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2021 선교통일한국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한국, 독일, 루마니아, 미국, 브라질의 북한선교 및 통일 전문가들은 “북한선교를 하려면 먼저 북한 사람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선교를 하는 각국 교회도 복음통일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상호 협력하고 세계선교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선교통일한국협의회(선통협)는 2018년 설립 이래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따라 한국교회와 선교단체, 복음통일선교 전문가들이 연합하여 선교통일 전략과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 왔다.
1박 2일간 켄싱턴호텔 여의도와 온라인 줌으로 동시에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약 70여 명의 목회자, 선교사, 평신도 북한선교 지도자,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를 위한 연합과 실천 -세계교회는 북한선교를 어떻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전 세계교회가 각자 하나님의 부르심과 은사를 따라 북한을 위한 기도, 구제, 선교 사역 등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경험과 깨달음을 적극 나누고, 협력의 접점을 찾는 자리였다.
선통협 대표회장 강보형 목사는 “통일한국 문제는 이미 남북의 철조망을 넘어 전 세계의 염원이 되었다”며 “무엇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통일한국을 위해 자국의 정치 이해와 이념을 뛰어넘어 성령의 강권적인 감동으로 기도하는 기독교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독일교회의 기도운동과 헌신을 통해 동서독이 통일됐던 것처럼 이번 컨퍼런스가 한국에서 통일의 온도를 조금 더 높이는 데 기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에는 북한선교와 통일 분야에 전문성과 열정을 가지고 오랜 세월 헌신한 사역자의 공로를 기리고 감사를 전하는 ‘제2회 통일선교공로상 시상식’을 함께 진행했다. 수상자는 전 통일부 차관이자 전 통일연구원 원장 양영식 박사(성문교회 원로장로)로, 양 박사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 베푸심에 감사와 영광과 찬송을 올린다”며 “이제 육신은 노인의 몸이지만 선통협의 참되고 바른 사역자들과 함께 평화통일과 통일선교를 위해 온 마음과 힘을 다해 헌신할 것을 재다짐한다”고 감격을 전했다.
기조강연은 4대에 걸쳐 한국사회 발전에 공헌한 선교사 후손이며, 20년 이상 대북의료 지원을 활발히 펼친 인요한 박사(존 린튼·John Linton, 세브란스병원 국제클리닉 센터장)가 전했다. 인 박사는 북한의 의료 상황을 전하며 “예수를 믿는다면 현실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8일 오후 정종기 아신대 교수(고신총회통일선교원 원장)가 ‘해외선교와 북한선교의 연계성 모색’, 조슈아 목사(Joshua·가명, Hope Korea)가 ‘독일교회의 북한선교’, 크리스티 부쿠르(Cristi Bucur, Municipal Hospital of Medias)가 ‘루마니아교회의 북한선교’, 29일 오전 수 킨슬러 회장(Sue Kinsler·신영순, 킨슬러재단 회장)이 ‘미국교회의 북한선교’, 데이비드 보텔호 대표(David Botelho, Horizontes America Latina 대표)가 ‘브라질교회의 북한선교’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해외선교와 북한선교의 유기적 연합 모색해야”
정종기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에서 해외선교와 북한선교가 분리되어 온 배경으로 “북한선교를 민족 복음화 차원에서 이해하고, 북한을 이념과 구제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체로 한국교회는 선교사가 선교지역의 사람을 먼저 만나 복음을 전하고 현지인이 자국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하는 ‘속인주의’보다 선교사를 직접 지역에 파송하는 ‘속지주의’ 선교방식을 한국교회가 택했고, 북한선교사의 파송 주체가 해외선교단체가 아닌 개인적이었기 때문에 해외선교와는 분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올해부터 예장고신 총회가 북한선교사를 해외선교부에서 파송한 사례를 들며 “현시점에서 북한선교를 더 잘하려면 해외선교와 연계해야 하고, 북한선교에 대한 인식이 현재의 배경과 성경적 인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남북한 문화의 이질화로 인해 북한은 우리 민족이지만 동시에 타문화권으로 접근해야 하고, 북한선교는 한국교회만의 사명이 아니라 