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시대엔 성가대원을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았습니다. 성가대원은 레위 지파 중 “구별하여”(대상25;1) ‘찬송하는데 익숙한 자’(대상 25;6-7)들로 구성하였습니다. ‘익숙한 자’란 말이 퍽 인상적입니다. 영어성경에 의하면 전문적인 음악가(skilled musicians)입니다.
“다윗이 군대 지휘관들과 더불어 아삽과 헤만과 여두둔의 자손 중에서 구별하여 섬기게 하되 수금과 비파와 제금을 잡아 신령한 노래를 하게 하였으니 그 직무대로 일하는 자의 수효는 이러하니라.”(대상25;1)
“이들이 다 그들의 아버지의 지휘 아래 제금과 비파와 수금을 잡아 여호와의 전에서 노래하여 하나님의 전을 섬겼으며 아삽과 여두둔과 헤만은 왕의 지휘 아래 있었으니, 그들과 모든 형제 곧 여호와 찬송하기를 배워 익숙한 자의 수효가 이백팔십팔 명이라.”(대상 25;6-7)
성경의 ‘익숙한 자’란 말씀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성가대원은 ‘신령한 데 익숙한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 만나는 데 익숙한 자’이어야 한다는 말씀이겠지요. 찬양하면서 가사에 “주 하나님”이란 단어가 나오면 마음 가운데 하나님이 직접 느껴지는 사람. 하나님 만나는 전문가이어야 합니다. 어떤 분이 하나님 만나는 전문가일까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만나고, 성경 읽으며 하나님을 만나는 사람, 일상 가운데 찬송하며 하나님을 자주 만나는 사람, 하나님을 즐기며 주님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이런 분들이 신령한 노래를 부르는 데 익숙한 자입니다.
“아삽의 아들들은 삭굴과 요셉과 느다냐와 아사렐라니 이 아삽의 아들들이 아삽의 지휘 아래 왕의 명령을 따라 신령한 노래를 하며, 여두둔에게 이르러서는 그의 아들들 그달리야와 스리와 여사야와 시므이와 하사뱌와 맛디디야 여섯 사람이니 그의 아버지 여두둔의 지휘 아래 수금을 잡아 신령한 노래를 하며 여호와께 감사하며 찬양하며”(대상25;1-3)
‘신령하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나바’(אבנ)입니다. ‘예언하다’란 뜻. 다시 말해 신령한 노래란 성령의 감동으로 예언적 노래를 한다는 말입니다. 성가대원은 노래로 예언하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예배 전 예배를 준비하는 성가대 연습시간이야말로 하나님 만나는 연습시간입니다.
둘째로 성가대원은 ‘노래하는 데 익숙한 사람’입니다. 우리말 성경엔 분명히 ‘배워 익숙한 자’(대상25;7)라고 되어있고, 영어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께 드리는 음악을 교육받은(instructed, trained) 훌륭한 음악가입니다.
“그들과 모든 형제 곧 여호와 찬송하기를 배워 익숙한 자의 수효가 이백팔십팔 명이라.” (대상 25;6-7)
“Their number who were trained in singing to the LORD, with their relatives, all who were skillful, was 288.”(NASB)
“So the number of them, with their brethren that were instructed in the songs of the LORD, even all that were cunning, was two hundred fourscore and eight.”(KJV)
“Along with their relatives--all of them trained and skilled in music for the LORD -they numbered 288.”(NIV)
성가대가 부르는 찬양은 아무나, 아무렇게나 부르는 노래가 아닙니다. 성가대원들은 음악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훌륭한 음악가이어야 합니다. 좋은 목소리를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시창(視唱) 실력도 좋아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음정과 리듬을 비롯한 음악의 기본 요소와 강약과 템포, 악구나 분절 등의 연주법, 융합과 균형의 앙상블의 기본 요소들을 알아야 합니다.
성가대원으로 임명 받았으면 절대로 “나는 참가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한 사람 한 사람 그에게 적합한 재능(달란트)을 주신 만큼 어떻게 해서든 하나님 찬양하는 데 좋은 음악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각기 가진 달란트를 남기기 위하여, 다시 말해 음악 실력의 향상을 위해 기도하며 훈련하고, 연습에 빠지지 않고 충실히 참여해야겠습니다.
특히 음악에 관해 많은 달란트를 받은 이들, 노래를 잘하는 이들의 책임은 더 중합니다. 이들은 지휘자의 조교와도 같습니다. 다른 이들보다 일찍 나와 재능이 모자란 대원들이 불편 없이 자연스레 배울 수 있도록 열심히 불러주고, 가르치며 각가지에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성가대는 다른 기관과 달리 젊은 사람들로부터 연세가 많으신 분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함께 친구처럼 교제하며 섬기는 예배와 음악을 위해 모인 최고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한 식구처럼 지내야 합니다. 그래야 합창도 잘 됩니다. 하모니, 조화의 말뜻 그대로 서로 사랑을 가지고 옆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다른 이들의 소리와 자신의 소리가 어울려 따뜻하고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루지 않습니까?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룩하려면 스태프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대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손과 발입니다. 아울러 성가대의 허리도 튼튼해야 합니다. 허리가 튼튼해야 손과 발도 활발히 움직일 수 있지요. 성가대의 허리는 경험이 많은 대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성가대의 중추 역할을 하는 허리는 임원들이 부족함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합니다. 조금 넉넉한 분은 십시일반으로 기회 있을 적마다 베풀고, 가르쳐 대대로 이어오는 성가대의 정신과 전통이 잘 유지고 계승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러한 일을 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행사는 무엇보다도 주일 예배 찬양과 음악 예배입니다. 성가대 행사 중에 어느 프로그램 보다 최고의 프로그램은 연주입니다. 연주를 통해 함께 성취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성탄, 고난, 부활, 감사, 교회창립 등 절기 연주를 비롯하여 정기적으로 지방연주, 교환연주, 세미나, 음악 감상회 등을 여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천사들의 모형인 성가대원의 직분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며 아름다운 성가대를 만들어 가는데 기쁨으로 동참해야겠습니다. 성가대는 천상성가대의 모형으로서 하나님 만나는 데 익숙한 훌륭한 음악가들입니다.
***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엽 교수(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프로필>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역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 역임
한국지휘자협회 고문
제66회 서울시문화상 수상
현)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서울바하합창단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