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려 식물을 들이자

오피니언·칼럼
집안에 식물 화분 몇 개를 놓는 것만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unsplash

독서 치료 현장에서 도구로 많이 사용하는 책으로 사라 스튜어트의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과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의 ‘비밀의 화원’이 있다. 두 책의 공통점은 원예를 통해 주인공이 심리적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이다. ‘리디아의 정원’에서 리디아는 부모의 실직으로 인하여 외삼촌 집에, ‘비밀의 화원’의 메리는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모부 집에 각각 얹혀살면서 버려진 공간에 꽃과 정원을 가꾸어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이를 통하여 자신과 주변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우리는 도시의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사는 쪽방촌이나 반지하의 창가에서도 작은 화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적은 햇빛 속에서도 그 햇빛을 모아 비싸거나 화려한 꽃은 아닐지라도, 그리고 부지런히 다듬어주지는 못하더라도, 한 송이 꽃, 새로 나오는 연한 새잎 하나를 통해 행복을 느끼며 심고 기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때로는 그 화분 속 씨앗이 꽃이 아니라 상추나 고추일 때도 있지만, 그 역시도 누군가가 살아있는 식물에 대한 애틋함을 품고 있다.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것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라고 꽃피고 열매가 맺는 과정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식물의 성장을 바라보고 기다릴 뿐이다. 식물을 기르는 것은 인내심을 기르게 되는 작업이다. 더 나가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어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치매를 앓으시는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에게 원예 활동을 하게 했더니 치료 효과가 증대되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식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치유 효과를 활용한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가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택근무가 많아졌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를 꾸미는 인테리어 산업이 가장 발달한다고 한다. 심지어 인테리어 기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큰 비용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할 수도 있지만, 집안에 식물 화분 몇 개를 놓는 것만으로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어 인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서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식물을 다 ‘풀’이라는 한 단어로 통합된다고 말하는 후배가 있다. 그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더니 집에서 기르는 화초에 눈길이 가더라고 한다. 최근에는 집에 들르면 인사가 끝나자마자 창가에 화초부터 살펴본다. 두 개 있어서 하나 나누어주기라도 하면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또 어쩌다 다육식물이 잎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그것을 키우겠다고 냉큼 집어 간다. 이 후배를 보면 나태주 ‘풀꽃 1’이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노은영 작가

가족처럼 살아가는 개나 고양이들을 반려동물이라 부르는 것처럼 요즈음은 집에서 기르는 식물을 반려 식물이라 칭한다. 그만큼 식물도 동물들만큼 애정을 주고 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물이 미세먼지도 줄여주고 심신의 안정감도 높인다니 주말에 양재동 꽃시장에 들려 함께 살아갈 반려 식물을 데려오는 것은 어떨까 싶다.

노은영 작가(사회복지학 석사, 청소년 코칭전문가)

#반려식물 #노은영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