세계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며, 북한선교의 목표는 북한의 복음화가 아니라 열방을 복음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선교와 북한선교의 연계방법으로 ①총회 북한선교 상비부와 총회세계선교부가 연계하고, 이를 조정하는 기구를 총회에 세우고 ②해외선교사들에게 동족선교에 대한 인식 전환과 그들이 세운 해외 그리스도인들에게 땅끝인 북한선교에 동원하며 ③ 탈북민 성도들을 총회선교부에서 훈련시켜 북한선교사로 파송하고 ④북한선교사 훈련을 해외선교부에서 받는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이를 통해 해외선교와 북한선교의 유기적 연합을 모색해야 할 때이며,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연합하여 북한을 복음화해야 한다”며 “북한선교에 해외선교의 전략과 연구가 뒷받침될 때 북한선교를 더 깊고 넓게 선교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 교수는 단 “북한을 타문화권으로 보아야 할지, 정부가 탈북민을 이주민, 다문화로 보는 것에 대해 한국교회는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일 경험 볼 때 ‘마음의 하나 됨’ ‘존중과 소통’ ‘다음세대 준비’ 중요해”
독일의 조슈아 목사는 “우리는 다리를 만들고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해왔다”며 “북한사역을 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훈련한 것은 하나님의 계획을 물어보는 것이며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슈아 목사는 한국교회에 전하는 당부로 “먼저 독일에서 내적인 연합이 세워지고 외적인 연합이 가능해진 것처럼, 한국교회도 마음의 하나 됨과 한반도의 연합을 위해 간구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사역을 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지만, 이것은 준비의 시간”이라며 “하나님이 그 땅을 여시는 그 순간을 위해 한국교회가 북한선교를 할 수 있는 자료들을 준비하고, 다음세대인 젊은 청년들을 전문 영역에서 준비시키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특히 젊은이들을 훈련할 때에는 전문 영역도 중요하지만 마음에서 통하는 것을 훈련시키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통일 이후 독일의 영적 각성이 없었던 이유는 “독일교회가 전반적으로 독일 내에서 복음전도와 교회 개척에 힘쓰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았으며, 통일 이후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도행전에서 안디옥교회의 가장 능력 있는 일꾼인 사도 바울과 바나바를 파송한 것처럼, 서독교회가 가장 훌륭한 일꾼을 동독에 보내지 못한 것을 지금 와서 후회하고 깨닫는 바가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조슈아 목사는 “서독교회는 동독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을 놓고 이야기했지만 함께 대화하지 않았다”며 “동독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대화와 교류를 통해 이해하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서독의 방식으로 그 땅을 덮고 흡수하려 했던 것”이라며 “저 또한 나중에 서독에서 동독으로 이사 가서 개척할 때, 서독이 동독에게 일방적으로 물심 중심적인 것을 전달하려 한 것들, 그러나 마음은 들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진행해야 했다”고 밝혔다. 조슈아 목사는 마지막으로 “인내하고 포기하지 말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에 뿌리를 깊게 박고 남한과 북한을 함께 품고 섬길 수 있길 축복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교회, 선교학교 통해 북한 선교사 배출 기대”
크리스티 부쿠르는 공산주의 체제 아래 있던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18세에 ‘예수’ 영화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였고, 그로부터 10년 뒤 북한선교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배우고 아시아 단기여행의 경험을 쌓으며 북한선교를 꾸준히 준비해 온 그는 “루마니아 사람들과 북한의 좋은 우정을 바탕으로 사업이나 교육 분야의 교두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쿠르는 “지금 루마니아 기독교인들은 북한의 실제 상황을 상당히 잘 알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우리는 북한 사람들과 북한 지도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북한을 위한 지역 정기기도모임, 지역 선교학교, 선교 NGO 등을 조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경제적 우산 아래 선교학교를 시작하여 북한 선교사들을 배출하는 전략을 삼고 이를 실현할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킨슬러재단, 구호·개발·교류 통해 민족 화해와 통일 준비”
