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국 비교를 통해 본 아시아 속의 한국 아동의 삶의 질
만 10세 아동 행복감 1위 알바니아 … 31위 한국과 대만, 33위 네팔, 34위 홍콩, 35위 베트남
아동의 삶의 질 수준에 대한 35개국 비교 결과 한국 아동의 행복지수는 전세계 하위권인 31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 대만, 네팔,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낮은 행복도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 공통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22일 웨비나를 통해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포용적 아동 삶의 질: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의 현황'을 주제로, 35개국 국제비교를 통해 한국 아동의 삶의 질 및 행복도 수준을 비교 분석했다. 또한 장애아동 삶의 질에 관한 국제비교 연구를 통해 장애아동의 권리와 행복 수준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기울여야 할 노력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국제아동삶의질조사(ISCWeB)에 참여한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35개국의 만 10세(초등학교 5학년 기준, 2019년) 아동 행복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31위에 위치했다. 한국 아동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8.41점으로 대만과 동일하며,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네팔(8.21), 홍콩(8.09), 베트남(7.90) 세 곳이다. 아동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알바니아(9.71), 루마니아(9.48), 그리스(9.35), 몰타(9.23) 순이었다. 8.49점의 말레이시아(30위)를 포함해 한국과 대만(공동 31위), 네팔(33위), 홍콩(34위), 베트남(35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낮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만 8세(초등학교 3학년)와 만 12세(중학교 1학년) 결과 역시 아시아 국가들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해당 연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을 포함해 알바니아, 알제리, 방글라데시, 벨기에, 브라질, 칠레,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홍콩,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몰타, 나미비아, 네팔,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남아프리카, 스페인, 스리랑카, 스위스, 대만, 영국(잉글랜드, 웨일즈), 베트남 등 총 35개국의 아동 128,1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물질적 수준, 시간 사용, 학습, 대인 관계, 안전한 환경,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 등으로 구분하여 아동의 행복도를 측정했으며, 아시아 국가 아동의 행복도가 낮은 부분에 주목했다. 한국 아동의 경우, 대인관계 만족도(14위)는 비교적 순위가 높았던 것 비해 학습에 대한 만족도(25위), 안전한 환경에 대한 만족도(26위),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28위), 물질적 수준에 대한 만족도(29위),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31위) 순위가 낮게 나타났다.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는 대만, 홍콩, 베트남, 네팔 등 아시아 국가들 모두 낮은 순위이다.
연구진은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제도가 아동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어렵게 만들고 아동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요인이며, 우리와 인접한 국가들과 공유하고 있는 제도적, 문화적 특성이 아동의 행복을 공통적으로 낮추고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경제적 수준이 높은 한국, 대만, 홍콩 등의 동아시아 국가의 아동 행복도가 낮은 것은 주목할만한 문제다. 이들 나라의 현실이 아동의 행복을 증진하는데 취약하다는 의미이며, 우리 사회의 제도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에서 아동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동 행복도 증진을 위해서는 학습, 경제 상황, 안전한 환경에 대한 보다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동 개인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만족스럽게 활용하면서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장애아동 행복도, 가정에 대한 인식이나 가족 시간의 빈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장애아동은 74,342명으로 전체 아동의 0.94%에 해당하며, 지난 10년 간 장애아동이 차지한 비율은 0.79%(2009년-2013년)에서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동안 아동 중심 접근이 아동 지표 연구에서 주요한 시각으로 자리잡았고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가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아동과 관련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있던 상황이다.
이번 장애아동 삶의 질에 관한 연구는 장애를 가진 아동의 목소리를 통해 삶의 질 수준을 살펴보고 장애아동의 행복을 설명하는 요인에 초점을 맞췄다.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만 8세, 만 10세, 만 12세의 장애아동과 양육자 총 2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국제아동삶의질조사의 대다수 문항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간의 행복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아동의 경우 가정에 대한 인식이나 가족 시간의 빈도 등 가족과의 관계가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학교도 장애 아동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방과 후 활동을 살펴보면 장애아동은 아무 것도 안하고 쉬거나 TV 시청의 빈도가 높고 공부나 보충수업, SNS, 밖에서 시간 보내기, 스포츠 등의 빈도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적극적인 여가 활동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장애아동의 삶의 질이 더 높았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조안 교수는 "긍정적인 부모 자녀 관계는 모든 아동의 행복뿐만 아니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영향 요인이다. 이 연구를 통해서 장애아동 또한 가족이 아동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과 배리어프리(무장애) 놀이터 등 인프라 구축,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돌봄 부담 경감 및 행복 증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아동 또한 자신의 삶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 더불어 장애아동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돌봐야 한다’는 인식을 넘어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애아동을 위한 제도적인 통합을 넘어 진정한 사회 통합 방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스페인 지로나 대학교의 페란 카자스(Ferran Casas) 교수와 국립대만대학교의 유웬 첸(Yu-Wen Chen) 교수가 참석해 국제 비교적 관점에서 한국 아동 삶의 질 현황 및 시사점을 토론한다. 또한 프랑스 낭트(Nantes) 대학교의 필립 기마르(Philippe Guimard) 교수와 루마니아 오라데아 대학교의 세르지우 발타테스쿠(Sergiu Baltatescu) 교수가 각 나라의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 척도 및 삶의 질 연구를 발표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가 좌장으로 참석하며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선욱 교수,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신은경 교수,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장애아동지원팀 강지현 팀장,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백형기 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은 22일(화) 오후 2시부터 웨비나를 통해 진행되며, 사전 신청자에 한해 참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내 소식/공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