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2일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날 오찬 회동에서 이제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힐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달 오찬 회동을 위해 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했으며, 삼성그룹은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총 44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미국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가 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도중 4대 그룹 총수 등을 직접 일으켜 세우며 "감사하다"라는 말을 3번 연달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오찬 회동에서는 4대 그룹 총수 중 이재용 부회장만 불참하며,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참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계에선 이날 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민들 의견을 듣겠다"라는 입장을 이달 10일 4주년 취임 기념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에 있었던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오찬 회동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논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이와 관련해 어떤 것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불붙으면서 삼성전자는 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으며, 반도체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자 재계와 종교계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부회장이 (감옥에) 오래 있으면 삼성의 경영 문제가 생기고 삼성이 반도체 전쟁에서 지면 국가적으로도 손해다"라며 "그런 상황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결단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지난 2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주 의원은 "지금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 국면에 있다"라며 "반도체 전쟁은 엄청난 투자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고용된 사장이 이를 결정하긴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해당 라디오 인터뷰 하루 전날인 25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계나 종교계, 외국인 투자기업들로부터 그런 건의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에 대해서는 경제적 측면과 아울러 국민적인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다"라고 CBS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