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제외한 평일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워킹맘으로 살아가다 보면 아이의 끼니는 제대로 챙겨주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엄마는 아침 식사를 꿈꿀 여유가 없다. 아이가 원하는 아침 식사 메뉴는 고정적이지 않다. 어느 날은 빵과 우유가 먹고 싶다 하고, 또 어느 날은 밥에 따뜻한 사골국을 먹고 싶다는 표현을 한다. 엄마로서는 분명한 의사 표현이 편하기도 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물어보았다.
"오늘은 뭐 먹을까?"
채 말리지 못한 머릿결을 정돈하다 말고 셔츠를 입으며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는 전자레인지 위에 놓여 있던 모닝빵을 가리켰다.
"아, 이 빵 먹을 거야? 딸기잼도 줄까?"
냉장고 문을 열면서 딸기잼을 꺼내 아이 앞에 보여주었다. 신난 눈빛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마냥 귀여워 아이의 식판에 딸기잼을 덜어내고 모닝빵을 잘라 주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릴 때 엄마는 늘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셨는데 참 수고스러웠겠다 싶었다.
가끔은 아침 식사를 대충 준비하더라도 억지로 먹이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메뉴대로 즐거운 아침 식사가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를 통해 밥솥 안에서 익는 쌀알이 내는 소리,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는 달걀 사이로 나는 기름 소리를 알아가던 아침 시간이 좋았다.
일상을 반복하던 중에 감동했던 일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가 원했던 빵 위에 치즈와 버터, 그리고 블루베리 잼을 건넸다. 그러고 나서 외출 준비를 끝내고 아이 옆에 앉아 커피 한잔을 하려던 참이었다. 아이는 빵을 먹다 말고 한 손으로 떼어내더니 블루베리 잼을 열심히 바르기 시작했다.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온 식빵 한 조각에 당황했다. 커피만 마시고 있는 엄마와 같이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에 블루베리 잼을 빵에 발라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달콤한 잼처럼 내 마음도 감동과 동시에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 번 더 권하는 아이의 손가락 앞에서 한마디 했다.
"엄마는 괜찮아. 예준이 많이 먹어~"
"엄마도 좀 먹어~ 아아."
순간 머리가 띵했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이야기였다. '엄마도 좀 먹어'라는 말을 어떻게 알고 했을까? 평소에 아이와 함께 식사하려고 노력하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느새 엄마의 식사는 안중에도 없고, 아이만 배불리 맛있게 먹이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아이의 이 말 한마디에 내일부터는 아이와 함께 맛있게, 간단하게라도 먹어야겠다는 건강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