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등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대북정책 등에 대한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10분부터 1시간 15분여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한미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공급망 협력 및 백신 협력 등 양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은 펠로시 의장이 앞선 백악관 일정이 지연되며 간담회 시작 시간이 10분 정도 늦춰졌다.
문 대통령은 오후 3시10분께 의장실 밖 복도에 마중을 나온 펠로시 의장과 웃으며 팔꿈치 인사를 나눴다.
간담회에 앞서 간단한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오른 펠로시 의장은 "2017년도로 기억된다. 그때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되시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 모셨던 그때의 저의 큰 영광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며 "같은 자리에 모시게 돼서 매우 큰 영광"이라고 운을 뗐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관계는 사실 안보의 관계지만 그것 외에도 굉장히 깊은 돈독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그런 관계에 대해서 많은 감사를 느끼고 있는 것이, 제가 출신인 캘리포니아 지역 쪽에서 특별히 많은 한국 교포분들께서 기여를 하고 계시고, 그래서 제 스태프들로도 주미 한국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후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며 "양국 간에 어떤 노력을 함께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팬데믹을 퇴치하는 것 등등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이후 나의 첫 외국 방문 일정을 의장님과 하원 지도부님들과의 만남으로 갖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외 현안 해결을 위한 미 의회와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언론인들도 무척 바빠지셨을 줄 안다"며 "나의 방문으로 더 많은 일을 안겨드리게 되었는데, 그 수고가 보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를 이기는 길이 인류의 연대와 협력에 있듯 더 나은 미래도 국경을 넘어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70년간 다져온 한미동맹이 모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 의원님들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될 한미 간의 대화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양국 협력을 더욱 깊게 하고, 전 세계의 연대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미 하원 지도부의 간담회는 환담 장소인 '레이번 룸'에서 이뤄졌다.
미국 측에서는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 아담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 스캇 페리 외교위 위원(공화당), 앤디 킴 외교위 위원(민주당),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 의원(민주당), 영 킴 하원 의원(공화당), 미셸 박 스틸 하원 의원(공화당)이 함께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이수혁 주미대사,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백신 수급을 위한 보건안보 정책을 긴밀하게 조율해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또 대북정책과 관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미가 함께 실현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성공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북미 대화가 빠른 시일 내 다시 시작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대북 관여 노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경제분야에 대해서는 첨단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 첨단·제조 산업의 공급망 구축을 뒷받침하는 전문인력 등을 위한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 등의 지원을 당부했다.
또 백신 지원 등 국제사회의 백신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미국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한미가 백신 수급을 비롯해 보건안보 정책을 긴밀히 조율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중 관계와 한일 관계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와 안보의 근간이며,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문제 관련 중요한 협력대상이라고 설명한 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중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 분야의 협력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해나갈 계획임을 설명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언급, 미국 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빈발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미 의회에서 코로나19 혐오범죄법 입법이 초당적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우리 정부의 성원 의지도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에 앞서 미 상·하원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미 환영 결의안이 발표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 외교가 우호적 분위기에서 시작됐다"며 "하원 지도부 간담회는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미 의회 내 폭넓은 이해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뉴시스