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익 목사(벧샬롬교회 담임)가 8일 TGC 코리아 복음연합 홈페이지에 ‘은혜를 설교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목사로 수련을 받는 신학생들은 설교학을 배울 때,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말하라든가, 구속사적으로 설교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정작 강단 사역을 시작하게 되면,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말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경험하기 시작하고, 또 구속사적 흐름을 분명하게 짚어내는 것 같지만 정작 구속의 은혜를 충분히 보여주는 일에서 실패를 경험하곤 한다”며 “이것은 나의 경험이기도 하고 또 많은 동료 목사들의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그리스도를 전하라는 말이나 구속사적 설교를 하라는 말의 요지는 리처드 십스의 말을 빌리면,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유케 하는 은혜’를 드러내라는 말이 아닐까.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지 못하면서 그리스도를 전한다거나 구속사적으로 설교한다는 것은 넌센스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자유케 하는 은혜를 설교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를 말해야 한다”며 “첫째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은 하나님께서 죄로부터 분리되셨고 당신의 영광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추구하신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하나님이 거룩하시기에 범죄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동산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지만, 출애굽 이후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신 목적이 그들을 거룩한 백성으로 삼으시는 것이라고 선언하셨다(출 19:6)”며 “타락은 거룩하신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를 가져왔지만, 하나님의 구속은 당신의 영광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회복시킨다. 엄격하게 구별된 영역인 광야의 성막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임재의 회복을 현시하는 상징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둘째로, 은혜를 설교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죄성을 충분히 드러내야 한다. 사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선명하게 드러날수록 사람의 죄성도 밝히 드러나게 되어 있다”며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설교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 자신의 죄성을 제대로 마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칼빈이 말한 대로, 우리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서 우리 자신을 알 수 없고, 우리 자신을 알지 못하고서 하나님을 알 수 없다. 설교는 이 두 가지 지식을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인간의 죄성, 이 두 가지 요소를 선명하고 충분하게 말했는가? 그렇다면, 이제 십자가와 복음의 은혜를 말할 준비가 된 것”이라며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인간의 죄성 사이의 간극은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부르짖게 만드는 죄인의 딜레마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이 간극은 십자가의 복음이 채워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자신의 죄성 사이의 간극은 오직 십자가 복음의 은혜로만 채워질 수 있다. 회심은 이 두 요소를 처음으로 인식하는 순간이다. 성화는, 회심한 신자가 설교를 통해 점점 더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고 자신의 죄성의 심각함을 깊이 봄으로써 은혜 안에서 자라가는 과정이다. 이 인식이 점점 더 깊어질수록, 십자가의 은혜가 채워야 할 영역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그가 경험하는 은혜의 풍성함과 깊이를 반영한다”며 “이렇게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나의 죄성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진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복음의 은혜 안에서 자라가고 있다는 믿을만한 표지”라고 했다.
김 목사는 “만일, 신자가 은혜를 드러내는 설교를 통해서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자신의 죄성을 점점 더 깊이 인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간극은 우리의 익숙함 속에서 점점 더 좁아지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거의 수렴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그리고 그의 삶에서 은혜가 채울 수 있는 영역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오랜 세월, 복음의 은혜를 받아 누리지 않고 살아간다면, 종교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인간의 죄성, 이 두 요소를 충분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말하지 않고 은혜를 말할 수 있는 길은 열리지 않는다”며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구속사적 설교 다 좋다. 그러나 설교자는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유케 하는 은혜’를 설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인간의 죄성을 선명하고 충분하게 말함으로써 말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