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시대 찬양과 음악 등에 대한 예배 사역을 감당했던 사람들이 레위인(Levite)이다. 레위인들은 예배를 준비하는 일들을 했는데, 주로 피의 제사를 드리는 일, 아론의 자손인 제사장을 수종 드는 일을 감당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절기를 따라 장막의 일을 수행했으며, ‘예배를 통해 각 절기의 비밀을 누리라’는 뜻의 장막의 일과 백성이 드린 예물을 관리했다. 진설병과 소제물을 가지고 제물을 만드는 일들이다. 그리고 새벽과 저녁마다 서서 여호와께 축사하며 찬송하는 사람들이 레위인이었다.
민수기 18장 1-32절에는 레위인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한 말씀이 나온다. 하나님께서 아론과 모세를 통해 레위인의 임무와 사역에 대한 말씀을 하셨으며 지켜야 할 준칙들을 명령하셨다.
“레위인은 네 직무와 장막의 모든 직무를 지키려니와 성소의 기구와 제단에는 가까이 하지 못하리니 두렵건대 그들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레위인은 너와 합동하여 장막의 모든 일과 회막의 직무를 다할 것이요 다른 사람은 너희에게 가까이 하지 못할 것이니라 이와 같이 너희는 성소의 직무와 제단의 직무를 다하라 그리하면 여호와의 진노가 다시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미치지 아니하리라 보라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너희의 형제 레위인을 택하여 내게 돌리고 너희에게 선물로 주어 회막의 일을 하게 하였나니 너와 네 아들들은 제단과 휘장 안의 모든 일에 대하여 제사장의 직분을 지켜 섬기라 내가 제사장의 직분을 너희에게 선물로 주었은즉 거기 가까이 하는 외인은 죽임을 당할지니라”(레 18:3-7)
한편 여호수아 13:32-33에 ‘레위 지파’는 땅을 받지 못한 지파라고 언급되어있다.
“요단 동쪽 여리고 맞은편 모압 평지에서 모세가 분배한 기업이 이러하여도 오직 레위 지파에게는 모세가 기업을 주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들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의 기업이 되심이었더라”(수 13:32-33)
다윗 왕 시대에 레위인들은 3개의 계급으로 나뉘었고, 각 계급은 다시 24반으로 분류되었다. 첫째 계급은 사제직이었고, 둘째 계급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역할을 했으며, 셋째 계급은 성전지기 및 문지기였다. 그 밖에 모든 레위인은 성전에서 일하는 자 외에는 백성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생활을 유지시키기 위해 48개의 성읍과 각각의 땅을 제공했다. 또한 국내 농산물과 가축의 10분의 1을 주었는데, 그들은 다시 그 10분의 1을 사제에게 바쳤다. 이것이 십일조 제도의 기원이다. 신약 시대에 와서는 이미 그 제도나 세력이 미약해져, 성전 제사 예식에서 심부름을 하는 정도였다.
레위인들이 성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예배 사역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레위인은 성별된 자로서 찬양하는 일에만 열중했으며(대상 9:33, 23:5) 연주에는 찬송과 함께 하프, 심벌즈, 혼(Horn) 등의 악기가 사용되었다(대하 5:13).
“또 찬송하는 자가 있으니 곧 레위 우두머리라 그들은 골방에 거주하면서 주야로 자기 직분에 전념하므로 다른 일은 하지 아니하였더라”(대상 9:33)
“다윗이 나이가 많아 늙으매 아들 솔로몬을 이스라엘 왕으로 삼고 이스라엘 모든 방백과 제사장과 레위 사람을 모았더라 레위 사람은 삼십 세 이상으로 계수하니 모든 남자의 수가 삼만 팔천 명인데 그 중의 이만 사천 명은 여호와의 성전의 일을 보살피는 자요 육천 명은 관원과 재판관이요 사천 명은 문지기요 사천 명은 그가 여호와께 찬송을 드리기 위하여 만든 악기로 찬송하는 자들이라”(대상 23:1-5)
“나팔 부는 자와 노래하는 자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어 여호와를 찬송하며 감사하는데 나팔 불고 제금 치고 모든 악기를 울리며 소리를 높여 여호와를 찬송하여 이르되 선하시도다 그의 자비하심이 영원히 있도다 하매 그 때에 여호와의 전에 구름이 가득한지라”(대하 5:13)
레위위인들에게 찬양에 대한 임무가 구체화되었으며(대상 15:22), 그들은 전문화된 교육을 받았다(대상 25:1-8). 예배 음악이 조직화되었고 많은 인원이 찬양 대원으로서 임무를 맡았는데(대상 25장, 대하 5:12),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며 찬양에 참석했다(대하 5:12, 7:6).