수 킨슬러 회장은 이날 시아버지 프랜시스 킨슬러(권세열) 목사, 남편 아더 킨슬러(권오덕) 목사, 그리고 아들까지 3대를 이어 90년 넘게 한반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킨슬러 가문의 사역을 소개했다. 이들은 1998년부터 북한의 장애인, 어린이 지원, 보건복지 지원 등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을 하고, 북한장애인예술협회, 북한장애인체육협회 지원 등 ‘남북문화교류’ 활동, ‘국제 구호·개발·교류’ 등으로 민족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등대복지회(2004년 3월~2010년 2월)를 통해 평양, 사리원 지역에 콩우유, 빵공장을 설립해 고아원, 탁아소 어린이들에게 식량을 공급했다. 또 북한 전역에 장애인 특수학교 12곳을 지원하고 장애인 재활치료, 기술교육, 체육·예술을 통한 장애인 복지 개선에 기여했다. 이후 수 킨슬러 회장은 국제푸른나무(2010년 11월~2017년 3월) 공동대표로서 북한 고아, 장애인 위한 사업을 지속하고, 2017년 4월 미주에 킨슬러 재단이 설립됐다.
킨슬러 회장은 “저는 아들 둘이 있고 6년 만에 얻은 딸이 고열로 정신지체 장애인이 됐다”며 “장애인들이 일하고 결혼도 하고, 이들을 전도하여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다양한 장애인 지원 사업을 했다. 지금은 평양 장애인 종합회복센터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킨슬러 회장의 막내딸은 지난 1월, 코로나19로 44세의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가진 두려움은 중국이나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는 다르다”며 “이와 같은 관계 맺기가 남과 북의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생명을 살리며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앞당기는 준비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희는 북한선교의 다리가 되고 손을 잡아주며, 빗장을 열어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교회, 2022년까지 북한 위해 100명 사역자·100만 명 기도자 세울 것”
데이비드 보텔호 대표는 이날 2022년까지 북한을 위해 100명의 사역자와 100만 명의 기도자를 세우는 브라질교회의 비전을 소개했다. 이미 매월 30일 기도운동을 진행하면서 100만 개의 기도카드를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에서는 수백만 명의 브라질인이 북한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오픈도어를 통해 현재 1만 브라질 교회가 기도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텔호 대표는 “많은 브라질 젊은이가 언어와 문화, 선교를 배우고 파송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곡물류·육류 등을 북한에 보낼 수 있도록 브라질교회를 동참시키는 사역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을 돕고 섬기기 위해 물질 자원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지원할 수 있기 위해 기도한다”며 “당장 100~200여 명이 북한을 섬기기 위한 훈련 과정에 있는데, 사역팀과 자원이 북한에 들어가는 새로운 길이 열리길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컨퍼런스 토론 논찬자로는 정규재 목사(강일교회), 이빌립 목사(통일소망선교회 대표, 열방샘교회), 오성훈 목사(쥬빌리 사무총장, PN4N 대표), 양창석 대표(선양하나재단 한국대표), 조요셉 목사(선통협 상임대표, 물댄동산교회), 방성용 목사(숭실통일아카데미), 임헌만 교수(백석대, 통일선교아카데미 원장), 이명신 관장(월드비전 동해복지관), 곽수광 목사(국제푸른나무 이사장, 푸른나무교회), 허종학 장로(TW2033 사무총장)가 나섰다.
한편, 컨퍼런스 개회예배는 선통협 초대 대표회장 김종국 목사의 사회로 하성암 장로의 기도, 안성삼 목사(예장개혁 총회장, 광주 혜성교회)의 설교, 유관지 목사(북녘교회연구원 원장)의 축도로 드려졌고. 폐회예배는 선통협 공동대표 곽수광 목사의 사회로 벤토레이 신부(예수원 삼수령 대표)의 기도, 유관재 목사(성광교회)의 설교, 강보형 목사의 축도로 드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