법안의 핵심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SOGI,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에 대한 의학적 문제점과 정보 제공을 막으려는 정직하지 못한 숨은 의도가 있다. 의학적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혐오 혹은 차별발언으로 낙인찍어 전문가의 입에 재갈을 물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같은 편이나 소수자의 발언영역은 금기영역이 없다. 무한의 관용이 허용된다. 그와 달리 반대 측의 발언이나 쓴 소리는 강제로 억압하고 말하면 안 되는 금기영역을 두는 법이다. 나의 감정과 주장만 정당한 기준으로 삼아, 법으로 규정하고 모든 것을 강제하려는 ‘톱 다운’(Top-Down) 형태의 전체주의 발상이다.
현재 발의된 4개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 역시 순기능보다는 각종 차별금지법안과 같이 정치적 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동성 성관계의 의학적 부작용과 위험성, 트랜스젠더 수술의 부작용에 대한 글과 표현을 혐오표현이나 차별표현으로 몰아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형 성기를 제거하거나 성형하는 트랜스젠더 수술은 수술 후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결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수술 전 충분한 숙려기간과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트랜스젠더가 된 사람들이 탈-트랜스젠더를 하고 싶거나, 동성애자들이 탈-동성애를 하고 싶을 때 이들을 도와 줄 상담과 회복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유사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담은 법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 평등법,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만들어 졌을 때 상담과 회복치료를 받을 기회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필요한 의학 정보의 차단으로 치료받을 기회가 강제로 박탈당하게 된다. 국민들의 알권리가 혐오나 차별표현,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으로 훼손되면 안 된다.
의학적으로 볼 때 젠더(Gender ideology)는 해부학적으로나 유전학적, 생리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은 개념이다. 의학적으로 인간의 성은 남성과 여성의 양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자는 XY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여자는 XX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자신의 성을 바꾸고 싶어 호르몬을 투여하고 외형 성기 성형술을 하더라도 성염색체는 바뀌지 않는다. 젠더는 심리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자신이 남성의 외형과 성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시간마다 남성이 되었다가 여성이 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따라 변하는 추상화 같은 허상적인 개념이다.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젠더라는 단어는 낯선 어휘다. 혹 지식층과 언론에서 많이 사용되다보니 젠더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교양과 지식이 있는 것처럼 현혹되고 있다. 전형적인 뉴스피크(Newspeak)다. 언어사기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같은 것은 같게 표현할 자유가 침해 받을 위험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젠더 정체성에 대한 의학적 의견이 이를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감시당하고 처벌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사례1) 미국 켄터키주의 루이빌 대학교(University of Louisville) 의과대학의 아동·청소년 정신의학 및 심리학과 교수인 정신과 전문의 앨런 조셉슨(Allan Josephson)은 15년간 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아 대학으로부터 2014·2015년 및 2016년도에 최고 등급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17년에 조셉슨 교수는 헤리티지 재단의 한 토론회에서 성정체성 장애(성별 불쾌감 gender dysphoria)를 겪는 아동의 치료에 관한 전문적 견해를 발표했다.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이 염색체, 호르몬, 내부·외부 생식기관의 특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은 의학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는 발달상의 문제를 대처하는 아동이 문제 해결 능력을 신장하기 위한 필요를 무시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말을 경청하고 자녀가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맞추어 갈 수 있도록 집단적 지성을 발휘하여 지도해야 한다”라고 전문가적 의견을 말했다. 또한, 그는 “의료진이 아동들에게 성급히 2차 성징 억제 약물과 반대 성별 호르몬 투여와 같은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치료를 하기 보다는 정신과적인 문제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성정체성 장애를 겪는 아동의 80~95%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들의 생물학적인 성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후, 대학의 몇몇 교수와 교직원들은 조셉슨 교수의 견해에 반대를 했다. 조셉슨 교수는 관련 소송에서 전문가로서 진술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의 전문가적 견해에 반대하는 자들은 대학 측에 조셉슨 박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의학적 전문 의견을 묵살하고 위협하는 야만적 폭력이 나타났다. 이들은 의학적 진실과 전문가적 의견과 양심의 표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결정을 강제로 밀어붙였다. 대학 측은 조셉슨 교수를 조교수로 강등하였고, 급여, 연금, 연구비를 삭감하는 등 그의 연구 업적과 명예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가했다. 2019년에는 교수직까지 해임 당했다. 현재 켄터키주 연방지방법원에는 그에 대한 해고 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추상적 이데올로기 개념이 과학과 의학을 위협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례2) 미국에서 환자가 트랜스젠더(FTM)인 것을 모르고, 외모가 여성이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여성 호칭으로 불렀는데, 이것이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카일러 프리스콧은 생물학적 성별은 여성이지만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하는 성별 불쾌감 (gender dysphoria)이 10세부터 시작되었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학적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정신적 우울증을 앓았고, 증세는 지속되었다. 카일러는 자살을 생각하게 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병실 담당 간호사들은 미성년자인 이 환자의 외모를 보고 여성으로 인식하여 여성 호칭으로 불렀다. 그러자, 이 환자는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을 하였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5주 후에 카일러가 자살을 하였고, 부모는 병원이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하였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시에 소재한 연방지방법원은 병원이 카일러에 대해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하였다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에 의해 언론과 기자들이 동성애나 동성 성관계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축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 결과 동성 성관계의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이 점차 빠지게 되었고, 인격형성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위험한 조기 성애화 성교육과 동성애 옹호교육이 들어오는 물꼬를 열어 주게 되었다. 만약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독소조항을 담은 법들이 제정된다면 동성 성관계의 부작용에 대한 기사나 정보제공이 더욱 위축될 것이고 에이즈와 성병이 증가하여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전형적인 연성법에서 강성법(Soft law to Hard law)로 가는 유형으로 판단된다.
차별금지법이나 차별금지 내용을 담고 있는 평등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같은 유사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전문직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이 묵살되고, 윤리적이지 못한 행위를 법으로 강요받는 전체주의 사회가 되어 버릴 것이다. 의학적 진실을 말하고, 학문적 견해를 피력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국민의 알권리가 박탈되어 버린다.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켜주는 법을 만들어야 할 국회에서 다수의 힘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위험한 이념을 주입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법을 만들면 안 될 것이다. 입법행위는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는 권리와 질서를 보호하는 데 있는 것이지,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는 법을 창조하라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적 양심과 신앙적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이고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다. 환자에게 자율성이 중요한 것과 같이 의사에게도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을 담고 있는 위험한 법안의 발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명진(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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