“노래하는 레위 사람 아삽과 헤만과 여두둔과 그의 아들들과 형제들이 다 세마포를 입고 제단 동쪽에 서서 제금과 비파와 수금을 잡고 또 나팔 부는 제사장 백이십 명이 함께 서 있다가”(대하 5:12)
“그 때에 제사장들은 직분대로 모셔 서고 레위 사람도 여호와의 악기를 가지고 섰으니 이 악기는 전에 다윗 왕이 레위 사람들에게 여호와께 감사하게 하려고 만들어서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을 찬송하게 하던 것이라 제사장들은 무리 앞에서 나팔을 불고 온 이스라엘은 서 있더라”(대하 7:6)
시간이 지나면서 레위인들의 역할은 한층 확장되었는데, 각종 예식과 기념을 찬양으로 이끌었으며, 오늘날 예배 찬양 인도자의 역할과 비슷해졌다. 레위인은 성전의 공식적인 찬양대(대상 15:16, 대하 20:21, 왕상 10:12) 역할을 담당했으며, 다윗은 레위 지파로 하여금 ‘예루살렘 성전’에서 음악을 담당하도록 지명했다(대상 6:31-47, 16:4-7).
시편에는 노래하는 사람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하나님께서 과거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베풀어주신 구원과 사랑의 행동을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기록되어 있다(시 78편, 81편, 105편).
레위인들이 예배와 관련된 많은 역할들에 집중함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님께 좀 더 자유롭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레위인들은 이와 같이 많은 예배 예식의 절차에 대한 직무를 수행했으며, 번제를 드리고 제사장들의 희생 제사를 보조했다. 또한 하나님은 레위인들이 큰 능력으로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도록 하셨는데, 여호사밧의 군대가 적들과 대항하여 행진할 때 레위인들이 군대에 앞서 걸으며 하나님을 찬양했으며, 적군들은 서로를 공격했고 혼란 속에 도망했다.
레위 지파와 레위인들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예배는 육체적인 것, 즉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 영적인 것, 즉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것은 예배의 두 가지 측면, 즉 ‘마음의 예배’와 ‘표현의 예배’다. 하나님은 우리의 진심 어린 마음도 중요하며, 그 마음에 따른 행위에 대해서도 예배 받으시기 원하신다. 성경은 마음을 강조하는 예배와 형식과 절차를 강조하는 예배가 있음을 말해준다. 로버트 웨버는 이에 대해 크게 ‘성막 예배(Tabernacle Worship)’와 ‘다윗 예배(Davidic Worship)’로 구분하기도 했다.
“성막에서의 예배는 보다 격식 있고 세밀한 의식으로 구성되어있고,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예배의 방법이었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예배도 찬양과 감사를 드리는 행위로 받아주셨다.”
레위인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뿐 아니라, 예를 갖추며 시간을 드리고 정성을 드리는 주일 예배 등 공예배 예식의 모습 또한 받으시기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한다고 해도 청년 학생을 포함한 다음 세대의 약 30%가 온라인 예배를 선호한다는 최근 설문조사가 있다. 이들에게 레위인들은 사역과 임무 수행은 마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나아가는 예배의 절차 또한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진리를 알려준다.
최근 팬데믹을 계기로 점점 많아지고 있는 온라인 예배는 자칫 우리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소비자지향주의적인 예배’의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의 죄된 본성의 하나는 편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미국에서 케이블 TV를 통한 예배 설교 방송이 등장했을 때 환호성을 질렀던 많은 크리스천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일, TV 앞에 처음에는 경건하게 넥타이를 매고 예배 드리다가, 3개월 후 자유 복장으로, 6개월이 지나서는 일어난 잠옷 그대로 드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당장 눈앞에 펼쳐질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하나님께서 세운 레위인들의 사명을 통해, 우리의 영성을 약화시키는 세속의 물결을 거슬러, 마음과 정성과 뜻을 다해 참되게 예배하는 예배자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솔로몬이 또 그의 아버지 다윗의 규례를 따라 제사장들의 반열을 정하여 섬기게 하고 레위 사람들에게도 그 직분을 맡겨 매일의 일과대로 찬송하며 제사장들 앞에서 수종들게 하며 또 문지기들에게 그 반열을 따라 각 문을 지키게 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 다윗이 전에 이렇게 명령하였음이라”(대하 8:14)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예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