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 막는 대기업 차별 규제, 2년 전보다 46% 늘어

사회
복지·인권
서다은 기자
smw@cdaily.co.kr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대기업 차별 규제가 2년 전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기준으로 현행 법령상 대기업 차별 규제를 분석한 결과, 48개 법령에서 275개 규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8월 조사(188개) 때보다 87개(46%)가 늘어났다. 신설 규제가 가장 많은 법률은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이다. 추가된 규제의 절반 가까이(47%) 차지했다.

전체 대기업 차별 규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법률은 공정거래법으로 전체 규제 275개 중 26%(70개)였다. 이어 금융지주회사법(41개), 금융복합기업집단법(41개), 상법(22개), 자본시장법(16개), 산업안전보건법(11개) 등이 뒤를 이었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법·상법 등 '기업 규제 3법'이 대기업 차별 규제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이 성장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적용받는 규제의 개수가 대폭 늘어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7개의 규제를 받고,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여기서 58개 규제가 추가 적용된다.

전경련은 "대기업 집단에 적용 가능한 규제가 전체 275개 중 125개로 전체 차별규제의 45.5%에 이른다"며 "2019년 8월 이후 신설된 87개 규제 중 65개(74.7%)가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법령별로 살펴보면 전체 275개 대기업 차별규제 중 공정거래법이 25.5%(70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금융지주회사법이 14.9%(41개), 금융복합기업집단이 14.9%(41개), 상법이 8.0%(22개)였다.

유형별로는 소유·지배구조 규제가 45.5%(125개)로 가장 많았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은행지주 관련 규제, 상법상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최대 주주 의결권 제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에는 영업규제(16%·44개), 공시규제(11.6%·32개), 고용규제(10.9%·30개) 순이었다. 전경련은 "2019년 8월 조사에서도 소유·지배구조 규제가 가장 많았다"며 "획일적인 지배구조 규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기업을 대상으로 현 정부의 규제 혁신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서 50점(49.8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도 77%가 넘었다. 특히 향후 규제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규제 개선 의지 부족'(32%)을 꼽았다.

이형준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역대 정부마다 다양한 규제 개선 제도를 약속했으나 현장 만족도와 전망은 높지 않았다"며 "기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