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의 음녀를 편들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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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건 기자
김희석 교수 “하고 싶은 말 하기 위해 본문 이용하지 말라”

총신대 김희석 교수가 본문 해석 방법에 대한 견해를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해석의 범주'에 관해 논했다. 김 교수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먼저 "모 큐티 책에 나온 어떤 글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 해석에 대한 매우 많은 페북글이 올라와서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그 해석을 지지하는 여러 의견들도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고, 한 꼭지만 적으려고 한다. 핵심은 "이데올로기 전쟁"이 아니라, "본문 해석 방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 어떤 학술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잠언 1-9장의 음녀에 대한 해석이었다. 본문에 집중해서 문예적으로 잘 해석한, 그래서 학술적으로는 배울 것이 많은 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간에서 점프를 했다. 음녀는 "고대근동 가부장사회에서 억압받던 여성상"을 의미하므로, 우리는 음녀를 멀리하지 말고 오히려 그녀를 도와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적 포인트였다"면서 "너무 놀랐다. 왜냐하면, 잠언에서 음녀는 항상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고, 피해야 할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갑자기 음녀를 편들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본문을 해석하다보면, 해석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롭고 다양한 해석을 한다 해도, 본문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범주" 안에 머물러야 한다. 본문이 주장하려는 큰 바운더리 안에서 이야기를 펼쳐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문 해석의 범주란 앞서 김 교수가 밝혔던 "역사적, 문법적, 신학적 해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이런 해석의 기초 자료의 바운더리 안에서 발견된 본문의 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해석자가 지켜내야 할 선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런 본문중심의 해석이 목회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아왔다. 설교자들이 본문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냥 단어 하나, 표현 하나 가지고 자기 생각을 설교라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꿩잡는게 매"인 것처럼, "감동주는게 설교"였다"면서 "의미는 해석자가 창출해내는 것이 아니다. 본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성경해석학에 대한 신학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김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해석이란 "의미는 "저자의 의미"인 것이고, "저자의 의미"는 "본문의 의미"에 담겨 있다. 해석자는 의미를 찾아가는 해석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는 하지만, 의미를 창출해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해석 건을 보면, 어떤 한 사람이 그런 해석을 했을 수는 있고, 심지어 모종의 의미가 있다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본문읽기를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안타깝다"며 "본문 읽기가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본문에 투영한 것이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많이 든다. 본문은 한 달란트 받은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힌트를 주지는 않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는 부당함에 맞섰던 당당한 을이었을지 모른다"라고까지 보아야 할 본문 상의 근거는, 내가 보기에는,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사실 현장에 본문설교가 아닌 자기생각 설교를 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으니, 이 해석을 보고 무어라 말하는 것이 매우 부끄럽다"며 "그래도 이번 일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할 우리 학생들에게 한 마디는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하기 위해 본문을 이용하지 마십시오. 정 그 이야기 해야겠거든, 그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본문을 찾아서 하십시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