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달라지는 선교 패러다임

목회·신학
김재건 기자
인터서브 부대표 송기태 선교사, 기윤실 ‘좋은나무’ 기고글서 밝혀
▲송기태 선교사(인터서브 부대표)가 최근 기윤실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 시대 선교사 돌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기윤실 홈페이지 갈무리

송기태 선교사(인터서브 부대표)가 최근 기윤실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 시대 선교사 돌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온 세상은 상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 사태 전에는 세상이 세계화의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는가 싶더니, 지금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세계가 점점 더 지역화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우월하다고 자부하던 유럽과 미국의 치부가 여실히 드러났다. 경제력을 가지고 국가의 위상을 평가해 오던 기준도 무너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교회 공동체에 끼친 영향도 짚었다. 그는 "교회 공동체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 전에는 너무도 당연히 여겼던 '모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선교사들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 당연시했던 기존 사역들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현지인들과의 만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졌을 법한 질문인 신정론적 질문을 되내었다. 그는 "이 상황 가운데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하나님은 이 팬데믹 시대에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 동시에, 이런 질문도 생겨난다. "팬데믹 시대에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선교 패러다임의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선교사는 무엇보다 선교의 개념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등장한 용어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뉴노멀'(new normal)이 있다. 지금까지 일상적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 일상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발견이다. 선교사들도 거의 진리처럼 당연시해 왔던 사역들이나 사역 방식들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급격한 선교 상황 변화는 "이런 상황에서 선교는 가능한가?" 혹은 "선교가 가능하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들을 낳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 나아가 "선교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최근 선교한국과 여러 선교 단체, 그리고 일부 교회들을 중심으로 선교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일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어쩌면 이 시대는 성찰을 위한 '강제적 안식'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선교사들이나 다른 성도들이나 모두가 '선교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다시 배워야 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라고 했다.

둘째로 교회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들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영향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록다운'(lock down)일 것이다. 록다운 상황은 '모이는 교회'를 기반으로 삼아 온 개신교 교회 모임에도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별히 '흩어지는 교회'에 대한 성찰이 조금씩 일어나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모임 방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결국 '교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의 본질에 관한 질문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하기 전부터 조금씩 제기되어 왔다. 소위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토론이 있었다. 그 논의는 우리로 하여금 '교회는 본질적으로 선교적이어야 하고,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존재한다'는 중대한 교회론적 전제를 수용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더하여 팬데믹 상황은 교회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선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선교적 교회'에 대한 성찰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면서 엄청난 변화 가운데 있는 선교사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라는 다음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로 복귀한 선교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현황 등도 분석했다. 먼저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팬데믹 환경은 자연스럽게 선교사들의 복귀, 혹은 철수 현상을 만들어 냈다. 현지에서의 의료적 한계, 비자 문제, 기존 선교 사역의 단절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선교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은 단지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디아스포라 이주민, 난민 등 문제의 세계적 확산으로 선교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교 대상 국가들의 자국중심주의(nationalism)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고, 팬데믹은 이러한 현상을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교사들의 현지 체류 비자 문제와 직결된다. 전통적인 선교에서 사용되었던 NGO 방식으로 파송되었거나, 직업적 전문성이 확실하지 않은 선교사들은 점점 더 비자를 얻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의 직업적 전문성은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파송 교회들과 성도들은 선교사들이 직업적 전문성을 갖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둘째로 전환기 선교사들의 케어와 사역 재배치 과제가 주어졌다고 했다. 그는 "선교사들의 자발적, 비자발적 철수로 생겨난 파송 교회와 단체들의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가 귀국한 선교사들의 케어와 재배치에 관한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가 적어서 재배치는 선교사 각자가 알아서 하는 일로 여겼고, 교회나 단체는 격려하는 정도로 대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환기에 있는 선교사들이 증가함에 따라 파송 교회들과 단체들의 적극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와 도움이 절실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서브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PIT(Partners In Transition)라는 프로그램을 최근에 개발하여 적용 중이다.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비자나 건강 문제, 은퇴 등의 이유로 전환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본부에서는 적합성을 심사하여 필요한 선교사에게 PIT 프로세스를 시작한다. 이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두 해 동안 전환기를 함께 할 '친구'(buddy)를 지정하고,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전환기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은 파송 교회와의 논의와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결국에는 선교사가 새로운 사역지로 인도받게 되고 재배치된다. 핵심은 파송 교회와 단체가 협력하여 선교사들이 전환기를 통합적으로 경험하고 건강하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했다.

선교사 처우 문제도 짚었다. 그는 먼저 "선교사들은 현지에서 '현지인들의 친구 되기'에 전념해 온 '친구 되기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전환기에 있는 선교사나 현지에서 극심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선교사에게도, '함께 하는 친구'가 필요하다. 주님은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 선교는 근본적으로 주님이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신 일의 연장선에서 행해지는 일이다. 임마누엘의 주님은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셔서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마 1:23). 팬데믹으로 어려울 때 '선교사들의 친구 되어 주기'는 단지 선교사들을 돕는 일을 넘어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일이므로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귀국한 선교사들이 갖는 부담감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크다. 심지어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선교지에 있지 않고 고국에 있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현지에서 고통당하는 형제, 자매들을 두고 자신은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옆에서 친구가 되어 함께 웃고, 함께 울어 주는 '친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교사들이 가져야 할 정체성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선교는 교회와 선교사들의 선교이기 전에 '하나님의 선교'로부터 시작하고 출발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선교를 이끌어 가실 때에 교회들과 선교사들을 단지 도구로만 여기시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를 하나님의 선교에 초대하시면서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위대한 일에 참여하기를 원하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선교지의 변화 속에 있거나 전환기에 있는 선교사들을 돕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은, 선교사들과 우리가 함께 성장하여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길이다. 이 시대에 하나님은 우리를 이런 방식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도록 인도하시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걸맞는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도 촉구했다. 그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망이 되는 것은, 코로나 백신보다도, 우리를 위한 완전한 백신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다. 로마 제국의 박해 아래 죽임을 당하던 때에도 악을 선으로 바꾸어 로마 제국을 복음화하셨던 하나님은, 21세기의 이 팬데믹 시대에도 "합력하여(work together) 선(good)을 이루시는 분"이시다(롬 8:28). 이 시대에도 하나님은 '합력하여'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시는 분이심을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기 위해, '강도 만난 자'(눅 10:36)와 같은 팬데믹 시대의 선교사들의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한다. 죄로 인해 이 세상에서 '강도 만난 자'였던 우리를 돕기 위해 우리의 친구가 되어 주셨던 주님을 본받아...."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