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1만5천명 무료 진료한 고영초 건대 교수 등 ‘LG 의인상’

사회
복지·인권
서다은 기자
smw@cdaily.co.kr
LG 의인상 받은 고영초 건국대 교수 ©LG복지재단

LG복지재단은 48년간 무료진료 봉사로 헌신한 고영초(68) 건국대 교수와 가사도우미, 식당 일 등으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노판순(81)씨에게 각각 LG의인상을 수여했다고 27일 밝혔다.

고 교수는 의대 본과 재학 중이던 1973년 카톨릭학생회에 가입해 매주 서울 변두리 쪽방촌 등 의료취약지역을 찾아 형편이 어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진료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48년간 무료 진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77년부터는 진료와 수술 시간을 쪼개 서울 금천구, 영등포구 소재 무료진료소인 '전진상의원', '요셉의원'과 성북구 소재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을 매주 2회 이상 번갈아 방문해 의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48년간 고 교수에게 무려 1만5천명이 넘는 환자가 무료진료를 받았다.

특히 신경외과 전문의인 고 교수는 뇌종양, 뇌하수체종양 진단 및 수술과 같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치료받기 쉽지 않은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데 많은 힘을 쓰고 있다.

그는 2005년쯤 정기적으로 진료하던 수두증(뇌 안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현상) 환자가 진료를 받아야 할 시기가 넘어도 소식이 없자 직접 집으로 찾아가 의식을 잃은 환자를 발견했다. 이후 본인이 근무하던 건국대병원으로 환자를 옮겨 직접 수술했고, 환자 생명을 구한 바 있다.

또한 '라파엘클리닉'에 시력저하와 허리통증 등 가벼운 증상으로 고 교수를 찾은 방글라데시 청년 근로자 2명이 검사 결과 뇌하수체종양과 척추 종양으로 판정받자 라파엘 클리닉과 건국대병원 사회사업팀의 협조를 구해 그들을 무료로 수술해주고 완치 후 퇴원시키기도 했다.

고 교수는 "어떤 날은 병원에서 몇 시간 힘들게 수술하고 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의료봉사현장에 가면 파김치가 되기도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봉사자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환자들과 만나 진료하다 보면 피곤함이 씻은 듯 사라진다"며 "이런 보람과 기쁨이 40년 넘게 자발적으로 이곳으로 나를 이끄는 삶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LG 의인상 받은 노판순 씨 ©LG복지재단

군산에 거주하는 노판순 씨는 가사도우미와 식당일, 목욕탕 운영 등으로 평생 모은 전 재산 4억3천만원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2019년과 지난해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군산대 발전지원재단에 3억3천만원을, 올해 4월에는 외롭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군산시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1억원을 쾌척했다.

그는 지금도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작은 단칸방에서 월세로 살고 있으며, 경로당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등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고 있다.

노씨는 "평생 외롭고 힘들게 살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팠는데, 이들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어 기쁘다"며 "나는 몸 뉘일 방 한 칸만 있으면 되니 남은 여생 동안 이들을 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평생 묵묵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봉사의 길을 걸어온 두 분의 숭고한 이웃사랑 정신을 우리 사회가 함께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의인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LG 의인상은 지난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2018년 구광모 LG 대표 취임 이후에는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다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LG 의인상 수상자는 모두 14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